류성용 입니다/현재 일상

배달 음식에 식겁한 이후 변화된 치과의사 아빠의 출근 모습

달려라꼴찌 2012. 9. 26. 08:11

배달 음식에 식겁한 이후 변화된 치과의사 아빠의 출근 모습

 

 

 

 

요즘 저의 출근 모습입니다.

보다시피 한 손에는 점심도시락을 바리바리 싸들고 매일 아침 출근길을 나섭니다.

이렇게 도시락을 꼬박꼬박 챙겨간지도 벌써 한달이 넘었습니다.

17살 고등학교 1학년 이후로 도시락을 싸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늘 사먹는데만 익숙했던 제가

10살, 7살 딸들을 둔 마흔 세살 중년의 나이에 이렇게 매일 도시락을 싸들고 출퇴근을 하게 된데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습니다.

 

 

 

 

저희 치과 점심시간때의 모습입니다.

보다시피 직원들 대부분은 도시락을 싸오는데 원장인 저만 짬뽕을 배달시켜 먹고 있습니다.

저는 10여년 전 치과를 개원한 이래,

점심식사는 원장실에 모든 직원들이 함께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점심을 먹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왔었는데, 

지금까지 직원들이 밖에 나가서 밥을 먹고 들어오는 경우는 종종 있어도 

제가 치과 밖에 나가서 식사를 한 적은 손가락으로도 꼽을 정도로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알뜰한 치과위생사 직원들에 비해 게을렀던 저는 늘 이렇듯 점심식사를 인근 식당에서 배달시켜 먹어왔는데,

얼마전 저를 식겁하게 만든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일식집에서 덴뿌라 우동을 배달시켜 왔는데,

철가방 속 덴뿌라 우동이 포장이 터진채로 배달되어 온 것입니다.

 

윽, 국물은 다 흘러내려 철가방은 오뎅국물이 흘러넘쳐 있고,

우동 면발은 터진 포장틈새로 빠져 나와 지저분한 바닥에 닿아 있었습니다. ㅠㅜ

그러나 배달해 온 사람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또 그 사람의 수고를 생각하자니 항의하기도 뭐해서, 

결국 면발은 그릇 경계선 부위로 커팅하고 오뎅국물은 없는채로 먹긴 했지만,

기분이 영 언짢은 것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점심을 개원한 이후로 10여년 동안 원장실에서 배달시켜 먹어 온 것에 대해서 회의가 쓰나미처럼 밀려왔습니다.

 

그날 저녁 아내에게 넌지시 점심때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고,

도시락을 싸고 출근하고 싶다고 넌지시 아내의 의중을 떠보며 말했더니,

아내 또한 제가 늘 점심을 배달시켜 먹는 것이 미안했었다며 너무나 흔쾌히 자기도 꼭 도시락을 챙겨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ㅠㅜ

 

 

 

 

 

 

 

그래서 챙겨간 첫 도시락입니다 ^^

역시 집에서 늘 먹던 밥과 반찬을 그대로 담아 간거라 맛도 담백하고 입에 착착 달라 붙습니다.^^

 

 

 

 

 

 

기왕이면 따뜻한 밥을 먹는 것이 좋겠다 싶어 도시락 밥그릇은 사기로 바꿨습니다.

전자레인지에 살짝 데워 먹으니 집에서 밥먹는 기분이 듭니다.^^

아내의 정성이 깃든 달걀 후라이 반숙이 얹어져 있으니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 더욱 기분이 좋습니다 ^^

 

 

 

 

 

 

저보다 먼저 평소에 도시락을 싸고 다니던 동료 원장과 도시락 반찬 배틀도 하게 되었습니다.

왼쪽이 동료 원장 도시락이고, 오른쪽이 제 도시락인데,

저희 치과 직원들은 동료 원장 반찬이 더 훌륭하다며 모두들 그쪽으로 몰려가서 밥을 먹었답니다.

윽, 불고기 양에서도 밀리고 뽀로로 수저통에서도 밀린 것 같습니다. ^^;;;

 

 

 

이렇듯 한달전 배달 음식에 식겁한 이후로 저의 출근 모습이 이렇게 바뀌게 되었는데,

아침에 일하러 나가는게 아니라 소풍 가는 기분도 들어서 하루하루가 즐겁고 점심시간이 기다려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