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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눈시울 젖게 만든 어떤 환자 이야기

달려라꼴찌 2012. 9. 17. 08:03

치과의사 눈시울 젖게 만든 어떤 환자 이야기 






며칠전에 본 어떤 여자 환자분 이야기입니다.

자세히 검사를 해보니 오래된 보철물에 문제가 생겨서 뜯고 치료 받은 후에 다시 보철물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저의 진단을 들은 그 여자 환자분은 갑자기 눈물을 글썽이면서 울먹거리셔서 제가 좀 당황했었습니다.


알고보니 십여년전 돌아가신 치과의사였던 친정 아버지가 직접 해주신 보철물인데,

그 보철물로 식사할 때마다 돌아가신 친정 아버지와 늘 함께 있는 기분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분은 그 보철물에 문제가 생겨 아무리 아프다 하더라도 절대 뜯어내고 싶지 않았었다고 합니다.


환자분의 이런 사연을 듣는 순간 치과의사인 저 또한 감정이입이 되어져서

제 눈가에 눈시울도 촉촉히 젖어서 붉어졌습니다. ㅠㅜ


그러나 치아에 그렇게 문제가 뻔히 보이는데도 따님이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은

돌아가신 친정 아버지의 바램이 결코 아닐 것이라고 설득을 해드렸습니다만....

치과의사로서 최근에 봤던 환자분들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환자분이었습니다. 







  

15년 정도 너무 오래 쓴 앞니 보철물의 참혹한 결과. 

이렇듯 보철물을 너무 오래 쓰는 것은 치아를 발치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치아를 완전히 씌우는 크라운 보철물은 방사선 사진상에서도 크라운 내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만약 방사선 사진상에도 이상 소견이 보이는 보철물이라면, 이미 때는 늦어서 발치까지 해야할 정도로 심각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방사선 사진상 큰 이상 없어 보이지만 오래된 보철물을 제거했더니, 비로소 드러난 충치가 참혹하게 먹은 자연치아 부분










딸 아이의 충치를 직접 치료해주고 있는 치과의사 아빠의 모습


제 딸들도 그 환자분처럼,

언젠가 제가 죽고 이 세상에 없다 하더라도

제가 치료해 준 치아들로 식사를 하면서 저와 늘 함께 있다고 느끼면서 저를 기억해주겠죠?



역시 세상에는 사연이 없는 치료란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