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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손발이 오그라지는 치과 견적 이야기 - 사람 몸에 견적이란 말을 꼭 쓰셔야겠습니까?

달려라꼴찌 2012. 7. 12. 08:02

치과의사 손발이 오그라지는 치과 견적 이야기 

사람 몸에 견적이란 말을 꼭 쓰셔야겠습니까?




치과의사인 제가 생각해봐도 치과치료란 것이 

치아라는 딱딱한 경조직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가 많다 보니 치료과정이 건축과정과 비슷하긴 합니다.

치아 경조직의 충치 부위를 드릴로 도려내고 그 부위를 메꾸는 행위인 충치치료나, 

치아가 결손 되었을 때 양 옆의 치아를 깍아서 다리(교각, bridge)모양의 보철물을 수복하는 bridge 치료 등등

기본적인 치아 경조직에 대한 치료는 정말 건설작업과 흡사하긴 합니다. ^^



 치아를 깍아서 씌우는 크라운 치료





 충치를 도려내고 때우는 충치치료 






 양옆의 치아를 깍아서 수복하는 bridge 보철






 뼈에 인공나사를 식립하는 임플란트 보철






이렇듯 치과치료가 상당부분 일반 건축작업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셔서 그런지, 

치과에 와서는 "견적내러 왔어요~!!"라고 대뜸 말씀하는 환자분들이 이따금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사람의 몸에 대한 치료비 산정을 굳이 이렇게 "견적"이란 말을 꼭 써야 하는지는 

아직은 적응이 안되어 솔직히 손발이 오그라집니다.

좀 더 나아가서 제가 평생을 두고 생명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공부하고 사랑했던 사람의 몸을, 그것도 자기 자신의 몸을... 

단순히 기계부속품이나 물질로만 치부해버리는 유물론적인 시각도 엿보여서 치과의사로서 조금 씁쓸하기도 합니다. ㅡ.ㅡ;;;




"견적"이란 어떤 일을 하는데 필요한 비용 따위를 미리 어림잡아 계산한다는 뜻이긴 하지만, 

이런 "견적(estimate)"라는 말이 사용되는 적절한 예들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봤습니다.


나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견적을 뽑아달라고 요청했다.

그 회사는 과잉 수리 및 수리비의 과다 청구를 막고 신속한 보상 처리를 위해 수리비 견적을 전산화하였다.

아파트 내부 수리를 하는 데 견적이 얼마나 나올 것 같습니까?

미술관 건설비를 견적하여 보면 100억이 넘는다.


위의 국어사전에서 제시된 올바른 예문에서도 보듯 "견적"이라는 말은 사람의 몸에 쓰이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환자분들이 "제 치아를 수리해주세요"라는 말대신 "제 치아를 치료해주세요" 라고 말씀해주시니 다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