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용 입니다/딸딸이 아빠

올챙이 학살의 현장에 충격받아 울어버린 딸

달려라꼴찌 2012. 3. 24. 08:02

올챙이 학살의 현장에 충격받아 울어버린 딸

 

 


 


지난 주말에 다현이 서현이와 함께 양재천 생태공원에 나들이 갔습니다.

해마다 봄이 오면 개구리나 두꺼비들이 낳은 알을 까고 태어나서 이리저리 헤엄치는 올챙이들을 관찰하기 위해서입니다.

올챙이들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오른 아이들은 잔뜩 기대된 표정으로 연못 두렁 위를 거닐며 달려가고 있습니다.

 

 

 

 


 

동생 서현이도 다소곳한 포즈로 개구리 알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있습니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저 조그마한 개구리 알에서 올챙이가 태어난다는 것을 매우 잘 아는 서현이는

다음주 쯤이면 무탈하게 알에서 연못속을 헤엄치고 돌아다닐 올챙이를 볼 꿈에 잔뜩 부풀어 있습니다.

 

 

 


 

개구리 알 하나하나 속에서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올챙이들을 보면서....

생명이란 것이 이렇게 소중하고 경외로운 것인지 이제 겨우 6살 밖에 안된 서현이도 매우 잘 아는 것 같습니다. ^^

 

 

 


 

개구리 알 주변에서 수많은 개구리들이 짝짓기를 하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수컷이 암컷 등위에 올라타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사실 아빠인 저도 처음 보는 것 같았습니다. ㅡ.ㅡ;;;

그런데 개구리 크기가 좀 커 보이는 것이 어째 개구리라기 보다는 두꺼비가 아닐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연못 바닥에 전기줄처럼 길게 어지러이 놓여져 있는 것은 두꺼비 알입니다.

음... 역시나 짝짖기 하고 있는 애들은 개구리가 아니라 두꺼비들이었었네요 ^^;;;

 

 

 

 


 

개구리 알은 낱개로 된 동글동글한 알을 뭉터기로 낳는데, 두꺼비는 이렇게 길다랗게 줄처럼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두꺼비 알이 나뭇가지에 걸려서 한바튀 휘감겨진 모습이 무언가 부자연스럽지 않습니까?

그 아래 수면위로 고개를 빼꼼빼꼼 내민 두꺼비는 왠지 지쳐 보입니다.

과연 이들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났었길래 두꺼비알들이 나뭇가지에 이렇게 걸려 있는 걸까요?

 

 

 

 

 

 

그것은 다름아닌 불과 얼마전....

다현이 서현이가 호기심과 사랑이 잔뜩 깃든 표정으로 평화롭게

연못 속의 개구리, 두꺼비 알들과 개구리 두꺼비들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지며보고 있었을때,

갑자기 다현이 서현이 또래의 사내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오면서 부터였습니다.

 

한창 짖궂을 때의 남자아이들이라 그런지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변의 나뭇가지나 작대기들을 가져다가 개구리, 두꺼비 알들을 마구 휘젖기 시작한 것입니다. ㅡ.ㅡ;;;; 

헉, 어떤 사내 아이는 연못속으로 들어가 짝짓기하고 있는 개구리들을 잡아서 멀리 내던져 버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개구리 두꺼비 알들을 손에 쥐고 터뜨려 보기까지 합니다. 윽윽윽 ㅠㅠ

말 그대로 아비규환, 홀로코스트, 올챙이 대학살 현장입니다. ㅠㅠ

 

다현이 급기야는 엄마 아빠한데 애원을 합니다.

"엄마 아빠 재들 혼내주면 안돼? 올챙이 개구리들이 너무 불쌍해 ㅠㅠ"

 

엄마 아빠도 생명을 가지고 짓궂게 장난질하는 아이들을 야단치고 싶었지만 그 아이들도 아빠랑 함께 온 터라

"다현아 생명을 가지고 장난치는 쟤네들은 쟤네들 아빠가 따끔하게 야단칠거야 걱정하지마"라고

답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사내 아이들 아빠들은 개구리알을 작대기로 해집고 짝짖기 하는 개구리들을 잡아서 내던지는 모습을 보고도 말릴 생각은 안하고

"어이구, 우리 아들 용감하네~!! 개구리도 잘 잡는걸?" 하면서 오히려 더 부축이는 게 아니겠습니까?   

 

 

 

급기야는 결국 울먹 울먹이며 지켜만 보던 다현이가...

"제 !!!  제발~~!! 올챙이들 다 죽잖아~!!! 엉엉엉"

사내 아이들을 향해서 소리치며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ㅠㅠ 

 


 

 

 

사내 아이들이 올챙이 두꺼비알들 가지고 장난치고 있는 현장에서 다현이가 울먹거리고 있습니다.

사내 아이들 아빠들은 "우리 아들 잘한다" 하며 그저 옆에서 지켜만보고 있습니다.

에궁... 생명을 가지고 장난치는 철모르는 사내 아이들보다 그 아이들 아빠들이 더 밉네요 ㅡ.ㅡ;;;;

 

 


 

다현이는 하도 울어서 눈이 새빨개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소중한 생명이 탄생되는 현장을 보러 왔다가 학살의 현장을 목격했으니 충격을 받을 만도 하지요 ㅠㅠ

 

 

 

 

 

 

짓굳게 놀던 사내아이들이 모두 다 떠난 후 잠깐의 평화가 찾아왔지만,

한참 동안이나 다현이는 여전히 훌쩍거리며 이렇게 쪼그려 앉아 넋을 잃은채, 

남은 개구리 알들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개구리알 채집 절대금지" 란 팻말이 쓰러져 연못가에 황량하게 둥둥 떠 있어서,

올챙이 대학살 현장의 참혹했던 순간을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마음이 짠한 아빠는 다현이를 한번 꼭 안아주면서,

"먹이사슬 피라미드의 맨 아래에 있는 동물들은,

천적들이 자기 아이들을 많이 잡아 먹을 것까지 계산해서 충분히 많은 알을 낳는 것 또한 자연의 섭리란다.

엄마 개구리 엄마 두꺼비도 이럴 때를 대비해서 충분히 많은 알을 낳는단다.

다음 주에 또 오면 그래도 충분히 많은 올챙이들이 알을 까고 살아남아서 헤엄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거야."

라고 위로했지만 다현이는 여간 충격을 받은게 아닌가 봅니다.

 

어린 시절 여자 아이들이 고무줄 놀이하면 칼로 고무줄 끊고 도망다니며 짓궂게 장난질했던 제가

이제는 딸 아이들의 아빠가 되어 그 죄의 업보를 받는다는 생각마저 들었던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