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용 입니다/딸딸이 아빠

딸 왕따 당할까봐 학교 안보내려 했던 아빠

달려라꼴찌 2012. 3. 3. 08:02

딸 왕따 당할까봐 학교 안보내려 했던 아빠

 

 

 

 

어제가 첫째딸 다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첫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다현이를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 주는 순간까지도 

과연 첫날부터 학교에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저는 나름 심각하게 고민했었답니다. ㅡ.ㅡ;;;; 

딸들에게 인기영합주의 아빠인 저는 그동안, 

아이가 많이 아프다던가, 날씨가 험해서 너무 덥거나 너무 춥거나 혹은 비나 눈이 너무 많이 오면

"오늘은 학교 가지마~!!" 하며 자체방학을 선언해오곤 했었는데, 

이번에도 자체방학을 해야하나 고민을 하게된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 주 결혼 12주년 기념 가족여행으로 적도 근방의 싱가폴를 다녀왔습니다.

열대의 싱가폴 겨울 날씨는 무덥지만 비도 많이 오는 우기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체류기간 대부분은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여서 썬크림 바르는 것을 소홀히 한채 수영을 즐긴 것이 그만 화근이었습니다.

 

짠뜩 흐린 구름들 틈에서 어쩌다 쨍쨍한 태양이 잠깐 비추었던 순간이 왔을때,

따사로운 햇살이 너무 좋았던 나머지 잠깐인데 굳이 썬크림 떡칠 안한채 물놀이를 즐겨도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정말 거짓말 안보태고 딱 2시간....그렇게 딱 2시간만을 물놀이 했었을 뿐인데...

그 이후에 우리 가족에게 일어난 재앙은 정말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ㅡ.ㅡ;;;;;

 


 

 

 


 

대부분 잔뜩 흐린 날씨지만 이렇듯 어쩌다 잠깐 햇살이 비추었을 때,

첫째딸 다현이는 모자는 거추장했는지 안쓰고 이렇게 썬글라스만 끼고 물놀이를 즐겼답니다.

얼굴이 탄다는 생각은 크게 못하고 단지 눈부심 방지용도로만 모자와 썬글라스를 준 것이지요.

이때만 해도 물놀이에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딸을 보면서, 저희 부부도 마냥 흐믓하기만 했지요... ^^;;;;

 

 

 

 

 


 

둘째 딸 서현이는 그래도 모자를 챙겨쓰고 물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첫때 딸 다현이는 얼굴만 물 밖으로 빼꼼이 내밀고 개헤엄을 치며 즐겁게 물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

 

 

 

 

 


 

엄마와 두 딸들은 서로 물장난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장난끼 어린 미소를 머금은채 물장난 치는 다현이와 엄마의 표정, 물이 튀기자 깜짝 놀라는 둘째 딸 서현이의 표정....

이때만 해도 모녀지간의 물놀이 광경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미소짓게 만드는 한폭의 보기 좋은 그림같지 않습니까? ^^

 

 

 

 

 


 

그렇게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두시간정도 물놀이를 즐기고 이제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더 놀고 싶어서 아쉬운 표정이 역력합니다.

첫째딸 다현이는 여전히 선글라스만 끼고 있고, 둘째딸 서현이는 모자와 썬글라스 그리고 구명조끼까지 모두 챙겨입었습니다.

 

 

 

그런데 숙소로 돌아와서 선글라스를 벗은 딸들의 모습을 보고는

그만 저는 두눈이 똥그래지며 "으악~!!" 소리를 지르며 경악을 하고 말았습니다. ㅠㅠ

 


 

헉, 불과 두시간만에.... 아이들 얼굴이.....

썬글라스 낀 부분만 빼고는 나머지 얼굴 부위가 새까맣게 타버린 것입니다. ㅠㅠ

특히 모자를 쓰지 않은 다현이는 마치 원숭이나 팬더곰처럼 되었습니다.

서현이는 그나마 모자를 썼기에 이마 부분은 좀 하얗게 남아있네요 ㅡ.ㅡ;;;

그래도 뭐가 그리 좋았는지 아이들은 그저 행복하기만 한 모습입니다.

 

설마 했는데 잔뜩 흐린 구름 사이에 비춰진 적도의 이글거리는 태양이 이정도의 위력인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ㅡ.ㅡ;;;

 

 

 

 

 


 

서울에 돌아온 후 티비를 시청하는 다현이의 모습을 보니 너무 새까맣게 타서 그야말로 원숭이나 팬더곰 같습니다. ㅡ.ㅡ;;;;

 

이쯤 되니 저는 문득 당장 신학년 개학이 코앞인데 이런 얼굴로 학교를 보내야하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가뜩이나 여자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친구들이 자기한테 오늘 입은 옷이 어쩌니, 머리핀이 어쩌니,

입술에 점이 있다느니 이런 말들을 들으면서 자신의 외모에 부쩍 관심이 높은 시기가 되었는데,  

새학기가 되면 행여나 친구들에게 원숭이라고 놀림 받을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학기초부터 친구들에게 놀림받고 왕따되면 그 이후로는 속수무책 대책이 없다는데...
다 나을때까지 학교 보내지 말아야 하는게 과연 맞는 건지,

딸의 얼굴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나쁜 아빠는 딸 아이 새학년 첫날부터 고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