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용 입니다/현재 일상

내 나이 마흔 둘 이렇게 맛난 고기집은 처음

달려라꼴찌 2011. 11. 20. 07:56

 

내 나이 마흔 둘 이렇게 맛난 고기집은 처음




제 인생 40여년동안 살아오면서 저는 솔직히 고기 맛도 제대로 못 즐기고 살아왔나 봅니다.

그저 뻑뻑할 것만 같은 고기가 입 속에서 왈츠를 추듯 춤을 추면서 혀 끝에서 사르륵 녹아내린다는 그 느낌은  

그저 과장된 말장난 표현일거라고만 생각해왔는데, 제가 정말 그런 느낌을 처음으로 경험을 했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마흔 두살을 살아오면서 지금이라도 그런 맛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경험해 보았으니 

그래도 내 인생 헛산게 아니란 생각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ㅡ.ㅡ;;;


그것도 호텔이나 분위기 좋은 양식집도 아닌 그저 길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허름한 동네 식당인데 말입니다.


그날 먹고 팔 고기만 사들여와서 그날만 팔고 다 팔리면 식당 문을 닫고, 

만약 안팔리고 남는 고기가 있더라도 절대 다음날에도 팔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는 이 식당은,

고기 맛에 관한한 호언장담하며 친구가 소개시켜준 이 식당은 옥수역 1번출구에 있습니다.

10년전 우연히 들른 이 집의 환상적인 고기맛에 반해 그날부터 단골이 되었다는 제 친구는,

어느덧 사장님과 호형호제하는 관계로 발전해서 자신의 결혼식은 물론 동생 결혼식이나 부모님 생신날이나 집안 경조사에도 

서로 초대하고 오가는 신뢰 깊은 사이가 되었다고 합니다.


보통 맛집이라고 하면 한두가지 메뉴만 놓고 종목을 최대한 단순화한 것이 일반적인데,

이 식당은 돼지고기 삽겹살, 항정살에서부터 소고기 안창살, 부채살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취급합니다.

겉보기에 이 식당의 유일한 특징은 

그날 팔 고기만 마장동에서 사들여와서 그날 하루에 모두 다 해결하기에 이 집에는 냉동고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날 파는 고기 부위와 메뉴도 그날 그날마다 다 다릅니다. 


제가 갔던 날은 국무총리상을 받은 한우가 들어왔다고 사장님께 정보를 입수한 친구의 언질이 있었습니다만,

저는 솔직히 국무총리상을 받은 한우래봤자 머 별거 있겠어? 그래봐야 소고기일뿐이지...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국무총리상을 받았다는 한우의 토시살입니다.

토시살은 소 한마리당 1키로 정도밖에 안나오는 부위라고하죠?

이렇게 딱 세점씩만 불판 위에 놓고 미디움 래어 (medium rare) 정도의 굽기로만 살짝 구워 먹습니다.


헉... 그 순간... 

 

고기가 입 속에서 왈츠를 추듯 춤을 추면서 혀 끝에서 사르륵 녹아내린다는 그 느낌... 

혀 위에 올려진 토시살이 입천정에 서로 맞닿기도 전에 씹을 필요도 없이 샤르륵 녹아내릴때 느껴지는 혀의 떨림 

저는 이런게 그저 과장된 말장난 표현일거라고만 생각해왔는데, 제가 정말 실제로 경험을 했습니다.


내 나이 마흔 둘....나는 지금껏 이런 맛도 모르고 살았으니 인생을 헛살았구나...

아냐... 내 나이 마흔 둘에 지금이라도 이런 맛을 맛보았으니 그래도 인생을 헛산 건 아냐...

별의 별 생각이 다 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정말 제 인생 먹어본 모든 고기들 중에서 감히 최고였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한우라서 특히 더 맛난 것이었을까요? 그날 잡아온 생고기라 더 맛난 것이었을까요?

국무총리상 받은 한우가 이정도 맛인데....대통령상 받은 한우는 도대체 어떤 맛이란 말인가?

저는 머리속에서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났습니다.

먹을 것 가지고 이렇게 잔잔한 충격을 받아보기도 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토시살이 적당히 미디움래어로 구워져 있습니다.

구태여 소금간이나 쌈장에 찍어 먹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생으로 먹어도 입에서 고기가 그냥 왈츠를 춥니다 ^^;;; 





안창살 부채살도 먹어봤습니다.

과연 싱싱한 것이 확실히 다릅니다.


 





이 식당은 냉동고는 없지만 모든 소주를 김치냉장고에서 서릿빨 내릴 정도로 확실히 차갑게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라고 합니다.

사진 속의 주인공은 이 곳 옥수역까지 저를 끌고온 이 식당 10년 단골 손님입니다. 저 아닙니다 ^^;;;

입에서 설설 녹는 고기를 먹는 재미에 평소 술고래였던 제가 술잔 기울일 생각도 없이 끊임없이 고기를 구워먹으며

소위 안주발만 챙겨먹는 사태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오는 손님들을 보아하니 대부분 멀리서 찾아오는 매니아층인 것 같습니다.

  




이 식당은 돼지고기 삽겹살 항정살도 물론 굉장히 맛납니다.

그날 먹은 소고기의 충격 때문에 뒤에 이어 먹은 삽겹살과 항정살은 미처 사진도 못찍었지만

삽겹살 하나만 하더라도 정말 확실히 그 모양과 맛도 다릅니다. 

냉동고가 없기에 삽겹살 고기살도 두툼한 것은 당연하고, 그날 받아 그날 다 팔기 때문에 신선도는 두말할 필요 없습니다. ^^;;


이렇게 맛난 음식을 먹을때면 저는 제일 먼저 우리 치과 직원들이 생각나는데,

내 나이 마흔 둘에야 비로소 처음 맛본 왈츠를 추는 듯 사르륵 녹아내리는 느낌의 생고기 맛, 

20대 초중반의 우리 직원들에게도 꼭 맛보게 해주어 그래도 저보다는 인생 훨 잘 살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