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용 입니다/딸딸이 아빠

미국에서 돌아온 딸의 치열한 대한민국 초등학교 적응기

달려라꼴찌 2011. 11. 12. 07:55

미국에서 돌아온 딸의 치열한 대한민국 초등학교 적응기

 

 

유학중인 아내를 외조하기 위한 1년간의 미국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면서 사실 가장 마음에 걸린 것이 있다면

한국의 초등학교 2학년에 편입하는 첫째 딸 다현이었습니다.

미국생활에 한창 적응해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학교 다니는 것 자체를 너무나 좋아하게 되었는데,

초등학생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속에 아이들을 내모는 대한민국에 돌아와서 과연 잘 적응할까 하는 애틋한 마음때문입니다.

그래도 어차피 대한민국에 돌아올거면 조금이라도 어린나이에 돌아오는 것이 아이들을 위해서도 더 낫겠다 싶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지 아직은 20일 정도밖에 안되었지만, 

다현이의 일기장을 보면 그런 엄마 아빠의 걱정은 기우였던 것 같습니다.

다현이의 일기장 하루하루를 살펴보면서 비록 어린나이지만 세상을 얼마나 유머러스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꿋꿋하게 급변한 환경을 잘 적응하는 것 같아 꼭 안아준 것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

 

오늘은 초등학교 2학년 첫째딸이 얼마나 꿋꿋하게, 유머러스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대한민국의 초등학교 생활을 잘 적응하고 있는지 일기장을 통해서 엿보여드리려고 합니다.

 

 

10월 18일 화요일

오늘은 나의 새학기다.

미국에서 1년 살다 왔더니, 이해가 조금 안되고 공부도 잘 못했다.

엄마가 말하는데, 나는 공부를 못하는게 아니라 미국에서 영어 공부하고 수학을 많이 안해서 그렇단다.

그대신 나는 영어를 더 잘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내 생각엔 영어를 잘 하면 뭐하냐고 생각한다.

앞으로 수학을 더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 수학~!!

 

=> 다현이가 한국의 초등학교에 편입한 첫째날의 일기입니다. 

    미국에서 3학년을 다니다 온 다현이는 

    미국에서는 학교 선생님이 구구단을 못외우게 해서 아직 구구단조차도 제대로 못외운채 한국에 왔는데,

    다현이는 그런 한국의 친구들에 비해 자신이 수학이 특히 많이 떨어진다고 나름 많이 위축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10월 19일

나는 오늘 조금 걱정이 된다.

왜냐하면 오늘 학교 숙제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오늘 다 할지 모르겠다.

특히 명품한자랑 워크북이다.

명품한자는 54-109, 위크북은 44-85이다.

엄마랑 아빠도 그게 많은 것같다고 하셨다.

오늘 숙제를 다 했으면 좋겠다.

 

 

=> 한국의 초등학교 편입 둘째날 일기입니다.

     밀려오는 학교 숙제들의 쓰나미에 다현이는 숨이 턱턱 막혔나 봅니다. ㅠㅠ

 

 

 

 

 

10월 21일

오늘은 최악이다.

왜냐하면 오늘 태권도 하는데 친구들이 내가 태권도 못한다고 화내고 소리 질렀다.

내가 온지 3일밖에 안됐는데....

미국 친구들이라면 괜찮다고 말해줬을거다.

나는 미국 친구들이 정말 보고 싶다.

 

 

=> 제가 이 대목에서 다현이에게 참 많이 미안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미국에서 처음 학교생활을 할때 미국생활의 모든 것이 서툴은 다현이에게

     친구들은 친절하고 상냥하게 실수를 하더라도 "That's Ok~!! Cheer Up~!!" 하면서 토닥거려줬던 고마웠던 기억과

     많이 비교가 되었나 봅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치열한 경쟁구도에 너무 익숙해져있다 보니

     옆 친구가 잘못하는 것에 대한 너그러움이 좀 부족한 듯 싶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미국 아이들이 한국 아이들보다 좀더 아이들 답다고나 할까요? ㅡ.ㅡ;;;

 

 

 

 

 

10월 24일

오늘 받아쓰기에 100점이었다.

엄마는 "그러니까 또 100점 맞으려면 계속 연습해"

아빠는 "나도 어려운데 우리 딸이 어떻게 100점을 맞았지?"

엄마는 "어떻게 했냐면 계속 연습을 했는데 처음엔 60점이고, 또 했는데 그땐 70점, 또 했는데 90점...

그 다음에 또 연습했는데 70점이라 그땐 혼났고, 그다음에 또 연습했는데 결국 100점을 맞아서 실제 학교 시험에서는 100점을 한거지~!!"라고 했다.

또 받아쓰기에서 1등하고 싶다.

 

담임 선생님 논평 :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고 있구나. 힘들겠다~ 천천히 여유있게 하렴.

 

 

=> 미국에서 돌아온 다현이가 두번째 보는 학교 시험에서 처음으로 100점을 맞은 날입니다.

    아마도 자신감이 생겼을 듯 합니다.

    엄마는 대한민국의 엄마답게 밤늦도록 연습에 연습에 연습...을 강조하고 있네요 ^^;;;

    학교선생님도 다현이가 기특했는지 살살 하라고 합니다. 

 

 

 

 

10월 28일

오늘은 내가 혼자 학교에서 집으로 가려 했는데,

엄마가 갑자기 뒤에서 "다현아~!!"하고 불렀다.

왜냐하면 내가 달려가서 그랬다.

엄마 : 너 좀 천천히 좀 다녀!

다현 : 그렇지만 엄마가 집에 빨리 오라고 했잔아~

엄마 : 으이그!

이렇게되서 내일은 진짜 혼자 집으로 가기로 했다.

나는 혼자 집으로 갈 수 있다

 

 

=> 지금까지는 등하교를 늘 엄마 아빠가 데려다 줬는데 맞벌이 부부이다 보니 평생 그럴수는 없고

     결국은 다현이 스스로 혼자 학교가고 오는 버릇을 키워야겠다 싶어 다현이에게 혼자 집으로 와보라고 했나 봅니다.

     물론 다현이 뒤에서 몰래 지켜보면서요. ^^ 

     그런데 첫날부터 다현이가 너무 정신없이 달려가길래 위험해 보여서 엄마가 황급히 제동을 건것 같습니다. ^^;;;

     다현이 역시 혼자서 집으로 갈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

 

 

 

 

 

10월 29일

오늘은 엄마가 안 데려다주고 나 혼자서 집에 가는 날인데 엄마가 또 날 데리러 학교에 왔다.

왜냐하면 오늘 독감예방주사를 맞아야해서 그랬다.

그렇지만 주사가 아니라 코에 약을 넣는 거였다.

주사보다 괜찮았지만 매웠다. 그렇지만 주사보다 훨씬 낫긴하다.

앞으로 그냥 주사 말고 코에 약을 넣는 것을 해야겠다.

 

=> 학교 끝나고 엄마 도움 없이 혼자 집에 오려고 했는데 이날도 독감예방주사때문에 결국 엄마랑 집에 왔네요 ^^;;;

 

 

 

 

 

10월 31일

오늘은 또 나 혼자 집에 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치과를 가야해서다.

엄청 무서웠다.

게다가 입에 칠흙 넣는 것도 무서웠다.

그 찰흙 또 보기 싫다.

핑크색 찰흙이었는데 토할 뻔했다.

난 이제 핑크색이 아니라 보라색이 가장 좋다.

 

선생님 논평 : 일기를 매일 쓰는구나 ^^ 그런데, 제목을 만들어서 쓰고 끝줄까지 써 보렴

 

=> 이번엔 치과 구강검진때문에 또 집에 혼자 가지 못했군요.

     다현이는 치아가 삐뚤삐뚤해서 치아교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치과에 온김에 교정진단을 위해 치아 뽄을 떴는데

     그 핑크색 인상재(알지네이트)로 뽄 뜨는 과정이 토할정도로 싫었나 봅니다.

     그래서 이 날 이후로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핑크색에서 보라색으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

 

     일기 쓸때 제목을 달고 글도 좀 길게 쓰라는 선생님 논평도 제가 다현이에게 하고 싶었던 말입니다.

     다음부턴 제목을 꼬박꼬박 잘 달고 일기를 써나갈까요? ^^

 

 

 

 

 

11월 4일

제목 : 차는 무서워

오늘은 하마터면 차에 치일 뻔했다.

무서웠다.

나는 또 그 차를 보기 싫다.

그 차는 까만색이고 아저씨가 타고 있었다.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 다현이가 드디어 혼자 집에 갈수 있게 되었는데...저런.... 정말 차조심해야겠습니다 ㅠㅠ

    그리고 지난번 선생님의 조언대로 일기 첫부분에 제목을 쓰기 시작했네요 ^^;;

 

 

 

 

 

 

11월 6일

오늘은 심심했다.

왜냐면 아빠는 치과에 갔고, 서현이도 자고...

그렇지마 모두들 일어나도 그래도 심심했다.

수퍼마켓 가는게 다였다.

오늘은 정말, 정말, 그리고 정말 심심했다.

게다가 서현이는 지금 울고 있다. 왜냐면 영화를 못봐서이다. 나도 영화를 보고 싶다 ㅠㅠ

오우! 지금 엄마가 영화를 틀었다! ^^

 

=> 제가 몸담고 있는 치과에서 세미나가 있어서 주말을 가족과 함께 못지낸 것이 아빠로서 미안하네요.

 

 

 

 

 

 

11월 7일

오늘은 조금 무섭다.

왜냐면 오늘 목욕하기로 했다.

목욕은 좋지만 눈에 물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내 생각엔 이 일기 다쓰면 목욕을 할 것 같다. (목욕은 조금 무섭단 말이야!)

 

선생님 논평 : 또, 제목이 없네요. 그래도 목욕을 하면 기분이 최고죠.

 

=> 윽, 다현이가 일기를 쓸때 제목을 안달아서 선생님께서 두번째 지적을 하셨습니다. ㅡ.ㅡ;;;

 

 

 

 

 

11월 8일

제목 : 미키의 크리스마스

오늘은 '미키의 크리스마스'라는 영화를 봤다.

장난꾸러기 나의 동생 서현이가 내가 학교 갔을 때 먼저 틀어 본 것이다.

덕분에 나는 뒷부분 조금만 봤다.

(다음에도 또 서현이가 나보다 먼저 영화를 보고 있으면 나는 참을 수 없어 때릴 것 같다)

"서현아~!!  >>.<<  (이런~ "으앙~")

 

=> 일기 쓸때 제목이 없다고 선생님께 지적 받은 다현이가 바로 다음날 일기에서는 바로 제목을 달았네요 ^^;;;

     그래도 다현아 동생 서현이랑 늘 사이좋게 지내야지? ^^

    

 

 

어떤가요?

다현이의 일기장 하루하루를 살펴보면서 비록 어린나이지만 세상을 얼마나 유머러스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꿋꿋하게 급변한 환경을 잘 적응하는 것 같지 않나요?

 

비록 한국에서는 친구들이 방과후에는 모두 여기저기 학원 다니느라 뿔뿔이 집으로 흩어져

함께 마음껏 뛰어놀 친구도 없이 쓸쓸히 혼자서 집, 학교, 집, 학교만 다니고 있지만  

다현이의 일기장을 보면 세상을 얼마나 얼마나 유머러스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라보고 있는지 느낄 수 있어

이 어린 아이가 아빠는 참으로 대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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