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용 입니다/딸딸이 아빠

구구단 외우는 딸을 보니 미안하고 안쓰러워

달려라꼴찌 2011. 9. 20. 07:48

구구단 외우는 딸을 보니 미안하고 안쓰러워



이제 이틀 뒤면 이삿짐을 한국으로 보냅니다.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정말 처절할 정도로 최선을 다한 유학생활을 마무리지은 아내는 당분간 모교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아이들도 꼭 1년만의 미국에서의 학교생활을 정리하고, 그동안 정들었던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이제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인형이나 동화책 등등 나름 소중한 것들을 짐싸기 바쁩니다. ^^

미국의 학교는 9월에 신학기가 시작하기 때문에 첫째딸 다현이는 여기 미국에서는 현재 3학년인데, 

한국에 돌아가면 2학년 중간에 편입이 됩니다.


가족이 함께 살기 위해 제가 이곳 미국에 건너와 가정주부로서 잠시 동안만 머문 것이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 역시 온가족이 함께여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지만.... 

여기 미국에서의 1년간의 학교생활 동안 너무나 잘 적응하고 친구들도 많이 사귄 아이들을 보면서 

사실 마음에 안걸린 것은 아닙니다.


자유롭던 미국생활에 익숙해져버린 아이들이 행여나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할까봐 두려웠던 제가 

미리 선수쳐서 아이들에게 빅딜을 한 것은 다름아닌,

"한국에 돌아가면 강아지 사줄께~!! 동생이 생기는 거니까 사랑으로 잘 보살펴주렴~!! " 하는 약속이었습니다. ^^;;

여기 미국에서는 애완동물을 키우면 안되는 규정을 가진 아파트에 살고 있었터라,

강아지를 집에서 기를 수 있다는 한국은 아이들에게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수 없는 드림이었답니다. ^^;;;; 

한국에 돌아가자고 강아지로 아이들을 꼬신 셈이죠. ^^



그동안 여기 미국에서 1년간 지내면서....


드넓은 공원에서 딸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게 하고.....







여름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수영장에 다니고...





틈틈이 학교도 땡땡이(?) 시키고, 디즈니월드나 라스베가스 등등 미국 이곳저곳을 데리고 다니며 여행 다녔더니....







    

딸아이들은 이렇게 새까맣게 타서 '흑인'이 되었답니다.

그래서 엄마, 아빠, 아이들 이렇게 4명이 나들이 나가게 되면 엄마만 황인종, 나머지 3명은 '흑인'처럼 보인다는 ^^;;;;


이렇게 아이들과 행복한 추억을 가득 만들고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어 저는 얼마나 뿌듯하고 설레이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한국으로 돌아가면 2학년에 편입되는 첫째딸 다현이가 

짐싸는 틈틈히 저녁마다 열심히 구구단을 큰소리로 읽으면서 외우는 모습을 보니

아빠로서 갑자기 미안하고 안쓰러워졌습니다. ㅠㅠ 


헉, 요즘은 19단까지 외우나요? ㅡ.ㅡ;;;;

구구단표가 아니가 19단표네요 ㅡ.ㅡ;;;


미국도 주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적어도 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구구단표라는 것도 없고, 또 외우게 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구구단을 외우면 학교 선생님이 야단치는 분위기죠.

곱셈이라는 연산원리를 몸에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때가되면 자연스럽게 사칙연산에 능하게 된다면서

아이들에게 구구단이든 어떤 교육자료라도 암기를 절대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음... 그래서 미국인들이 간단한 계산조차도 느릿느릿 버벅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ㅡ.ㅡ;;;


이런 탓에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밤마다 첫째딸이 열심히 구구단을 외우는 모습을 보니 괜시리 안쓰럽습니다.

미국에서의 1년간의 정말 아이들답게 마음껏 뛰놀며 자유스럽던 생활을 중간에 문득 멈추고, 

다시 주입식 교육의 현장으로 돌아가는 첫째 딸이, 

마치 무도회 중간에 갑자기 자정 12시 땡 친 신데렐라 같았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살기 위해 한국에서의 치과의사 직업 당분간 접고 제가 이곳 미국에 가정주부로서 1년간만 머문 것이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 역시 당연히 온가족이 함께여야 한다는 아빠의 완고한 고집과 욕심(?)이 

딸들을 한국의 치열한 경쟁구도의 정글 속으로 내몬 것 같아 순간 미안하고 안쓰러웠습니다.


물론 똑똑한 아빠를 닮아(?) 한국의 치열한 제도권 교육에도 잘 적응하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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