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용 입니다/현재 일상

치과의사라면 당연히 영어도 잘 하는 줄 알지만, 마흔 둘에 영어 어학연수

달려라꼴찌 2011. 2. 9. 07:14

치과의사라면 당연히 영어도 잘 하는 줄 알지만, 나이 마흔 둘에 영어 어학연수 시작한 사연



여기 미국에 온지도 벌써 석달이 지났습니다.

처음에 여기 올 때는 가정주부가 되어서 유학 중인 아내를 외조하면서,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나머지는 미국 이곳저곳 관광 하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였습니다만,

막상 이 곳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영어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제 자신이 얼마나 한심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이 곳에서 영어가 스트레스이다 보니, 오히려 영어 때문에라도 이 곳에 더 머물러야겠다는 아이러니컬한 오기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틈틈히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영어공부하는데 할애하고 있습니다.

나이 마흔 둘에 세계 각지에서 온 스무살 가까이 어린 동생(?)들과 함께 어학연수를 받으니 

참 쑥스럽기도 하고, 학창 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아 풋풋하기도 하고 좋기도하고 머 그렇네요 ^^;;;


지난 시간에 어학연수 선생님이 건네준 자주 쓰인다는 기초적인 구동사(phrasal verbs) 500여개의 리스트를 쭉 외우고 보니,  

get away with.... (들키지 않고, 문제시 되지 않고 줄곳 .... 하다)

hang out..... (빈둥 빈둥거리며 놀다, 쉬다)

pass up...    (좋은 제의를 거절하다, 놓치다)

get across.... (나를 이해시키다)

에고....이런 의미들도 있었는지는 몰랐네요 ㅡ.ㅡ;;;;

실생활에 잘 쓰이지도 않는 영어 단어만 주구장창 많이 알면 뭐합니까...? 

이렇게 간단한 동사와 전치사로 구성된 관용구 제대로 아는게 없으니  ㅠㅜ



에고... 돌아보면 제가 영어를 잘 못하게 된 이유를 나름 변명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ㅡ.ㅡ;;;

1. 고등학교 졸업 후 치과대학 입학한 이후로는 전공 학과 공부 쫒아다니는 것에만 밤을 세워도 시간이 모자란 나머지 

    영어공부란 것은 따로 할 시간적인 여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ㅡ.ㅡ;;;

2. 게다가 치과대학 시절 영어로 씌여진 수많은 전공 원서들의 독해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영어와는 많이 달라서

    일상적인 영어 회화와는 전혀 동떨어진 말 그대로 암호 해독이었던 것입니다. ㅡ.ㅡ;;;

    수만개의 의학용어들도 따지고 보면 영어, 라틴어 등이 조합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영어가 아닌 외계어라고 보면 

    결국 제가 영어다운 영어공부를 한 것은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로는 전혀 없다가 맞을 겁니다.

3. 그리고 해외 학회나 연수 프로그램에 참석해서 발표를 하거나 세미나를 들을 때는 대부분 전문적인 의학용어를 사용하므로 

   각국의 치과의사들끼리 의사소통하는 데에는 크게 지장이 없던 것도 영어 공부를 등한시하는 데 한몫 한 것 같습니다. ㅡ.ㅡ;;;



학력고사 세대인 저는 영어과목을 60점 만점에 60점 만점으로 대학입시에 합격을 했었고, 

그래도 명색이 대한민국에서 톱 클래스라고 쳐주는 대학을 졸업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당연히 제가 영어를 굉장히 탁월하게 잘 할거라고 생각합니다. ㅡ.ㅡ;;;

얼마전 통화했던 고등학교 동창들 모두가 제가 이 곳에서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라고 하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ㅡ.ㅡ;;;


그러나 현실은 ㅠㅜ  OTL


문서로 읽고 쓰는데는 그나마 조금 나은데,

막상 미국인들 앞에 서면 숨이 탁하고 막히는 것이 알던 영어단어도 까먹어서 뭘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제 자신이 참 한심했습니다.ㅠㅜ 

어찌보면 저 또한 획일화된 비민주적인 교육의 한 희생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ㅡ.ㅡ;;;


그동안은 해외여행 중에 영어를 구사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제가 주로 무언가를 돈을 지불하고 사는 입장인 구매하는 위치에 있고, 그들이 저를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제 영어가 비록 서툴거나 부족해도 의사소통하는데 전혀 불편함을 못느꼈습니다.

이런걸 쇼핑영어라고 한다죠? ^^;;;


그러나 이 곳에 와서 은행계좌를 개설하거나 자동차 면허를 취득하거나 아이들 학교를 보내는 등, 

내가 정작 필요해서 관공서 같은 곳에서 영어를 쓰려고 할 때에는

쇼핑영어처럼 그들이 먼저 나서서 나를 이해하려고 절대로 노력하지 않습니다. 안그래도 거만한 공무원들인데 ㅡ.ㅡ;;;;

오로지 내가 노력해서 그들을 이해시켜야만 하는데 이것이 서툴다보니 여기에서 제 자신이 참 한심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아마 대다수의 제 대학 동기들도 영어에 관한한 저와 비슷한 상황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ㅡ.ㅡ;;;;

요즘은 치과대학이나 의과대학에서도 영어회화에 강조를 많이 두기 때문에

영어 토익점수가 800점 이상이 안되면 아무리 학과성적이 우수해도 예과에서 본과로 진입을 못하고 아예 유급을 시킨다고 하니 

그나마 최근에 졸업하는 의사, 치과의사들은 저보다는 생활영어 활용에 있어서는 훨씬 나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술자리도 너무나 좋아하는 술고래였던 제가 지난 석달동안 술 한잔 못마셔서 몸무게도 6키로나 빠지고,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을 겪어 하루하루의 스트레스가 영어라면 당연히 하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야 맞겠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더 오기가 생겨 영어를 갈아먹을 때까지는 이 곳 미국에 더 머물러야 겠다는 생각이 드니, 

저야말로 진정 아메리칸 스타일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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