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용 입니다/현재 일상

두달 주부생활 해보니, 사회생활이 제일 쉬웠어요

달려라꼴찌 2010. 12. 18. 07:02

두달 주부생활 해보니, 사회생활이 제일 쉬웠어요



엄마를 너무나 보고 싶어하던 아이들을 데리고 이 곳 미국 뉴저지에 온 지도 벌써 두달이 다 되어갑니다.

이 곳에 처음에 왔을 때는 그저 관광이나 하면서 그동안 사회생활하느라 지친 저의 몸과 마음을 편히 쉬게하고 싶었지만,

결국 주부생활만 주로 하게 되었네요. ㅡ.ㅡ;;;

실험과 논문 준비를 하느라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너무 바쁜 아이들 엄마를 보면 가사 일을 안 도와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주부가 되어 아이들 씻기고, 밥 해먹이고, 학교 보내고 데려다 주고, 청소하고, 설겆이 하면서 

두달 가까이 주부생활을 해보니 정말 이것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입니다.

개인적인 시간은 하루 한시간정도 밖에 없을 정도로 너무 바쁘고 정신없다 보니 두달이란 시간도 눈깜박할 새에 지나가 버렸네요.


두달 정도 주부생활 하면서 요즘 제가 절실히 느끼는 결론은 

단연코, "사회생활이 제일 쉬웠어요~!!" 입니다. 

저보다도 몇배의 노동의 강도로 집에서 일하는 주부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__)

특히, 가사와 육아를 함께 짊어진 이 땅의 워킹맘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워킹맘이 아니라 수퍼맘이라는.... 






그래도 그나마 설겆이는 제가 제일 자신있게 잘하는 가사일이기도 합니다.

식기세척기가 구비되어 있지만 왠지 손끝에서 느껴지는 뽀드득~~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제대로 닦이지 않은 것같은 기분에

고무장갑도 없이 순수한 손으로만 설겆이를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주부습진은 없는 것 같습니다. ㅡ.ㅡ;;

설겆이 거리가 밀리지 않도록, 그날그날 바로바로 설겆이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ㅡ.ㅡ;;;







딸 아이들 머리 묶어주는 것도 제 일이 되었습니다.

서투른 아빠가 묶어주다 보니 아이들 머리숱이 군데군데 삐죽 튀어나왔네요. ㅡ.ㅡ;;;

저는 남자만 다섯인 5형제 중 막내로 자랐기 때문에, 딸 아이들 머리를 묶어 주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 아니었습니다.

딸 아이들 머리 묶어줄 때 제 손이 덜덜덜 떨리는 것이 치과 수술할 때 보다 더 긴장이 됩니다.

그나마 지금은 그래도 아이들 머리 묶어주는 스킬이 많이 발전해서 5가지 정도의 스타일을 구사할 수 있다는.. ㅡ.ㅡV







아침 7시반 쯤 첫째 딸 다현이를 먼저 학교에 보냅니다.

이 곳에 와서 아이들을 공립학교에 보내고 있는데, 학비가 무료입니다.

게다가 아내의 연봉도 현지인들에 비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의 급식이나 방과후 수업까지도 거의 무료입니다.

미국에 세금 한푼 낸 적 없지만, 이 곳에서는 우리 가족이 생활보호대상자인 셈이어서 

적어도 아이들 교육 문제에 있어서는 돈 들어갈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ㅡ.ㅡ;;; 

무엇보다 아이들도 이 곳에서의 학교 생활을 쉽게 잘 적응하여 친구도 많이 사귀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한국에서 사교육시키면서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아이들 키우는 것보다 

차라리 기러기 아빠 하면서 아이들 교육 시키는 것이 교육비가 오히려 더 적게 든다는 

기러기 아빠들의 웃지 못할, 자조섞인 농담이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ㅡ.ㅡ;;;







이 곳에서 공립 유치원을 다니는 5살 서현이는 오후반이기 때문에 

언니 다현이가 학교에 가고, 엄마를 연구소에 데려다주고난 후 부터 12시반까지는 아빠와 단둘이 집에 있습니다.


사진처럼 서현이가 밥도 잘 먹어주었으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서현이 밥 먹이는 것이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ㅡ.ㅡ;;


밥 한끼 먹이는 데 무려 한시간 반이나 걸립니다. ㅠㅠ

어린이 환자 부모님들에게는 아이들 충치가 잘 생기니까 너무 오랫동안 밥을 먹이는 습관은 안좋다고 조언해주면서

정작 제 딸들은 이렇게 오랫동안 밥을 입에 한가득 머금고 있는 나쁜 버릇이 있었습니다. ㅡ.ㅡ;;;

결국 서현이도 작년에 거의 모든 치아가 충치 생겨서 어린이 치과에서 값비싼 댓가를 치뤘습니다. ㅠㅠ


마음 같아서는 20분 이내 밥 안먹으면 밥그릇 확 치우고 싶지만, 

막상 한술두술 먹이다 보면 부모로서 욕심이 생겨서 그게 또 쉽지가 않습니다. ㅡ.ㅡ;;;







서현이를 밥 먹이느라 오전 내내 이어졌던 서현이와의 씨름을 끝내면, 

이제는 서현이를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공립 유치원에 데려갈 시간입니다. 물론 무료입니다. ^^;;;

유치원에 갈때는 부모님이 직접 데리고 가고, 집에 올때는 스쿨버스로 오는 시스템입니다.

이 곳에서는 아빠가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흔한 풍경인 것 같습니다.


서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오후 2시반 무렵 언니 다현이가 학교를 파하고 집에 돌아 올때까지의

한시간 남짓 정도가 저에게 주어진 유일한 혼자만의 시간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대부분 밀린 설겆이를 한다거나 편의점이나 은행을 간다는 것으로 금방 지나가 버립니다. 

편의점이나 은행도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있다보니... ㅡ.ㅡ;;;

 





어느덧 시간은 훌쩍 지나 다현이가 학교에서 돌아옵니다.

이 곳에서는 다현이가 2학년에 편입되었는데,

미국에 온 두달 동안 느꼈던 가장 흐믓한 광경이 아이들이 학교를 너무나 좋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를 다현이에게 물어보니,

"선생님들도 그렇지만 친구들이 너무너무 친절해... 

 놀리는 친구들도 없고 모두들 나한테 호감이 많아... 작은 것에도 칭찬을 많이 해... 

 학교 생활이 하루하루가 너무너무 즐겁고 기대되.." 였습니다.


음...아이가 학교를 좋아하는 것은 다행이지만... 

이 놈이 너무 이 곳 생활을 좋아해서 아빠를 기러기로 만들면 안되는데...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ㅡ.ㅡ;;;;







오후 4시 무렵 서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옵니다.

아빠가 좀 편하도록 사진처럼 언니 다현이가 동생 서현이를 이렇게 밥도 잘 먹여주면 좋겠지만, 

거의 대부분은 이제부터가 또 아이들 밥먹이는 전쟁이 시작됩니다. ㅡ.ㅡ.;;; 


아이들 엄마는 저녁 7시쯤 하루 일과가 끝나는데 아이들과 함께 자동차를 몰고 학교로 데리러 가여 합니다.

그렇게 엄마가 집에 돌아올 때 쯤이면 저는 거의 탈진하여 아이들을 엄마에게 떠 안기고는 그냥 벌렁 침대에 눕습니다.

하루종일 아이 돌보고 집안일 하면서 퇴근하는 남편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주부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ㅡ.ㅡ;;;


"집에서 애 볼래? 밖에서 일 할래?" 라고 물으면 당연히 일 하러 나간다는 우스개 소리가 

정말 실감 났던 두달 간의 주부생활입니다.


정말이지 사회 생활이 제일 쉬웠습니다. (__)

남편님들, 사랑하는 아내를 많이 도와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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