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용 입니다/현재 일상

아빠 차에만 왜 눈이 안왔냐고 묻는 5살 딸 앞에서 쓰러지다

달려라꼴찌 2011. 1. 28. 07:34

아빠 차에만 왜 눈이 안왔냐고 묻는 5살 딸 앞에서 쓰러지다






이 곳 미국 뉴저지는 정말 눈이 많이 오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한번 눈이 왔다 하면 적어도 20센티는 기본으로 오는데, 심하면 60센티까지도 오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아침에 눈을 떠보니 온세상이 하얗게 눈이 이렇게나 많이 왔습니다. 

밖에 나가 눈을 밟아보니 종아리 깊숙히까지 잠기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30-40 센티는 온 것 같습니다 .ㅡ.ㅡ;;;


급히 인터넷을 서치해보니, 아이들 학교는 휴교랍니다. ㅡ.ㅡ;;;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날은 대부분 학교가 휴교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가 유학 중인 대학교 연구소가 쉬는 것은 아니므로,

게다가 엄마는 학생 신분이 아닌 연구교수 신분으로 대학에 채용된 몸이기 때문에 학교에 출근해야 합니다.


엄마를 출근시키기 위해 저는 이제 삽을 들고 차 주변에 쌓인 눈을 치우러 나갑니다.

딸들만 신났습니다. 학교도 안가고 눈이 많이 온 덕분에 눈사람은 실컷 만들고요 ^^;;;


한국에서라면 눈이 이렇게 많이 내리면 주차장은 대부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되어있기 때문에

다만 출근길이 고달플 뿐 며칠간만 차를 운전안하면 되지만,

이 곳에서는 지하주차장을 가진 아파트란 것은 거의 상상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면 적어도 자기 자동차 주변에 쌓인 눈은 자기가 치워야만 차를 빼낼 수가 있는 시스템입니다. 


게다가 자기 집앞에 쌓인 눈을 치우지 않아 지나가던 행인이 짚앞에서 미끌어져 넘어져 다치면,

단순히 벌금을 무는 것이 아니라, 그 넘어져 다친 행인이 그 집 거주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인사사고이기 때문에 소송액수도 적어도 수십만불 이상부터 시작한다고 하네요 ㅡ.ㅡ;;

미국에서는 한 집안이 파산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런 인사사고로 인한 소송이라고 하는데, 

소송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눈이 쌓이면 열심히 자기집 앞 눈을 바로바로 치워줘야 한답니다.


그런데 그 눈이란 것도 어느정도 적당해야지 20센티, 40센티, 60센티 까지 온다면 눈 치우는 일만 해도 완전 중노동 수준입니다.







헉헉헉... 한 시간이나 흘렀을까.... 

제 얼굴과 옷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될 정도로... 

어제 밤 내린 눈을 열심히 삽질하면서 차 주변을 청소하고 나니...

이렇게 차 본네트 앞에는 진지가 하나 구축되었습니다..... 아이구 허리야 ㅠㅜ


이렇게 열심히 허리가 끊어지도록 삽질한 날은 정말 하루종일 앓아 누울 것만 같습니다. ㅠㅜ

군대 제대한 이후로 20년만에 처음으로 이렇게 삽질하고 나니 정말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이 새삼 존경스러워 집니다. 

여자분들도 열심히 자기 차 주변을 삽질 하시던데.... ㅡ.ㅡ;;






아침 일찌감치 저희 집 차 주변에 쌓인 눈을 치우고 난 후, 

손발이 덜덜덜 후들후들거리면서 지친 몸을 이끌고 

아이들 엄마를 출근시키기 위해 집 안에 들어오니 5살 딸 서현이가 깨어있었습니다.


5살 서현이에게 온 세상이 하얗게 될정도로 눈이 많이 내린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창문 밖에 눈 온 풍경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와~!! 눈이다~!!" 탄성을 지르며 창문 밖의 눈내린 풍경을 한참을 바라보던 5살 딸 서현이가 

순진하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되묻는 질문 한마디에 저는 그만 안그래도 후들거리는 다리 때문에 쓰러질 뻔했습니다.

 

그 질문은 다름 아닌...

"아빠, 그런데 아빠 차에만 왜 눈이 안온거야?"


"딸아....

너가 잠든 사이에 아빠는 우리 가족들을 위해서 삽들고 차 주변에 눈 치우느라 얼마나 뺑이 쳤는지 아니? ㅠㅜ"


20년만에 삽 들고 열심히 눈 치우면서 차 주변에 진지 구축을 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이렇게 군대 용어가 입 밖으로 뿜어져 나왔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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