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용 입니다/현재 일상

VIP 신드롬 피하려다 치과의사 욕한 사연

달려라꼴찌 2010. 7. 24. 07:25

VIP 신드롬 피하려다 치과의사 욕한 사연 

 

 

 

 

제 직업이 치과의사다 보니 주변에 치과의사, 의사, 한의사 등 의료인들과 많은 교류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의료인들도 환자를 볼때 종종 겪게되는 일종의 징크스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VIP 신드롬' 입니다.

언제나 반드시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친척이나 지인의 특별한 부탁을 받은 경우 또는 고위인사들을 환자로 보는 경우, 

더 잘해드려야지 하는 마음 속 다짐의 반복이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로 나타나는 것을 'VIP 신드롬' 이라고 합니다.

의사들이 자기 자식의 수술은 직접 집도를 못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특별히 더 잘 해주려고 하다 보니, 그것이 오히려 부담이 생기고 그 압박감이 수술이나 진료에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평소 제 몸에 문제가 생겨 병원에 가도  제 신분을 밝히지 않는데,

이것은 행여나 있을 수 있는 VIP 신드롬을 피하겠다는 생각도 있고, 담당 의사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이기도 합니다.

 

얼마전 제 몸에 문제가 생겨 간단한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간단한 수술이라 수면마취하에서 시술 받고, 당일 1일 입원만 하면 곧바로 퇴원하여 정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수술 날짜가 다가오자 며칠전부터 긴장되고 가슴도 콩닥콩닥 뛰는 것이 여간 두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제 환자분들도 임플란트나 사랑니, 잇몸 수술 며칠전부터 이런 기분일 것임을 생각하니,

환자분들께 평소에 조금 더 세심하게 배려해 드려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되뇌이며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 드디어 수술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너무 긴장을 한 나머지, 평소 본태성 고혈압 환자이기도 한 저의 혈압이 수술대에 누웠을때는 200 까지 치 솟구치고 있었습니다.

최대한 마음을 진정시켜 겨우 혈압을 160 이하로 달래고 나서야 마취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담당의사는 수면마취액을 정맥주사하면서 순간 팔목이 으스러질 정도로 아파오면서 동시에 졸음이 몰려 올 수 있으니

그대로 잠들면 된다고 합니다.

윽, 아니나 다를까  팔목이 으스러질 정도로 아파오긴 하는데, 잠은 커녕 오히려 눈만 더 말똥말똥해지는 겁니다. ㅡ.ㅡ;;;

음...치과에서 하는 수면마취랑은 좀 다른 시스템이네...

단순히 정맥주사로만 해결하려 하니 수면마취가 잘 안되는 건 아닐까...투여한 정맥주사제는 뭘까?

속으로 생각하면서 수술에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깨어있는 정신으로 의사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한시간 가까운 수술이 끝났습니다.

 

1일 입원실에서 지루한 몇시간을 보내고,

담당 의사가 수술부위의 지연성 출혈이 있는지 여부를 초음파 촬영을 하여 확인한 후 퇴원해도 좋다고 합니다.

 

다행히 수술부위도 깨끗하고, 고혈압에 비해 출혈도 거의 없다는 자신감에 찬 의사의 목소리입니다.

그러면서 의사 선생님께서 저에게 한마디 하십니다.

의사 선생님 : 그런데 최근에 치과치료도 함께 받으시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나 봐요?

달려라꼴찌  : 네? 제가 치과치료를 받아요? 그런적 없는데....

의사 선생님 : 어? 그래요? 아까 수면마취 되는 순간 잠드셨을때 잠꼬대 하시던데....

달려라꼴찌  : 헉, 제가 잠들었었다구요? 저 전혀 잠 안들었는데, 정신 계속 맑은 상태였는데...

의사 선생님 : 하하, 아까 잠 드셨었습니다.

                  그리곤 잠꼬대로 '치과의사가 말야, 좀 더 성의있고 따뜻하게 환자를 봐야지...' 라고 되뇌이시던데요? 

달려라 꼴찌 : 헉...사실은...그게 아니구요...제가 사실은 치과의사입니다....ㅠㅜ

의사 선생님 : 아? 네, 그러셨군요...ㅡ.ㅡ;;;

 

제가 그날 수술을 앞두고 굉장히 겁도 먹고 긴장도 많이 했었나 봅니다.

아울러 이렇게 환자 입장이 되어 두려운 마음으로 수술을 기다리다보니

제 환자분들께도 좀더 성의 있게 잘해야 겠다고 수없이 속으로 되뇌이게 되었던 것이, 

수술대에서 잠이 드는 순간 그런 잠꼬대까지 하게 된 것 같습니다. ㅡ.ㅡ;;;

 

아프고 예민한 상태로 오는 환자분께 두려움을 누그러뜨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자분과의 끊임없는 설명과 대화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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