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대학에 진학하여 치과의사가 되고싶은 분들에게
얼마전 모교 고등학교 강당에서 "직업탐구와 선배와의 대화"란 주제로
치과의사의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모교 고등학교 후배들에게 강연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니던 1980년대 중반은 과외 전면금지 시절이었기에
그저 학교 교과과정만 선생님이 하라는대로 따라가면 그것으로 충분히 페어플레이가 되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해서 사교육 열풍에 휘둘리는 고등학교 후배 아이들이 많이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반드시 치과 신세를 져야하기 때문에
초, 중, 고등학교 시절 죽마고우나 은사님들도 멀리서도 저를 찾아오기에 치과의사란 직업은 보람이 많은 직업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기술이 있기에 소외받는 이웃들에게 봉사와 기부도 할 수 있는 여력도 있어 감사한 직업이기도 합니다.
또 제 경우는 적어도 남에게 아쉬운 소리는 안할 정도의 삶을 주었기에 치과의사란 직업이 여간 감사한 직업이 아닙니다.
그러나 치과의사란 직업은
첫째, 치과치료의 특성상 돌이킬 수 없는 흔적이 남기때문에 동료 치과의사나 남들의 평가를 쉽게 받을 수 있는 직업이기에,
단 영점 몇미리의 오차도 용납하지 못하는 완벽주의가 되기 쉬워 스스로에게 엄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둘째,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입니다. 그것도 아파서 스트레스와 신경이 예민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직업입니다.
그렇기에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스트레스로 인한 외로움, 우울증은
치과의사에게도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세째, 아울러 극도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직업이기게 언론이나 매체에서 하루가 멀게 쏟아져 나오는
우리나라 의료인들에 대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직업입니다.
실제로 치과의사의 평균수명은 다른 직업군들보다 가장 떨어지며
자신의 직업의 만족도도 가장 떨어지고,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율은 가장 높은 직업이 바로 치과의사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치과의사란 직업이 열풍처럼 선망되는 것일까요?
치과의사란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안정적으로 고소득 수입을 얻을 수 있고, 정년이 없는데다가 개인 여가도 많이 난다는 이유일 것입니다.
이런 장미빛 환상...과연 진실일까요?
솔직히 고등학교시절 난다긴다 할정도로 상위 0.1% 이내의 우수한 학생들,
이쯤되면 천재라고도 불리울 법도 한 인재들이...
치과대학이나 의과대학으로만 쏠리는 현 세태를 보면 현직 치과의사로서 자랑스러워 해야할지 안타까와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국가적으로는 엄청난 손실이고 낭비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들끓는 젊은 피, 패기에 찬 청춘의 열정, 그리고 난다긴다할 정도의 창의력은 포기한 채
단순히 안정된 고소득이 보장된다는 말만 믿고, 막연하게 편안 직업이라는 환상만을 믿고
치과대학에 들어오는 상위 0.1프로 이내의 천재들은 결코 치과의사로서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편의점 갯수가 11000여개입니다. 그에 비해 치과의원의 갯수는 20000 여개가 넘습니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치과의사를 꿈꾸지 마십시오. 스스로에게 불행해질 뿐입니다.
어느덧 저도 중견 치과의사로 접어들었지만 저 정도의 경제적인 삶을 누리는 치과의사보다도
경영난에 빚에 허덕이는 치과의사가 훨씬 더 몇배나 많은 것은 엄살이 아닌 분명한 현실입니다.
치과의사라면 대부분 공감하는 치과의사로서 성공하기 위한 몇가지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첫째는 대인관계입니다.
무엇보다 사람이 제일입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따듯한 가슴이 치과의사의 제일 중요한 덕목입니다.
둘째는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기에, 아프고 예민한 환자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
즉 신뢰를 이끌어내는 능력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라뽀라고도 합니다. 카리스마라고도 불리우지만 이것은 권위주의와는 다릅니다.
세째는 섬세한 손재주입니다. 치과의사는 손으로 모든 것을 증명해야 하는 일종의 외과의사입니다.
제 아무리 아는 지식이 많아도 손으로 표현할 줄 모르면 치과의사로서 함량과 자격이 미달인 것입니다.
그리고 치과의사는 일종의 외과의사이기 때문에 손이 떨리면 그날로 은퇴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평균적인 치과의사의 정년은 50대 중반 정도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지 않은 것은 다름아닌 학교 성적입니다.
솔직히 의사란 직업은 수능 상위 0.1프로 이내의 천재와 수재들이 가질만한 직업은 절대 아닙니다.
치과의사는 상위 5프로 정도의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적성에 맞습니다.
실제로 난다긴다하는 그런 수재들이 치과대학에서 적응을 쉽게 못하고, 치과의사가 되어서도 불행한 삶을 사는 경우를
많이 보아봤습니다.
격변하는 시대의 흐름은 한치 앞도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현재 잘나가 보이고 선망되는 직업이 10년 뒤에는 어떻게 바뀔지 그 누구도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정말 하고 싶어 하는 것, 적성에 맞는 길을 찾아 묵묵히 외길을 파는 것이 오히려
인생에서 성공에 이르는 지름길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되 가장 중요하고 잃어서는 안되는 것은 바로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라는 가치관입니다.
이것이 40년 살아보니 그것이 어떤 분야이든 각자의 분야에서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남부럽지 않을만큼
훌륭하게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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