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퇴근을 반기는 딸들을 회피하는 치과의사 아빠
치과 진료실에서 평소 저의 진료하는 모습입니다.
치과 진료를 할 때 왱~ 하며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치과용 드릴을 사용할 때마다,
이렇게 함께 뿜어져나오는 물방울들로 인해 제 얼굴까지도 흠뻑 젖게 되는 일이 하루에도 수십번입니다.
치과용 드릴은 1분당 수천에서 수만회 정도로 워낙 초고속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그 때 발생하는 열로 인해서 치아 경조직이나 구강내 다른 연조직에 화상을 입힐 수도 있습니다.
이런 화상을 예방하기 위해 초고속 치과용 드릴에는 반드시 냉각용 장치로 물방울이 함께 뿜어져 나오게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치과진료할 때 사용하는 치과용 드릴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방울에는,
환자분의 입안에 있던 피나 각종 세균들이나 쇳가루도 함께 튀겨져 나와 저의 얼굴과 머리를 온통 적신다는 겁니다. ㅡ.ㅡ;;;
저의 안경이 늘 뿌옇게 안개 낀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사실은 이런 직업적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올 때면 현관문까지 한걸음에 달려와 "아빠~!!" 하고 반기는 딸 아이들이
행여라도 제 얼굴과 몸에서 나쁜 병균들에게 감염될까봐 뽀뽀는 물론 마음껏 꼭 껴안아 주지도 못하고,
저는 딸들을 뿌리치고 도망치듯 화장실로 달려가 몸부터 깨끗이 씻기 바쁩니다. ㅡ.ㅡ;;;
다행히 저는 안경을 착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덜 위험하지만,
안경을 끼지 않은 치과의사가 보안경 없이 치과진료를 진행하면
미세한 쇳가루가 눈에 수없이 많이 박혀 각종 안질환에 노출되는 것은 물론
특히 간염, 에이즈 등의 감염성 질환에도 굉장히 취약합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에이즈에 감염된 직업군들 중에서는 치과의사가 단연 제일 많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치과 진료할 때는 아래 위 모두 다른 까운을 입고, 평상시 착용하는 안경과는 다른 안경을 쓰는 것으로 어느정도 예방이 되겠지만
그래도 치과진료의 특성상 물방울을 온몸으로 맞을 수 밖에 없는 이상 그 한계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을 하면 치과의사란 직업은 매우 위험한 직업이며,
속된 말로 자기 몸 팔아서 이윤을 얻는 블루칼라 직업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하던 진료를 잠깐 멈추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은 후 다시 이어서 진료를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치과진료에도 리듬을 타는 것이 중요하고 그 리듬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도,
그래서 제 앞에 누워있는 환자분의 만족할만한 치료결과를 위해서도,
저를 열정적이게 만드는 치과의사 직업을 위해서도,
이런 피 튀기는 물방울 세례에도 아랑곳 않고 리듬을 깨뜨리지 않고 멈추지 않고 진료를 끝까지 진행하곤 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이 있어도, 열정이 있는 사람에게는 못 당하고...
아무리 열정에 활활 타올라도, 그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에게는 결코 못 당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즐긴다는 것도 결국 열정이라는 밑바탕이 있어야 진정으로 즐길 줄 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일해왔던 치과의사인 저는 이제는 즐긴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천상 치과의사입니다.
I love dentis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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