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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되려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간 과학영재, 선배로서 씁쓸해

달려라꼴찌 2012. 1. 3. 08:00

연대치대 간 과학영재, 선배로서 씁쓸해




 

오늘 현직 치과의사인 저로서는 눈에 번쩍 뜨이는 기사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서울대 수시 최연소 합격자 "연대 치대로 진학할래요" 라는 포탈사이트 메인 뉴스로 소개된 기사였습니다.




일단 제 모교가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제 후배가 될 대한민국에서도 알아주는 과학영재가 하필 왜 연대 치대로 진학을 결심했는지

환영하는 마음 반, 호기심 반하는 마음으로 기사내용을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음....

연대 치대로 진학하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가 치의학 분야에 특별한 관심과 열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미래를 보고 선택했다는 말에 

연대 치대를 졸업하고 치과의사가 된 선배로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치과의사로서의 삶이 과연 사람들의 믿음대로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것인가?

치과대학을 졸업하면 절대다수가 동네 치과를 개업 운영하는 치과의사로서의 삶을 살게 될텐데...

지나온 10여년을 단 하루도 맘 편히 두발 뻗고 잠을 못이룰 정도로 치열하게 지금까지도 이어온 개업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얼마전 있었던 연대 치대 고등학교 동문회 모임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도 23년이 된터라 제일 어린 연대 치대 후배인 치의예과 2학년 후배도 저와는 2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사진 속의 치의예과 2학년 후배의 수능 전국등수가 10등 내외라는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수석으로 연대 치대에 들어왔나? 그런 것도 아니랍니다.

오히려 적어도 수능 전국등수가 100등 이내로는 들어야 연대 치대를 들어올 수 있다는 후배들의 말에 또 한번 깜짝 놀랐습니다.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의대, 치대로 대한민국의 영재들이 몰리는 현상...

 

이쯤되면 천재라고도 불리울 법도 한 인재들이,

치과대학이나 의과대학으로만 쏠리는 현 세태를 보면 현직 치과의사로서 자랑스러워 해야할지 안타까와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만,

국가적으로는 엄청난 손실이고 낭비인 것만은 틀림 없습니다.


어느덧 저 역시도 중견 치과의사로 접어들었지만 겨우 저만큼의 경제적인 삶을 누리는 치과의사보다도

경영난과 빚에 허덕이는 치과의사가 훨씬 더 몇곱절이나 많은 것은 엄살이 아닌 분명한 현실입니다.

  

들끓는 젊은 피, 패기에 찬 청춘의 열정, 그리고 난다긴다할 정도의 창의력은 포기한 채...

단순히 안정된 고소득이 보장된다는 말만 믿고, 막연하게 편안 직업이라는 환상만을 믿고는...

의과대학이나 치과대학에 들어왔던 천재들은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은 

동료 선후배 등 주변에서 수없이 많이 지켜봐서 경험적으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삼성이라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다니다가, 보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미래를 위해서

수능부터 다시 시험치고 경희대 한의대를 들어가서 졸업한 후 꿈에도 그리던 한의사가 되었지만, 

지금은 시대의 흐름만 쫒던 자신의 어리석은 선택에 회한과 후회 속에 하루하루를 사는 지인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오로지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에 열정을 가지고 한우물만 파던 한 친구는

결국 그분야에서 연매출 수천억대의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사업체로 성장시켜 거느리며 

아시아, 유럽, 미주대륙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는 친구도 있습니다. 


이렇듯 격변하는 시대의 흐름은 한치 앞도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현재 잘나가 보이고 선망되는 직업이 10년 뒤에는 어떻게 바뀔지 그 누구도 아무도 모릅니다.

정말 하고 싶어 하는 것, 적성에 맞는 길을 찾아 열정을 가지고 묵묵히 외길을 파는 것이 오히려

인생에서 성공에 이르는 지름길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되 가장 중요하면서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것은 바로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라는 가치관입니다. 

이것이 42년 살아보니 그것이 어떤 사회 분야이든 각자의 분야에서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남부럽지 않을만큼 훌륭하게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이었습니다.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열정, 그리고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이 둘을 잃어버린다면 그것은 이미 청춘이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등 떠민 우리의 사회 분위기가 많이 씁쓸한 것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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