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엄마의 개구쟁이 아들 젖니 뽑는 법
아이들이 만 6세 무렵이 되면 아래 앞니부터 젖니(유치)가 하나둘 뽑히면서 영구치로 교환하기 시작하는데,
치과의사 엄마 아빠들은 막상 자신의 자녀들의 젖니는 어떻게 뽑아주고 있을까요?
치과의사 엄마 아빠들이라고 해서 여타 부모님들과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당장 저부터도 첫째딸 다현이의 젖니를 치과의사 아빠인 제가 직접 못뽑고 할머니가 뽑아주셨으니까요 ㅡ.ㅡ;;;
아빠가 치과의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다현이도 막상 이가 흔들리면 아빠한테는 절대 안보여주려고 한답니다. ㅡ.ㅡ;;;
여기 오늘 치과의사 엄마가 개구쟁이 아들의 흔들리는 젖니를 뽑게되면서 서로 신경전을 펼쳤던
동료 여자 치과의사의 좌충우돌 재미난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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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시계...
그렇다. 굳이 생체시계라고 말할 필요 없이 누구에게나 자기 자신만의 인생의 시계가 돌아간다.
몸이 자라는 시간, 그리고 지혜를 쌓고 깨쳐가는 시간....
그러나 우리는 절대시간에 맞춰 살아가야하고 그 시간에 맞추지 못하면 안달복달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첫째 아들 화섭이...
11월 생이라 처음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두번째로 작았다.
음.. 그나마 두번째라고 좋아했더니 첫번째로 작은 아이는 그 다음해 1월생이었던 거다. ㅎㅎ
어릴수록 하룻 햇볕이 무섭다는데 같은 반 아이들도 그 성장 정도가 편차가 커서 화섭이가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는데...
학년 초에 흔들리지도 않는 아래 앞니를 흔들고 앉아 있길래 그 이유를 물었더니
친구들은 모두 이갈이를 시작 했는데 자기만 아직 한개도 젖니가 안빠져서 걱정이 된다는게다.
때마침 동화책 Arthur series의 주인공 Arthur가 이가 늦게 빠져서 친구들에게 baby라고 놀림받다가
치과에 가서 그 치과의사 선생님도 10살인가 되어서야 젖니가 빠졌다는 이야기에 위로를 받고
그이후로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다가 저절로 젖니가 빠졌다는 이야기를 읽게 되어
스스로 감정이입 되었는지 한동안 잠잠했었었다.
때가 되어 화섭이의 아래 앞니 유치가 처음으로 흔들흔들할 때,
개구쟁이 아이가 스스로 혀로 밀어도 보면서 재미있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하면서,
행여나 치아가 빠질 때 아프지는 않을까 두려움으로 기다리는 모습을 보니 엄마인 나로서도 흥미로왔다.
게다가 아이에게 유치 밑에 영구치가 잠자고 있는데 네가 잘 먹고 잘 자고 해야 쑥쑥 자란다는 것과
유치를 너무 빨리 빼면 영구치가 어디로 나와야할 지 갈길을 잃는다는 설명..
그리고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다림의 미학'을 알려주는 기회가 될 수 있으니...
한 날은 내가 치과를 퇴근하고 집으로 왔더니 흔들리는 치아로 아들이 너무 호들갑을 떨고 있길래
"어디 한번 엄마가 보자..." 그러고는 치과의사 엄마답게 순식간에 젖니를 뽑아줬더니
울까, 웃을까 하는 표정이 너무 재미있어 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다. ^^
치과의사 엄마에게 처음으로 치아를 뽑히던 그 날,
화섭이는 너무 당황했었는지 두번째로 흔들리는 이는 그렇게 빼지 말란다.
"그럼 어떻게 해줄까?" 했더니 자기가 잠자고 있을 때 빼달란다.
"알았어 엄마가 그렇게 해줄께.." 했지만 하루의 치과 일에 지쳐 너무 피곤한 나머지 나부터도 잠들기 바빠서
아들의 치아 발치를 시도도 못해본 날이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나흘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이면, "어? 엄마 지난밤에 안빼셨어요?"
나의 대답은 "네가 이불 꽁꽁 싸고 자서 이불에 피 묻을까봐 못뺐어~"라는 변명이었다. ㅎㅎ
그랬더니 이 녀석, 자기를 뒹굴뒹굴 굴려서 맨바닥으로 옮긴 후 뽑으란다. ㅡ.ㅡ;;
그렇게 몇날이 흘러서 어느덧 치과의사인 내가 보기엔 그냥 톡 쳐도 빠질 정도가 되었는데,
그냥은 절대 안빼겠단다. ㅡ.ㅡ;;;
"음, 그럼 실을 한번 달아보자."
"엥? 안 아프죠?"
"응, 실만 다는거야."
그러고선 실을 다시는 풀수 없게 꽁꽁 묶었다. ㅎㅎㅎ
입 밖으로 나온 실...
산수 문제를 풀게 하고 "너, 느릿느릿 꾀부리면 엄마가 와서 확~!! 실 잡아당긴다~" 엄포를 놓았다.
개구쟁인 아들은 '아니 이게 왠일이야? 윽 엄마한테 당했다 OTL' 하는 표정으로 삽시간에 눈이 동그래지고
엄마가 슬슬 다가가니 실을 호로록~~ 입안으로 숨겨버리는 것이었다. ㅡ.ㅡ;;;;
와하하~^^ 한 때 말괄량이로 장난도 심했던 나의 기질은 이제 어디 갔을까? 옛 생각이 나서 너무 재미있었다. ^^
그러고는 나 몰라라 하고 설겆이며 빨래며 집안일을 하는 중에 들려오는 소리...
"엄마아아~~~ 빠졌어요~!!"
산수 문제 하나 풀고 심심해서 실을 당겨보고 하다가 툭 빠진 것이다. ^^
"오, 축하해~!! ^^"
작은 해프닝이었지만 나중엔 추억으로 남겠지...
화섭아, 너만의 속도로 너의 시계는 돌아간단다.
가끔 성질 급한 엄마가 너무 재촉할 때도 있지만서도....
너도 들리지? 째깍째깍...
엄마는 너무 기대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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