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마감 시간이 다 되어 방문한 진상 환자

병원 마감 시간이 다 되어 방문한 진상 환자

치과의사란 직업도 결국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보니까 

세상의 온갖 다양한 사람들을 맞부딪히게 되는데, 여기에는 이따금 소위 진상(?) 환자도 있기 마련입니다. ㅡ.ㅡ;;;

더구나 요즘처럼 불쾌지수도 높은 무더운 여름날씨에,  

의사를 못믿는 불신감이 팽배하여 자기고집만 앞세우는 소위 진상 환자를 만나게 되면, 

치과의사 역시 사람인지라 지치고 짜증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밖으로 드러내고 표현할 수도 없습니다. ㅠㅠ

오늘은 동료 원장님의 어느 무더운 여름날 그날의 마지막 진료를 하다 만난 환자분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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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마감 시간이 다 되어 오신 중년의 마른 체격의 깐깐해 보이는 남자 분....

이 분이 우리 치과에 오시기까지는 문의 전화를 3-4통은 하셨다고 하는데,

질문의 요지는 치아를 깍아서 씌우는 비용부터 치아가 깨졌을 때 어떤 치료를 하는지까지

일일이 접수대의 코디네이터 분께 굉장히 자세히 문의하셨는데,

한번도 얼굴을 뵌적이 없는 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치과에 들어오시는 순간 이 분의 말투로 바로 알아보았다고 한다. ^^;;;

아무튼 이 환자분은 금니를 씌우는 비용이 다른 치과보다 싸다고 오셨다고 한다. ㅡ.ㅡ;;;

음... 주변 치과들의 덤핑공세에도 꿋꿋이 소신진료를 해오던 우리 치과가 싸단 말이지? 거참 이상타....

아무튼 병원을 선택하는데 가히 좋은 기준을 가지고 계시지는 않은 듯 한데....

벌써 다른 치과들은 이미 여러군데 다녀오셨고, 전화로도 여기저기 여러군데 알아보고 오셨다는데,

위 어금니가 깨져서 금니로 씌워야 한다는 말씀을 듣고 오셨단다.

환자 : 어금니가 깨져서 깨진 치아 조각을 우유에 담가서 치과에 갔더니 

        그 선생님이 인터넷을 너무 많이 보고 믿어서는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우유나 생리식염수에 담가서 치과에 가는 경우는 치아가 깨지는 경우가 아니라, 

         어딘가에 부딪히는 사고로 치아가 통째로 뿌리째 훌렁 빠진 경우입니다.ㅡ.ㅡ;;)

그리고 연이은 폭풍 질문

환자 : 이 치아를 꼭 금니로 씌워야 하나요? 엑스레이를 꼭 찍어야 하나요?

치과의사 : 환자분, 지금 깨진 부위는 윗니 중에서도 가장 힘을 많이 받는 부위여서 

              단순히 떼우는 치료를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그 부위에 임시로만 임시가봉재로 떼워져 있기 때문에 

              그 속에 충치가 남아있는지 어디까지 깨져있는지 제가 모르기 때문에 마취를 하고 검사를 해봐야 합니다. 

              금니로 씌울지 말지는 남아있는 치아의 건전한 부위의 크기와 상태로 결정되니 진단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금니로 씌울 때와 안 씌울 때의 장단점과 신경치료의 가능성, 치료 방법에 대해 일일히 설명할 때쯤 

이미 진료 마감시간이 훌쩍 넘었다. ㅡ.ㅡ;;;

그러나 환자분은...

환자 : 마취요? 지난 치과에서는 마취없이 보았는데요? 저는 마취하기 싫습니다. 

결국 환자분의 강력한 요구에 마취없이 임시가봉제를 제거하려고 조금 진행해봤지만 

환자분은 더는 못참겠다고 마취 해달라고 하였다. ㅡ.ㅡ;;

지난 치과에서는 바빴거나, 아니면 무슨 이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위에만 임시약제만 발라 놓았던 모양인데 나만 이상해졌다.

결국 본인이 시간이 없다면서 치료는 마무리 못하고 일어서셨는데,

이 환자분께 한시간 넘게 설명하느라 아픈 내 목보다 마냥 나를 괴롭혔던 것은,

환자가 의사를 믿지 못하고 시험하는 느낌 때문이었을 것이다.

믿지 못할 세상이 되어 미쳐돌아가는 세상에... 의사나 환자나 모두 휩쓸린다.

예전 같으면 내가 설득력이 없었나 스스로 자책도 할테지만 

지금은 워낙 치과에 대한 많은 정보가 노출되어있고, 치과 쇼핑을 하는 환자들도 많으니 

정작 환자 입장에서는 알쏭달쏭, 갈팡지팡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에 따라 의사도 소위 진상환자들을 감별하는 것이 당연하리라 여겨진다.

환자가 자가진단하고 치료계획을 스스로의 고집대로 세우고, 병원마다 이리저리 비교해서 본인이 취사선택하고, 

의사는 하라는대로 선택 당하고...?

최근 됫돈 거래가 이루어지는 순수성 없는 제품평을 쓴 파워블로거와 관련된 뉴스를 접하면서

또, 그런 정보들에 좌지우지되는 사람들을 보면서...

무엇을 보고 믿어야 되는지, 넘치는 정보들을 다시한번 스크리닝해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 분은 전화로 다시 예약을 하셨다는데, 다시 뵙게 되면 초심으로 돌아가서 더욱 친절하게 봐드려야겠다.

아....날 참 무더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