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방문 후 치과의사로서 애완견에게느낀 미안함
강아지도 잇몸병(치주질환)에 걸릴까요?
아파도 표현을 잘 못하는 말 못하는 짐승이기에 우리가 쉽게 인식하지 못하지만,
우리가 키우는 애완동물들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잇몸병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동물병원을 다녀와서 11년을 키워온 애완견이 잇몸병 때문에 고생한다는 것을 발견하곤 강아지에게 미안했던,
그리고 사람에서의 예방적 스케일링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하게 된
동료 치과의사의 재미난 경험담을 소개해드립니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데리고 며칠 전 동물병원에 다녀왔습니다.
나이는 11살, 말티즈....
처가댁에서 키우던 강아지인데, 가끔씩 데려와서 몇일씩 저희 집에 머물다 가곤 합니다.
제가 와이프랑 연애할때 처음 만났을 때 모습입니다.
이때 나이가 5살쯤 되었을 때입니다.
보통 개들은 사람보다 성장속도가 6~ 8배정도 빠르다고 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가 5살이니, 사람 나이로 한 30~40살쯤 되었을 때 저와 해리는 만났나 봅니다.
그 당시에는 이렇게 털도 보송보송하고, 목욕도 자주 시켜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은은하게 향도 나는 멋진 말그대로 엄친개였습니다. ^^
해리의 최근 모습입니다.
현재 11살 (사람나이 60~80세).....
외모상으론 6년전과 크게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 달라진게 크게 세가지가 있습니다.
1. 눈가에 눈물이 흘러나와 눈가 주변으로 거무스름하게 변한 것과
2. 까맣던 코가 약간 탈색되듯이 군데 군데 하얗게 변했다는 것,
3.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 제가 말씀드리려는 주제인....
입냄새가 심해졌고 간간히 이빨들이 빠진다는 것입니다.
해리야~~!
부르니까 귀를 약간 쫑긋거리네요...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귀엽습니다. ^^
그런데, 해리가 최근들러 자주 짖어서 동물병원에 상담하러 갔는데 매우 흥미로운 걸 보게 되었습니다.
애견의 80% 이상이 3~4세 이후 치주질환에 걸린다는 포스터입니다.
강아지의 구강관리를 위해 평상시에 칫솔질, 강아지들이 먹는 츄잉컴, 입안 헹궈주는 가글액을 쓰고,
동물병원에 와서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받자는 이야기입니다.
하하, 강아지도 정기적인 스케일링이라....
제가 치과의사인지라 너무 흥미롭더군요.
그리고 이 포스터를 보니 문득 해리의 입안 상태가 궁금해졌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사실 예전부터 해리의 스케일링을 해줄려고 했었는데,
몇년전 해리가 전신마취 후 스케일링 받았더니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며....
식구들이 다시 스케일링 시키는걸 꺼려해서 한동안 해리의 입안은 방치가 돼 있었습니다. ㅡ.ㅡ;;;
억지로 억지로 와이프한테 해리 입을 열어보라고 하였습니다.
해리 입안을 보기가 여간해서는 어렵습니다.
윽, 이빨도 많이 썩어 있고,...이빨 사이 사이에 노란색으로 지저분한 것들(치태, 치석)이 많이 끼어 있었습니다. ㅠㅜ
저 긴 송곳니 뒤쪽으로도 작은 어금니들이 좌르륵 보여야 하는데,
이미 잇몸병(치주염)으로 주인인 저희들도 모르는 사이에 이빨들이 숭숭 빠져버린 것 같습니다. ㅡ.ㅡ;;;
몇몇 치아들은 이미 지지기반을 잃었는지 흔들 흔들 거리기까지 합니다.
치과의사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의 구강상태가 저렇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졌습니다. ㅠㅜ
사실 사람들이야 잇몸에서 피가 난다든지, 들뜬 것 같은 느낌이 들때마다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받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강아지들은 스케일링을 받을 때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으니, 스케일링을 할 때마다 전신마취를 해야하는 부담이 따릅니다.
또, 애완동물의 스케일링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스케일링전에 피검사도 해야 하고 , 나이가 들어 해리 간수치가 안 좋다고 하며 수액도 같이 맞아야 한다고 하고...
기타 등등 여러가지 조건이 붙어 비용이 사람 스케일링 비용의 3-4배 이상이였습니다.
(해리야~ 네가 받는 스케일링이 사람받는 것보다 몇배나 더 비싸구나... ㅡ.ㅡ;;; )
강아지의 잇몸병(치주질환)....
치주과 전문 치과의사인 제가 보기엔 상당히 의미심장한 일입니다.
강아지의 경우가 바로 제대로 구강관리를 받지 못한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일이니까요. (개를 사람에 빗대어 죄송합니다. ㅡ.ㅡ)
개들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보니,
나이가 들었을 때 사람에게 생길 수 있는 건강과 관련된 것들이 짧은 시간(10~15년)사이에 다이나믹하게 펼쳐집니다.
대부분 사람들이스케일링이나 치과 치료 자체를 꺼려 합니다.
스케일링을 받고 났더니, 치아가 벌어진 것 같기도 하고 시려졌다며, 치과 치료에 부정적인 어르신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치과치료를 자주 받을 수 없는 강아지에게 생길 수 있는 일들(치주염)이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안 받는 사람들에게도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선진국, 살기좋은 복지국가라고 알고 있는 북유럽국가들은 정기적인 치과 방문이 의무로 되있습니다.
매년 치과에 방문을 하고 필요한 치료들을 받는데,
실제로 병이나서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닌, 예방 위주의 치료를 받게 됩니다.
500명 이상의 16~34세 노르웨이 남성을 1969년부터 26년이라는 오랜 기간동안 추적 관찰하여 발표된 논문을 본적이 있는데,
입속 청결 상태가 양호할 경우 26년이라는 긴 기간동안 99.5%의 치아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럼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 까요?
통계청에 따르면 40대 이상에서 우리나라 인구의 40% 정도가 치주질환을 앓고 있고,
가벼운 치은염까지 포함하면 70%가까이 잇몸병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40~50대에서 50~60대로 넘어가면서 평균 4~5개 정도의 치아를 상실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병이 생기면 치료를 받는 미국식 의료가 대한민국에서 보편화된 것이 한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1. 6개월이나 1년에 한번씩 비용이 조금씩 나가지만, 별로 아프지 않은 정기적인 구강검진 혹은 스케일링을 받는 것과...
2. 아프지 않아서 혹은 치과치료가 무서워서, 스케일링은 싫으니까 오랜기간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가,
이가 흔들린다던지, 잇몸에서 고름이 나온다는 이유 등으로 치과에 방문해서 한꺼번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치료를 받는 것...
이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여러분들은 어떤 것들을 선택하겠습니까?
저라면 당연히 전자인 1번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1. 오랜기간 치아를 유지하고 보존하기 위해선 정기적인 구강검진과 스케일링이라는 예방치료가 필요합니다.
2. 전체인구에서 생각보다 많은 비율 (40대이상 70%이상)의 사람들이 잇몸병에 이환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철저하고 조속한 잇몸관리가 필요합니다.
PS) 해리야~ 너도 스케일링 받게 해줄께,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 ㅠㅜ
저도 스케일링 시켜주세요. 향기나는 강아지로 돌아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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