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용 입니다/딸딸이 아빠

어린 딸들만 데리고 여행 중인 아빠의 고민

달려라꼴찌 2011. 4. 20. 07:30

어린 딸들만 데리고 여행 중인 아빠의 고민



저는 지금 아이들 엄마 없이 어린 딸들과 함께 여행 중입니다.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때 못가본 곳도 둘러볼겸, 아이들이 너무나 열광하는 이 곳 플로리다 올랜도 디즈니월드(Disney World)에

아이들과의 약속대로 일주일간의 봄방학을 이용하여 다시 방문하였습니다.

학교 실험실 연구로 늘 바쁜 엄마는 함께 갈 꿈도 못꾸고, 

아빠인 저 혼자 어린 8살 5살 딸 둘만 데리고 말도 잘 통하지 않은 머나먼 미국 땅 한복판으로 7박8일간의 여행을 계획하면서,

제 자신도 참 겁도 없이 대단한 용기를 지녔구나 하면서 스스로 대견해 했습니다. ^^;;;

어느덧 디즈니월드에서의 4일간의 일정의 마지막날이 되었고, 내일부터는 올랜도 씨월드(Sea World)를 방문할 계획입니다.


사실 아빠 혼자서만 어린 아이들만 데리고 여행을 한다는 것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었는데,

다른 무엇보다도 엄청난 인파로 바글바글 거리는 디즈니월드라는 유원지 한복판에서 

행여나 아이들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위 사진처럼 핑크색 인식표 손목밴드, 아기곰 미니 GPS, 손목시계형 워키토키 무전기였습니다. 

개목걸이처럼 생긴 밧줄도 준비했었지만 2돌 전후의 아이들을 위해 나온거라 너무 작아 사용하기가 곤란하더군요. ㅡ.ㅡ;;;





그런데 막상 여행을 시작해보니....

제 자신이 대견스러울 정도로 너무너무 일이 순조롭게 착착 진행이 잘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너무 바쁜 아내 없이도 저 혼자서 아이들만 데리고 얼마든지 중장기간의 여행을 할 수 있겠구나하는 자신감도 생기구요.  




칙칙한 홀애비 아빠 혼자서 어린 딸들 데리고 여행하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아이들 옷차림에 나름 신경 많이 썼습니다. ㅡ.ㅡ;;;

매일 매일 새로운 옷으로 갈아 입히고, 머리도 단정히 묶어주고....


아이들도 늘 이건 하지마라 저건 어째라 간섭하며 야단도 많이치는 엄마보다는 

뭐든 다 들어주고 다 해주는 아빠랑 여행을 하니, 자기 세상 만난 듯 정말 너무 즐거워하는 하루하루입니다. 



라푼젤을 닮고 싶어하는 긴 머리를 지닌 딸 아이들이라 조금만 엉클어져도 너무 지저분해 보입니다. 

이렇게 빚과 머리끈을 늘 지니고 다니면서 수시로 머리를 빗고 묶어줘야 합니다. 


미키마우스니 백설공주같은 디즈니 캐릭터들과 기념사진을 찍을 때는 기왕이면 머리도 단정하고 이쁜 모습으로 찍는게 좋으니까 

사진 찍기 직전에는 배낭에서 주섬주섬 빚을 꺼내들고 딸 아이들 머리를 다시 다듬어주곤 했는데,

이렇게 아빠가 딸들 머리를 묶어주는 장면은 미국인들이 보아도 조금 생소한가 봅니다. 

주변의 모든 시선이 딸들 머리 빗겨주고 있는 저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ㅡ.ㅡ;;;; 




휴... 그런데 이 곳 플로리다의 현재 날씨는 어찌나 더운지 한국의 8월 한여름 날씨입니다. 

아이들의 짧은 팔과 반바지, 속옷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딸들이 잠든 야밤에 저는 몸은 피곤하지만 또 열심히 아이들 옷을 빨래 합니다.


일주일 내내 단벌로 버틸 생각으로 제 것은 안 빨아도, 

딸들에게는 조금이라도 깨끗하고 쾌적한 여행을 즐기게 하고 싶어서 딸들 옷은 열심히 빨래 하는 것을 보니 

저도 어쩔 수 없는 부모인가 봅니다.

 




드디어 오늘은 디즈니월드에서의 마지막 날입니다.

평소 제가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바로 기구를 타는 것이었습니다. 

딸들과 함께하는 이번 디즈니월드 여행의 하일라이트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디즈니월드에서의 기구(Characters in Flight)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8살 첫째 딸 다현이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안그래도 디즈니월드의 급격한 실내외 온도차, 아직은 추운 뉴저지 날씨와 무더운 플로리다의 날씨 차이로 인한 

감기기운이 여행 다음날부터 조금 있어서 약을 사다 먹이고 있는데 이제는 머리가 아프고 현기증이 난다고 합니다. ㅠㅠ 


윽...어쩔 수 없이 기구 타는 것을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가서 쉬자고 다현이에게 말하였더니 다현이의 대답이 가관이었습니다.

"아빠 내가 좀만 더 참을테니까 기구 그냥 타면 안돼? 아빠가 꼭 타보고 싶었던 꿈이었다고 했잔아..."

헉... 이 놈이 아빠 위해서 지 아픈 것을 참겠다고 하니 속으로는 기특했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ㅡ.ㅡ;;;


부모가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이벤트를 꾸미는 것이, 

사실은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부모님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려고 억지로(?) 따르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뇌리를 스쳤습니다.

 




결국 디즈니월드에서의 마지막날 일정을 모두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와 8살 다현이는 자리에 누워 잠들었습니다. ㅠㅠ


지금 이 글도 잠자는 아이들 곁에서 쓰고 있습니다.

엄마 없이 어린 딸들만 데리고 여행을 계획하면서 아이들 잃어버리지 않는 것에만 신경을 썼지, 

아이들이 이렇게 아플 수도 있다는 것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변수였습니다. ㅠㅠ


이제 겨우 엄마 없이도 아빠 혼자서도 어린 딸 둘 데리고 어디든지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는데 말이죠 ㅠㅠ


아직도 이번 여행이 끝나려면 4일이나 남았는데 부디 아픈 다현이가 빨리 나아서 

내일부터 시작하는 올랜도 씨월드 일정에서 돌고래, 펭귄에게 먹이도 주고 범고래(Shamu)쇼도 보면서 

아빠하고만 가는 첫 여행을 멋지게 마무리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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