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용 입니다/딸딸이 아빠

남의 물건 손댄 딸에게 충격받은 아빠의 행동

달려라꼴찌 2010. 4. 25. 07:14

남의 물건 손댄 딸에게 충격받은 아빠의 행동

 



다현이는 유치원 다니던 시절의 친구들과 함께 모여 초등학교 방과후에 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다현이가 아빠에게 알록달록하고 영롱한 젤리같은 구슬 바구니를 자랑하는 것입니다.



다현 : 아빠, 이것 봐. 예쁘지?

아빠 : 우와, 정말 예쁘고 알록달록 신기한 구슬이네? 젤리 같아... 이거 어디서 났어? 할머니 졸라서 샀니? 

다현 : 아니, 친구가 줬어. 

아빠 : (깜짝 놀라며) 친구가? 이렇게 커다란 구슬 바구니를 통째로 줬다고? 


커다란 구슬 바구니를 통째로 다현이에게 친구가 선물했다는 말에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아이들끼리 행여나 예쁘고 탐나는 것에 대한 견물생심이나 비교, 또는 시기심이 생기지 않게끔 

학교나 학원에서는 엄격하게 아이들이 장난감 같은 것을 못가져오게 했어야 하는거 아닌가? 

이렇게 아이들이 장난감들을 가져와도 되게 하면 교육적으로 좋지 않을 것 같은데... 

하는 정도로만 이때만해도 그리 크게 대수롭게 생각하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후 며칠 뒤 다현이가 친구에게 빌려왔다는 캐릭캐릭 체인지 만화책 한권에 

저는 결국 다현이가 남의 물건에 손 댔다는 사실을 강하게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헉, 부족한 것 없이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ㅠㅜ

다현이가 남의 물건에 손 댔다는 사실이 아빠인 저에게는 정말 충격적이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ㅠㅜ

그리고 무엇보다 이 시점에서 다현이에게 노골적으로 따끔하게 지적하고 야단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직은 다현이가 남의 물건을 훔친 것이란 심증만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회적으로 처신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어떤 것이 부모로서 올바른 행동인지 쉽게 판단이 잘서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바로 그 길로 서점을 달려갔습니다.

그리곤 캐릭캐릭체인지 만화책 지금까지 나온 전집 20권을 모두 사와 다현이 앞에 건넸습니다. 

 


아빠: 다현아, 정말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아빠한테 말하렴

       예쁘고 부럽다고해서 친구들한테 너가 자꾸 집으로 빌려오고 그러면 아빠는 기분이 정말 많이 안좋아.

       앞으로 한번만 더 친구들한테 예쁜 것들, 장난감들 빌려오면 아빠는 그때 정말 크게 화낼거야

       그리고 빌려왔다는 구슬 바구니, 캐릭캐릭체인지 책 이 것 모두 내일 당장 그 친구들한테 돌려줘야 한다 알았지?

다현 : (고개를 끄덕이며) 응. 알았어 아빠 (그러나 다현이 표정은 아무래도 아빠 눈치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 속 한편에선 아직도 다현이가 지금껏 아빠에게 했던 말이 사실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한가득이었습니다.


다음날 아내는 대전에서 부랴부랴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학원 선생님과 통화했더니 다현이가 친구의 물건을 훔친게 맞다고 합니다. ㅠㅜ

다현이가 선생님께 그동안의 모든 것을 고백하고 자초지종을 모두 이실직고했다고 합니다. 

다현이는 무엇보다 엄마, 아빠가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는 것 같다고 그것이 제일 두렵고 불안하다고 했답니다.ㅡ.ㅡ;;;

학원 선생님은 훔친 물건을 돌려주는 다현이가 무안하지 않도록 행여나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 당하지 않도록

친구들이 잊고 두고 간 물건을 다현이가 주워서 보관(?)하고 있다가 돌려주는 거라고 친구들에게 잘 설명했다고 합니다.

아내는 다현이에게 따끔하게 야단치고 다신 안그러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위해 부랴부랴 서울로 올라온 것입니다.

엄마에게 실컷 야단 맞은 다현이는 마음속의 짐을 덜어서 한결 후련해졌는지 그날 이후로 다시 생기를 찾아 목소리도 밝아졌습니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저는 너무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ㅠㅜ

그리고 다현이가 남의 물건에 손 댄 사실을 눈치 챘을때의 저의 행동도 큰 실수였던 것 같습니다.

아이를 키울 때는 무엇보다 상과 벌을 엄격히 구분해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남의 물건에 훔친 것에 대해 벌을 주지는 못할지언정 오히려 만화책 전집을 사다줌으로써 교육적으로도 잘못 처신한 것 같아 

마음 한켠 불편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


남의 물건에 손댄 딸 아이를 보면서 아빠로서도 충격과 실망은 정말 대단 했지만, 

과연 이럴때 부모로서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저도 판단이 잘 안섭니다. 

어찌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