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용 입니다/딸딸이 아빠

여자 초등학교는 없냐는 초딩된 딸의 푸념

달려라꼴찌 2010. 3. 7. 08:05

여자 초등학교는 없냐는 초딩된 딸의 푸념

 

 

첫째 딸 다현이가 드디어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이었습니다.

 

3 킬로그램 남짓 쪼매나게 태어난 딸 아이가 어느덧 훌쩍 자라서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니

세월이 벌써 이렇게 흘렀음을 새삼 실감하면서 만감이 교차합니다.

제가 어릴때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를 생각해보면

어머니께서는 입학식날부터 약 한달 정도는 저를 항상 학교에 데려다주셨던 것 같습니다.

 

주말부부인 아내는 멀리 대전에 있기 때문에 엄마와 함께 초등학교에 적응하는 기간을 갖지 못하는 다현이에게

엄마, 아빠는 그저 미안한 마음만 한가득입니다.

그래서 아빠만이라도 다현이의 입학식 만큼은 꼭 참석해야겠기에 이날은 오후 늦게 출근을 하였습니다.

 

 

 

소슬히 비오는 날 초등학교 입학식을 위해 일찌감치 집을 나선 다현이는 학교 교정에 외할머니와 함께 들어갑니다. 

 

 

 

 

부지런한 외할머니, 아빠를 둔덕에 역시나 일찌감치 학교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입학식 시작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외할머니가 다현이 옆에 함께 앉아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외할머니께서 학교에서 나누어 받은 유인물을 유심히 검토해보십니다.

다현이는 얌전하게 외할머니 옆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무슨 생각을 골똘이 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처음 보는 학교강당이 낮설고 어색한가 봅니다. ^^

 

 

 

 

이윽고 아이들, 학부모님들이 모두 입실하여 입학식이 진행됩니다.

다현이는 모든게 낮설은지 여전히 무언가 생각이 깊어 보입니다.

 

 

 

 

입학식이 모두 끝나고 고깔모자를 쓴 초등학교 입학생 같은반 친구들끼리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요즘은 입학식때 다 이렇게 고깔모자를 씌워주나 봅니다 ^^

 

그런데 다현이는 이 사진 속에서도 여전히 무언가 생각이 깊어 보이는 것이 이제는 시무룩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입학식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빠는 다현이에게 새 친구들 많이 만나니까 좋았니? 하고 묻습니다.

 

다현 : 응, 그런데 남자 친구들은 없었으면 좋겠어.

 

아빠 : (헉, 여자 초등학교란 것은 없는데....) 아니 왜?  남자 친구들도 많으니까 더 좋지 않아?

 

다현 : 싫어.. 입학식 내내 뒤에 않은 남자애가 발로 내 뒤를 툭툭차고, 내 고깔모자도 삐둘어지게 손으로 툭 찼어....

 

아빠 : (아니, 어떤 놈이길래...ㅡ.ㅡ;;; 아빼는 애써 태연한 척 다현이에게 말합니다.)

         다현아, 그럴때는 "싫어!! 하지마!!" 하고 큰소리로 너가 싫어한다는 표현을 강하게 하는거야.

         아빠는 다현이가 싫은 것을 싫다고 큰소리로 말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다현 : 응, 싫다고 했는데도 나한테 메롱~! 하면서 더 그러는거 있지. 난 남자친구들은 없었으면 좋겠어.

 

아빠 : (뭐야? 순간 아빠는 혈압이 급상승하여 뒷목을 움켜 잡으면서....)

         다현아, 그럴땐 선생님한테 큰소리로 일러버렷 !!

 

다현 : 힝...

 

 

 

싫은 것은 큰소리로 싫다고 말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고,

짖꿎은 남자 아이들에게 당하고 마음고생 하느니 차라리 고자질쟁이가 되는게 더 낫다고 한 뜻인데,

이제 막 초등학교 입학한 어린 딸에게 제가 교육적으로 잘 대처를 한건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은 치고받고 싸우면서 크는 거라지만,

초등학교 입학식 첫날부터 다현이에게 이런 말을 듣게될 줄은 아빠는 전혀 상상도 못했습니다. ㅡ.ㅡ;;; 

 

학교 운동장에서 고무줄 놀이하던 여자 아이들의 고무줄 끊어놓고 도망가던

개구장이 어린시절의 업보를

이제 두 딸 아이의 아빠가 되어 제가 받는 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