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용 입니다/딸딸이 아빠

아빠의 콧날이 시큰해진 딸 아이의 일기

달려라꼴찌 2010. 1. 17. 08:06

아빠의 콧날이 시큰해진 딸 아이의 일기

 

 

지난 주에 아이들과 함께 롯데월드에 갔었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롯데월드에는 새로 생긴 자연생태체험장이 있었는데,

3000원을 내면 화선지로 만들어진 그물로 잡은 금붕어를 마음껏 가져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손재주가 무딘 엄마는 단 한마리도 못 잡았지만,

손재주의 달인 치과의사 아빠는 무려 7마리의 금붕어를 낚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

 

재미삼아 잡은 것이니 놓아주려고 했는데 다현이 서현이가 집에서 키우자고 너무나 조릅니다.

금붕어를 한번도 키워본 적 없는 아빠는 집에서 키워봤자 얼마 안가 죽을 것 같아서 망설였지만,

늘 아빠한테 강아지나 하얀 고양이를 사달라고 조르던 아이들을 생각하니 이번에도 냉정하게 거절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가지고 어항과 여과기, 금붕어 먹이까지 구입해서 7마리의 금붕어를 함께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금붕어를 처음 키워보는엄마, 아빠는 나름 열심히 설명서를 읽고 어항을 설치하고 먹이를 주었습니다.

 

다현이, 서현이는 너무나 신나서 금붕어 어항 곁을 떠나려하지 않습니다.

다현이는 7 마리의 금붕어를 팩돌이, 코비...등등 모두 다 이름을 지어주고 계속 바라만 봅니다.

잠을 잘때도 어항 곁에 이부자리를 깔고 함께 자려고 할 정도로 반려동물인 생명체인 금붕어들과의 교감을 경험합니다.

 

아침에도 제일 먼저 일어나서 다현이는 아빠를 깨웁니다.

금붕어에게 먹이 주고 싶다면서요 ^^;;;;

 

 

 

      

 

그러나 다현이의 이런 정성에도 결국 제일 허약해 보이던 팩돌이가 죽었습니다.

팩돌이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엄마에게 메신저로 들었을때

아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무엇보다 죽음이란 것을 처음 목격한 다현이, 서현이가 많이 놀라지는 않았을까 걱정이었습니다.

 

다음날 또 한마리의 금붕어가 죽었습니다.

 

어항 속의 물을 새로이 갈아보기도 했지만, 나머지 금붕어들도 그리 썩 기운차 보이지 않는 것이 어째 불안합니다.

다현이, 서현이는 이제 남은 5 마리의 금붕어들를 아무말 없이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할 뿐입니다. 

 

 

 

 

그런데....

저녁 무렵 테이블에 놓여있던 다현이가 쓴 일기를 보고는 아빠는 그만 콧날이 시큰해지면서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오늘은 내가 슬픈 날이었다.

어떤 슬픔이냐 하면 물고기가 죽는거였다.

나는 물고기가 아파서 소원을 빌었고, 노래도 하고 했다.

그리고 난 물고기가 아프면 대신 내가 아파도 좋다.

물고기야 사랑해.

그리고 엄마, 아빠 물고기 사달라고 해서 죄송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헉....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이제 막 8살이된 이 어린 아이의 감성이 이 정도일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물고기가 아프면 대신 아프고 싶다는 다현이....

아빠는 콧날이 시큰해져 하마터면 왈칵 울음이 나올뻔 했습니다.

 

이것은 누가 가르쳐서 알게된 사랑의 감정일까요?

생명에 대한 측은지심은 사람이 가지는 자연스러운 본성이라더니, 성선설이 맞는 이론인가 봅니다.

그러나 다현아 너가 아프면 엄마, 아빠의 마음은 더 찢어지듯 아프단다...

 

어제도 밤 늦도록 잠 못들고 다현이 서현이는 어항속 금붕어들을 애처로운 표정으로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