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용 입니다/현재 일상

각서쓰고 출연했던 퀴즈 프로그램 상금

달려라꼴찌 2009. 10. 29. 07:12

각서쓰고 출연했던 퀴즈 프로그램 상금

 

요즘에도 이 프로그램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몇년전 '우리말 겨루기'라는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1단계에서 5단계까지 모두 성공하면 우리말의 달인으로 인정받아 무려 5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지는 퀴즈 프로그램인데,

저의 목표는 1단계만큼은 어떻하든 반드시 통과해서 전국적인 망신만은 절대 당하지말자 였습니다.

 

서민정과 김현욱 아나운서가 진행했던 '우리말 겨루기'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저는 솔직히 퀴즈프로그램 참여 그 자체보다는 서민정 얼굴 한번 가까이서 실물로 보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았답니다. ^^;;

그런데 오...역시 실물로 보니까 광채가 나는 것이 정말 미인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서민정의 위 앞니 하나가 유난히 삐뚤어져 있었는데 

치과의사인 저는 그것만 손 본다면 더할나위 없이 아름다울거라고 서민정에게 조언을 해준 적이 있는데,

방송에서 제 조언을 들어서 그랬는지, 거침없이 하이킥에 출연할 때는 정말 가지런하고 이쁜 치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

 

우리말 겨루기 1단계를 통과하면 상금은 20만원입니다. 2단계는 50만원, 3단계 100만원, 4단계 200만원, 마지막 5단계는 500만원입니다.

 

그런데 녹화전에 먼저 김현욱 아나운서가 5팀 정도의 출연자들에게 상금을 타면 어디에 쓸 것인지 묻습니다.

부모님 효도관광 시켜주겠다는 분들, 배낭여행 가겠다는 분들 등등 저마다 멋진 계획들을 말하였는데....

1단계 통과 20만원 상금이 목표였던 저는 그 이후까지는 전혀 꿈도 꿔본적도 없고, 또 2단계 이상 통과할 턱도 없었기에...

목표인 1단계 통과하면 치과 직원들과 함께 멋진 회식 한번 하고 싶고,

그럴리 없겠지만 혹시라도 그 이후까지 가면 상금 전액을 불우이웃에 기부하겠다고 덜컥 선언해버렸습니다.

 

그런데....저의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금까지 한 말에 대해서 말바꾸지 않는다는 각서을 쓰라고 요구 합니다. ㅡ.ㅡ;;; 

헉...각서.....각서를 요구하는 말에 적잖게 당황은 되었지만....

그렇게 될 턱도 없었다고 생각했고, 또 서민정 실물로 한번 봤으니 어차피 좋은데 쓰는 것도 보람찬 일이라 생각했기에, 

전액 불우이웃돕기에 기부하겠다는 각서까지 쓰고 저는 우리말 겨루기 녹화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헉... 이게 왠일입니까...?

2단계까지 성공해서 50만원 상금이 확보된 것입니다.

1단계 통과가 목표였는데...

이렇게 되어 서민정씨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진다는 기쁨에 도취되어 저는 마치 신들린듯 퀴즈를 맞춰 나갔습니다. ^^

 

 

 

 

신들린듯 척척 답을 맞춰 3단계까지 통과하여 100만원 상금을 확보한 후

함께 출연했던 후배와 하이파이브도 하는 여유도 부립니다. ^^

서민정씨의 칭찬에 의기양양한 저는 이제 자신감 충만하여 날린 멘트는 " 아...아름다운 밤입니다...".

뒤편의 방청객 분들도 이런 저의 신들린(?)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연신 웃음을 잃지 않으십니다.

 

 

 

 

급기야는 4단계까지 성공해서 상금을 자그마치 200만원이나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김현욱 아나운서도 문제 나오기 무섭게 퀴즈를 족족 맞춘다며 놀랄 정도로 정말 거침없는 행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절대 못맞출 것같은 퀴즈들을 그땐 어찌 그리 잘도 맞췄는지

도핑 테스트라도 해야하는 거 아닌가 할 정도였습니다. ^^;;;

 

 

그러나 마지막 관문인 5단계에서는 모든 운이 다 되었는지 너무나 맥없이 허무하게 실패하여

상금 500만원의 우리말의 달인 등극에는 실패하고 맙니다.

그래도 2002년 월드컵 4강때 월드컵 마지막날까지 경기를 할 수 있어 행복했던 대한민국 태극전사들처럼

저 또한 마지막 5단계까지 도전함으로써 우리말겨루기 끝까지 참여를 할 수 있던 행운의 날이었습니다.

 

 

그런데...제가 받아야 할 상금 200만원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전액 기부하겠다는 각서까지 썼는데 어떻하나요...ㅡ.ㅡ;;;

우리말 겨루기 프로그램 말미에 '상금 전액을 불우이웃돕기에 기부하셨습니다'라는 자막 한줄이 지나가는 것으로...

그것으로 모든게 끝이었습니다.

제가 기부한 상금이 어디에 기부되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그 용처가 당연히 궁금하기도 하였지만,

그날 이후에도 방송국에서는 어떤 연락도 전혀 없었습니다.

물론 KBS라는 공영방송사니까 어련히 알아서 좋은 곳에 사용하였겠죠? ^^;;;

 

 

그 후 저희 직원들이 '원장님, 그래도 너무나 멋지고 기억에 남는 자랑스러운 회식이었습니다. 최고였어요." 라는 말에

감동된 나머지 기분파인 저는 자비 훌훌털어내어 정말 근사한 곳에서 풀코스로 우아하고 행복한 회식을 실제로 하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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