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용 입니다/현재 일상

아이폰에 꽂힌 치과의사 12년 정든 핸드폰 번호 버린 사연

달려라꼴찌 2009. 12. 22. 07:24

아이폰에 꽂힌 치과의사 12년 정든 핸드폰 번호 버린 사연

 

 

제가 중학교 1학년때 당시 전기공학과 박사과정이었던 첫째 형님이 조립해준 애플 II 컴퓨터로 처음 퍼스날 컴퓨터를 접했었습니다.

그때 처음 접해본 애플의 한입 베어물은 사과 모양의 지극히 단순한 로고가 얼마나 세련되고 강렬한 인상이었는지 모릅니다.

치과대학 시절에도 언젠가 치과를 개원하면 애플의 디자인을 차용한 심플하고 세련된 간판을 만들고 싶었을 정도였습니다. ^^;;;

 

저는 SK텔레콤 12년 VIP고객입니다. 번호도 011입니다.

한번도 핸드폰 번호를 바꾸지 않았었기에 주민등록 번호 만큼이나 저를 상징하는 번호가 되었을 정도로 애착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010으로 번호를 바꾸어야 하는 온갖 디자인의 최신 유행 3G 핸드폰에도 저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폰이 한국에 출시만 되면 이 번호 미련없이 버리겠노라고 다짐을 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학수고대했던 아이폰이 출시가 된 것입니다.

예약자가 많아서 일주일은 기다려야 할정도로 인기폭발이라는데 

아침에 출근하니 후배인 동료원장이 새로 구입한 아이폰을 꺼내들고 자랑하는 것입니다.

저는 동료원장이 진료하러 원장실을 나간사이 이리저리 아이폰을 만지작거리다가 갑자기 머리속이 하얘지는 것이

지름신이 강림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곧바로 치과 근처의 KTF 대리점에 전화로 문의했더니 1시간 내에 오면 아이폰을 즉시 개통시켜주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동료원장에게 잠깐 진료를 부탁하곤 저는 이내 신나서 KTF 대리점에 뛰어갑니다. ^^

 

KTF 대리점에 도착하니, "아까 아이폰 문의하셨던 분이죠?" 하고 저를 알아볼 정도로 표정관리가 안되었나 봅니다.

대리점 직원은 아이폰 때문에 011 SK 텔레콤에서 KTF로 요즘 많이 변경한다면서

12년 SK텔레콤 VIP 고객으로 배신하는 저의 시원섭섭한 마음을 위로(?)하는 센스를 보여줍니다.

2년 동안은 기존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아이폰으로 자동연결되는 서비스도 함께 제공될 거라고 하니 더욱 안심이 되었습니다.

 

이제 SK텔레콤에서 KTF로 이동통신사를 바꾸고, 아이폰을 세팅시키기만 하면 10분 후에는 제 손에 아이폰이 쥐어집니다. ^^

 

그런데...

SK 텔레콤에서 KTF로 이동통신사를 바꾸는 작업중인 여직원이 핸드폰 명의자가 달라서 해지가 안된다는 황당한 말을 듣게 됩니다.

내 핸드폰인데 내 명의가 아니면 누구 명의지? 아내 명의로 했었나? 하곤 아내의 이름을 알려주었더니 아내도 명의자가 아니랍니다. ㅠㅜ

헉 이 뭥미?

저는 순간 당황하여 내 명의가 도용된 것인가...온갖 오만가지 상상을 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직원이 "혹시 최근에 이름을 바꾸셨나요?"하는 소리에 저는 아...그거였구나 하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제 이름은 류 성용입니다. 버들 류(柳)를 성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박정희 정부때 류(柳)라는 성씨가 두음법칙에 위배된다고 호적, 주민등록, 모든 관공서에서 류(柳)를 유로 표기하게 한 것입니다.

그래서 호적, 주민등록등초본, 은행, 인터넷 거래 등등 류 성용이 아닌 유 성용으로 기록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작년에 고유명사인 성씨를 국가에서 강제적으로 변경한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드디어 관공서나 은행에서도 유 성용대신 제 이름의 올바른 표기인 류 성용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SK 텔레콤에서는 유성용으로 등록이 되어있었기에, 류성용이 명의자가 아닌 것으로 되어있던 것입니다.

SK텔레콤에 명의자 이름 변경을 먼저 하고나서 해지해야

2년 동안 기존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아이폰으로 자동연결되는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ㅠㅜ

 

아이폰 구입....이쯤되면 간단하게만 생각하고 왔다가 복잡한 일에 연루가 되니 짜증이 조금 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SK 텔레콤이 주민등록증 팩스로 넣고 명의자 이름 정정신고하고 이를 확인하는데만 무려 세시간이 걸렸습니다. ㅠㅜ

 

12년동안 정든 011 번호를 버려가면서까지, 그리고 추운 날씨에 발을 동동 굴러가면서 명의자 이름 정정해가면서까지

아이폰을 구입한 저야말로 진정한 아이폰 매니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우여곡절끝에 드디어 아이폰을 손에 쥐고 치과로 돌아오니

치과위생사들이 모두 제 주위로 하이애나처럼 몰려들어 아이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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