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용 입니다/그리운 유년기

수줍음 많았던 월계동 어린시절

달려라꼴찌 2009. 7. 12. 17:42

 수줍음 많았던 월계동 어린시절

 

다섯살 무렵에 구파발 지축리에서 이 곳 월계동으로 이사왔습니다.

우리가족 두번째 집인 월계동의 이 조그만 집... 

이 집에서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살게 됩니다.

 

이사온지 얼마 안되어 집 마당 뜰에서 네째 형님과 사진을 찍습니다.

이 사진을 찍을 당시의 상황도 기억이 생생히 납니다.

당시 이 사진은 아버지께서 사진을 찍어주셨는데

너무 긴장을 해서 무표정으로 울먹거리는 네째형님과 나를 어찌할줄 몰라 하고 계실때 

멀리 아버지 뒷편에서 둘째형님이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것을 보고는 내가 자지러지듯 활짝 웃자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였답니다.

 

유난히 곱슬머리가 심하고 긴 눈썹에 쌍커플도 짙어 동네 아이들에게 튀기(혼혈인)라고 놀림도 받았던 월계동의 어린시절...

 

사내답지 않게 유난히 수줍음과 겁도 많아서 어쩌다 낮선 사람을 보면

어머니 치마 뒷편에 몸을 숨기고 살짝 고개만 내밀고 커다란 눈을 꿈벅꿈벅이며 경계하곤 했답니다.

 

저녁때면 집집마다 밥짓는 연기가 그윽해지면 어머니께서  "성용아~!! 저녁먹자!! 어디있니?" 하시며 나를 찾아 부르실때,

더 놀고 싶어서 바위 뒤편에 꼭꼭 숨어있던 나를

너무 쉽게 찾으셨던 어머니의 활짝 웃는 모습...

나름대로 꽁꽁 숨었던 것인데

너무 쉽게 어머니가 나를 찾았던 그 상황이 챙피했는지..부끄러웠는지...

수줍음이 많았던 나는 어쩔줄 몰라 몸을 비비꼬며 실실 웃으며 어머니 뒤를 따라 걷다가 그만...ㅠㅜ

다리에 힘까지 풀려 자갈밭에 넘어진 나머지 

턱이 깨져 금까지 가기도 했던 수줍음이 많았던 어린 시절입니다.

 

지금도 나의 턱끝 오른편엔 그때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있어

턱끝을 만질때마다 느껴지는 쩌릿쩌릿한 전기오르는듯한 감촉은

어머니와 함께 숨바꼭질했던 수줍음 많고 부끄러움 많던 그때의 어린시절을 그립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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