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어린이날, 어린이대공원 팔각당 앞에서
꼭 30년전인 1979년 5월5일 어린이날의 어린이대공원 팔각당 앞 풍경입니다.
놀이공원하면 창경원만이 최고인줄만 알았던 순진하고 고집센 초등학교 3학년 시절입니다.
일제가 조선왕실에게 굴욕감을 주기 위해 지금의 창경궁을 동물원과 놀이동산으로 개조하여 일반인(상것?)들이 맘껏 드나들게 한 것이
창경원의 유래라고 합니다.
그 시절에 우리또래 아이들은 창경원 구경 한번 해보는 것이 최대 소원중의 하나였고, 창경원 한번 다녀온 것이 큰 자랑거리이기도 했습니다.
몇날을 졸랐는지, 몇달을 졸라서 겨우 1978년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날 난생처음으로 창경원을 갈 수 있게 된 날
난생처음 코끼리, 원숭이, 호랑이도 보았고, 청룡열차도 타보았더랍니다.
그 이듬해인 1979년 어린이날 처음 가본 어린이 대공원은 작년의 창경원에 비교가 되지 않을정도로 엄청나게 큰 규모에
입이 쩍벌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볼거리...산을 몇개를 넘어야 또다른 어트랙티브가 나오고...
생각해보면 뒤이어 생긴 에버랜드, 서울랜드에 비하면 지금의 어린이 대공원은 정말 귀여운(?) 수준밖에 안되겠지만
그시절엔 어린이대공원 한번 오는 것도 이렇게 어린이날 아니면 꿈도 못꾸는 곳이었습니다.
중절모와 위아래 편안한 한복에 뒷짐짓고 돌아선 뒷모습의 할아버지,
팔각당 계단이 뭘그리 신기하고 대단하고 볼게 많다고...... 많은 인파들이 팔각당 계단을 저리도 오르내리는 지...
사진기가 귀했던 시절이라 노란 완장에 초록사파리 입은 사진사 아저씨들은 저 시절엔 당연히 많이 있었습니다.
1970년대 그 시절은 집한채를 소유한 것이 아니라 카메라, 전화기, 냉장고가 그 집의 부의 상징이었습니다.
팬티스타킹 위에 반바지...마이 카라로 겹쳐나온 티셔츠의 카라..
지금 당장 길거리를 나서도 먹힐만큼 어머니께서는 나를 귀공자처럼 꾸며주셨답니다.
수줍지만 자신감이 듬뿍 베어있는 나의 표정에서 사랑을 듬뿍 받은 어린시절이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참 유치하고 촌스러울 수 있는 사진속 1979년의 어머니와 함께했던 어린이날...
그리움에 그 시절로 한없이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한동안 사진에서 시선을 떼지 못합니다...
꼬박 30년이 흘러 곧 다가올 2009년의 어린이날 다현이, 서현이와 함께 찍을 사진 한장....
또 다시 30년의 세월이 더 흘러 2039년의 어린이날 엄마가 되어있을 다현이 서현이는 그 사진을 보고 아빠인 나를 어떻게 추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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