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파발, 지축리에서의 유년시절 사진을 보면서
서현이 나이와 비슷했을 세살 무렵의 어린 시절, 형제들끼리 찍은 사진입니다.
벌써 37년도 훨씬 지나가버린 오래전 사진인데도 아직도 그 시절이 드문드문 기억이 납니다.
첫째형님 무릎에 안긴 저 어린아이가 지금은 흰머리도 희끗 나기 시작한 중년의 나이에 접어 들었습니다.
당시 아버지는 월남전 참전군인이었고,
어머니와 우리 5형제는 지금의 은평구 갈현동 근방의 구파발 지축리에 살았답니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둔 덕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아버지의 발령지를 따라서 강원도 최전방 두메산골부터 전국곡곡을 1년에도 수차례 이사 다니면서
변변한 자기집도 없이 월세방을 전전긍긍하면서 가진것 없이 가난하게 살았던 시절...
덕분에 나와 여섯살 터울인 네째 형님까지는 늘 전학 다니기 바빠서 6개월 이상을 꾸준히 다닌 학교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치과의사가 된 지금도 군인가족 환자분을 이따금 보게되면 어린시절 고생하시던 어머니, 아버지, 형님들이 떠올라
더욱 각별한 마음과 애정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막내인 내가 태어나서야 비로소 처음으로 내집 마련할 수 있었다는 구파발의 이 집...
어머니는 그래서 막내인 나를 집에 큰 행운을 가져다주는 복덩이라 생각하여 각별히 애지중지 하셨습니다.
세상살이 어느하나 고단하지 않음이 어디 있겠냐만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 아버지를 보내고,
밭갈고 돼지 치면서 묵묵히 말썽 투성이인 아들 5형제를 기르시던 어머니를 생각하면
그 큰 사랑과 희생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없어 그저 눈물 한점 떨굴 수 밖에 없습니다.
'류성용 입니다 > 그리운 유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등학교 여름방학 담임 선생님께 받은 30년된 편지 (0) | 2009.07.19 |
---|---|
수줍음 많았던 월계동 어린시절 (0) | 2009.07.12 |
30년전 어린이날, 어린이대공원 팔각당 앞에서 (0) | 2009.04.27 |
알고보면 웃어른을 공경하는 사람이라는 증거... (0) | 2008.09.04 |
알고보면 착한 사람이었다는 증거... (0) | 2008.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