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없는 치과 치료는 없다 - 아말감, 금인레이가 같은 치아에 동시에 치료된 사연
치과치료는 치아를 때우거나 씌우거나 등등 어떤 식으로든 치료의 흔적을 남길 수 밖에 없는 것이어서,
혹시라도 저에게 치료받은 환자분이 다른 치과에 가게된다면,
그 치과의사가 나의 치료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까지도 생각하면서 치료하게 됩니다.
이렇듯 남에게 언젠가 나의 작품(?치료흔적)이 보여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사실은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노력하며 치료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답니다.
또, 어떤 경우는 이 치료가 과연 잘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 다른 치과의사들에게 확인받으러 돌아다니는 분들도 계시구요 ㅡ.ㅡ;;;
그러나 치과의사로서 해를 거듭할수록 느끼는 결론은...
세상에는 사연 없는 치료란 없다~!! 는 것입니다.
아무리 돌팔이같은 치료의 흔적이 치아에 남아있다하더라도, 환자분이 그렇게까지 치료받게 되기까지는
그당시 환자분의 경제적인 상황이 어떠했는지...
치아를 다만 1-2년이라도 쓸수 있게끔만 억지로 살려놓은 상황이었는지...
현재 염증 소견이 보이지만 이것이 그당시에 비해 커지고 있는지 작아지고 있는 추세인지 판단하기 어려움... 등등등
숨어있는 제각기 다른 사연들을 알 수 없기에,
함부로 이 치아의 치료상태가 잘되었다 못되었다고 단언하여 말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나요?
경력이 짧거나 인성이 부족한 치과의사일수록 다른 치과의사가 한 치료에 대해 비판적인 것 같습니다.
얼마전 한 환자분이 검진차 치과에 내원하였습니다.
그런데 유독 한 치아가 아말감, 금인레이를 동시에 받은 것이 있었는데,
아시다시피 아말감은 보험이 되는 저렴한 충치치료이고, 금인레이는 보험이 되지 않는 고가의 치료입니다.
보통은 금이면 금...아말감이면 아말감... 한가지 재료로 충치치료를 받는데,
이분의 경우처름 금과 아말감이 혼재되게 치료를 받는 경우는 흔한경우가 아닙니다.
아말감(빨간색)으로 때워져 있는 부분은 치아 사이의 틈새도 벌어진 것이 그리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말감으로 때운 부분 주변에는 (파란색) 왠지 2차 충치도 있어보입니다.
그리고 아말감으로 충전되어있는 모양과 폼(class II DO cavity)도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기준과는 거리가 먼 이상한 모습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금과 아말감 서로 다른 종류의 금속이 같은치아에 있으면 갈바니즘이라고 하여 일종의 화학전지효과를 일으켜
충전물 주변이 쉽게 부식되어 충치도 더 잘생길텐데 말이죠...
반면 눈부실 정도로 휘황찬란한(?) 빛깔의 금인레이(노란색)나 그 주변은 깨끗해보입니다.
음...이 환자분은 왜 이런 치료를 받게 되었을까?
순서를 보자면 금인레이를 먼저 치료 받고, 그 이후에 아말감 치료를 받은 것 같은데...
갈바니즘 화학전지효과를 막기 위해서는, 그리고 아말감 충전을 교과서적인 형태와 폼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금인레이를 모두 뜯어내어야 하는데,
왜 이 환자분은 금 인레이를 모두 뜯어내지 않고 아말감으로 충전하지 않았을까?
너무 궁금해서 환자분께 조심스럽게 물어봤더니...
환자분께서 겸연쩍은 듯 그 사연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어릴때 금으로 때웠을 때는 우리집이 잘 살았었거든요.
그런데 세월이 흘러 아버지 사업이 부도나서 집안이 가난해졌을 무렵,
어릴 때 금으로 때운 치아에 충치가 생겼는데 어릴때부터 쭉 제 치아를 관리해주던 치과의사 선생님이
그런 제 집안 사정을 아시고는 최대한 깨끗한 금인레이 부위만 남겨놓고 나머지 충치 있는 부분만 도려내서
아말감으로 때워주신거에요.
아, 이 치아를 보니 저도 어린시절 우리집 굴곡의 역사가 다시금 느껴지네요..... 음..."
헛, 그랬군요....이 얼마나 사람냄새 나고 인간적인 사연인가요?
그렇습니다....
아무리 돌팔이같이 보여지는 치료라 하더라도 세상에는 사연이 없는 치료란 없습니다.
이것이 치과의사는 예전에 다른 치과에서 받은 치료에 대해서 잘되었느니 잘못되었느니를
함부로 단정지어서 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충치치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충치 치료 받은지 1년도 안되 또 충치가 생겼다면? 치과의사에게 분노하기 전에 (0) | 2012.01.10 |
---|---|
치과의사가 말하는 충치에 대한 오해와 진실 (0) | 2011.12.20 |
충치예방 위한 불소도포, 불소바니쉬 (0) | 2011.11.24 |
사랑니 발치보다 더 치 떨린다는 치과 신경치료 (0) | 2011.02.25 |
치과위생사로서 충치 치료 직접 받아보니 - 테세라 인레이 (0) | 2010.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