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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도 경악했던 미국의 치과 치료비

달려라꼴찌 2011. 6. 23. 07:30

치과의사도 경악했던 미국의 치과 치료비


얼마전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아래턱 사랑니 뽑은 자리에 잇몸이 많이 부어서 음식을 먹기가 힘들다며 저에게 조언을 구하는 전화였습니다.

스케일링은 최소 6개월에 한번씩은 꼬박 받았으며, 사랑니는 수년전에 뽑은 상태인데 지금처럼 붓기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다만 사랑니 바로 앞에 10년정도 경과된 금니가 있었다고 하네요.

아다시피 미국의 치과치료비가 워낙 비쌀뿐더러, 

미국의 의료보험은 치과를 커버하지 않고 따로 들어야 하는데 그 비용 또한 너무 비싸서 치과보험은 따로 못들고 있던 차에,

미국의 치과에 방문하기 전에 치과의사인 저에게 자문을 구하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치과의사로서 그 원인이 짚히는 바가 있어서 일단은 가까운 치과에 가셔서 왜 그런지 진단이라도 먼저 받아보고,

금니를 다시 하거나 신경치료를 해야하는 경우라면 비용이 많이 드니까,

일단은 항생제만으로 며칠을 견디고 제가 아는 미국 현지의 치과의사를 소개해준다고 하곤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며칠 후 그 분을 다시 만났을 때,

저에게 보여준 미국의 치과 치료비 내역서를 보고는 치과의사인 저도 그만 컥~!! 하고 경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미국의 치과치료비가 비싼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치료비가 우리나라에 비해 수십배 이상이나 차이가 나는 사랑니나 신경치료 말고는 대부분 5배정도 수준정도가 아닐까 했는데,

정작 실상은 경악 그 자체였네요. ㅡ.ㅡ;;;;





미국의 치과치료비 내역서입니다.


우선 눈에 띄는 부분부터 설명 드리자면....

1. Limited Oral Evaluation 

구강검진, 치료상담인데 상담료로 50불(약 5만6천원)이 청구되었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아들, 손자, 며느리 모두 치과에 몰려와서 악덕치과라면서 항의했겠죠? ㅡ.ㅡ;;;


2. Intraoral periapical film 

치과용 구내 방사선 촬영및 판독료로 15불(약 2만원)이 청구되었습니다.


3. Osseous surgery

처치료로 600불(약 68만원)이 청구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받은 처치란 것은 수술이란 용어를 썼지만, 실상은 굉장히 간단 한 처치입니다.

고름이 차서 부은 잇몸을 칼로 째서 고름을 빼내는 술식으로서 구강내 소염술 (Incision & Drainage, I&D) 입니다.

안과로 치자면 눈의 다래끼를 터뜨려 고름을 빼내는 술식인 것입니다.

제가 1년동안 한국에서 구강내소염술 처치한 환자분들을 모두 더하면 이정도 액수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ㅡ.ㅡ;;;


4. 그렇게 해서 단 하루, 단 한번을 치과에 내원했을 뿐인데 토탈 치료비가 665불 (약 76만원)이 청구되었습니다.

하도 비싸다고 울먹이면서 사정사정했더니 무려 100불이나 깍아주어서 565불이 되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도 애걸복걸하면 되는 디스카운트 문화라는 것이 있나 봅니다. ㅡ.ㅡ;;;




 

 

그래서 이번에는 똑같은 치료를 한국에서 받았을때를 가정하여 치료비를 산정해보았습니다.



총 치료비 24,610원, 건강보험 혜택을 받으면 본인은 7300원만 내면 끝입니다.

보험증이 없어 비보험진료다 하더라도 대부분 치과에서 24,610원 안팎이면 치료가 가능한 것입니다.

왜 이렇게 치료비가 싼거냐구요? 국가에서 그렇게만 받도록 강제적으로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조금.... 왠지 모르게.... 허무한가요? 


늘 이런 치료수가에만 익숙해져있던 대한민국 치과의사인 저 역시 2만원 정도의 치료비가 당연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미국의 치과수가를 보니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비단 미국의 문제만은 결코 아니라는 것은 해외생활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대부분이 공감하실 것입니다.

우리나라보다도 경제적으로 뒤처지는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 국가들도 

평균적인 치과치료비가 우리나라의 3-4배 수준인 것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치과치료비가 세계적으로도 저렴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치과치료비가 비싸다고 느끼는 것은.... 

통증과 관련된 부분은 건강보험

통증이 해결되고 난 후의 그 밖의 보철에 관련된 부분은 엄격히 비보험인 구조인데다가,

세계에서 가장 싸게 저평가된 의료수가의 보험치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가의 가격통제권에서 벗어나 있는 비보험치료비가 월등히 비싸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 비록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치과치료라 하더라도 적어도 아픔과 통증에 관련된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부담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세계에서도 정말 부러워하고 자랑스러워할만한 건강보험제도임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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