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공간 뉴연세치과/행복한 치과의사

어머니 치아 뽑으며 눈물 떨군 치과의사 아들

달려라꼴찌 2011. 12. 2. 08:00

어머니 치아 뽑으며 눈물 떨군 치과의사 아들




樹欲靜而風不止 (수욕정이풍부지)  나무는 고요히 있고자 하지만, 바람이 그치지 않고
子欲養而親不待 (자욕양이친부대)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지만, 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처럼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를 송곳으로 찌르듯이 날카롭게 가슴을 파고드는 표현이 있을까요?

자식을 치과의사로 만들기 위해 당신은 못입고 못드시면서 그 갖은 고생 다하셨고, 

자식이 치과의사가 되어서도 행여나 바쁜 자식에게 누가 되지는 않을까 이가 아파도 말씀 잘 못하시고 참으셨던 어머니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여기 동료 치과의사가 어머니의 치아를 손수 뽑으면서 눈물을 떨구었던 사연을 소개합니다.




----------------------------------------------------------------------------------------------------- 

 

 

 

얼마전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예전에 치료받았던 치아가 아프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문득, 어머니 입안을 들여다 본지가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치과의사, 혹은 치과의사의 가족들은 치아가 건강할까?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사실을 공개하자면 저의 아버지, 어머니는 치아가 별로 좋지 못합니다.

제가 치과대학을 다니면서 정말 놀란 것 중 하나는,

아버지 어머니가 치과치료를 그동안 꽤 많이 받았었고,

오래전에 경제적인 이유로 흔히 "야매"라고 하는 무면허업자에게 시술을 받으셨단 사실이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치과의사가 되지 않았더라면 

부모님께서 경제적인 이유로 무면허업자에게 치과치료를 받아왔다는 심각한 사실조차도 잘 모르고 넘어가고 말았겠지요.


아버지가 항상 웃으실때마다 보였던 앞니의 금색 테두리는 

가운데 앞니를 하나 뽑으시고 양 옆의 치아를 깍아 만든 '브릿지'라는 치료였고,

어머니가 가끔씩 잇몸이 불편하고 이가 아픈 것 같다고 하시던 치아는 "산프라"라고 해서, 

이미 만들어진 형태의 금속 금관을 치아에 두들기면서 맞춰가는....지금의 치과에서는 하지 않는 치료를 받았던 상태였습니다.


항상 제 마음 속에서는 "언제 빨리 어머니의 저걸 해드려야 할텐데...." 마음은 먹고 있었지만,

제 삶이 너무나 바빠 무심코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치과의사가 되어서 모교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에서 열심히 수련을 받던 중,

드디어 부모님도 치과의사로서의 제 실력을 어느정도 믿을 수 있겠다 싶으셨는지

언제서부터인가 치료를 받으러 오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때 드디어 아버지, 어머니의 치아를 보면서 전반적인 치과 치료를 해드리게 되었습니다.

가장 근간이 되는 잇몸치료를 통해 전체적인 기초가 되는 부위를 해결하고 오래전 야매로 씌웠던 불량보철물도 모두 뜯어냈습니다.


무자격자에게 시술 받았던 어머니의 치아는 정말 심각하게 많이 상해 있는 상태였습니다.

치아와 해넣은 보철물 사이의 경계부가 들떠 있었고, 치아는 신경치료를 해야할 만큼 많이 썩어 있었습니다.

함께 수련을 받던 다른과 동기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제가 해드릴 수 잇는 부분들을 차근차근 해 나갔습니다.


아버지 또한 예전에 치료받았던 브릿지 중 한개의 기둥 역할을 하는 뒤쪽 치아가 많이 썩어들어가

어쩔 수 없이 뒤쪽 치아는 뽑아내고 임플란트를 해드렸습니다.

미관상 좋지 않았던 앞니 브릿지도 뜯어내어 자연치아와 유사한 올세라믹 크라운으로 바꿔드렸습니다.


전체적인 걸 다 점검하고, 문제 있던 부분들을 모두 치료하고 나니 부모님은 꽤 오랫동안 병원에 들락날락 하셨습니다.

어쨋든 대부분의 치료가 그때 끝나서 그동안 저도 마음 놓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년이 흐른 뒤 며칠전 어머니의 연락을 받고 치과로 모시고 어머니의 상태를 들여다 보니,

예전에 잇몸속으로 많이 썩어들어가 완전한 수복이 어려워서 이걸 뽑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던 그 치아가...

그 당시 신경치료하고 일단 금니로 씌워놓고 지켜보자고만 했던 그 치아였습니다.


바로 그 치아가 문제가 생겨 결국 예전에 씌워놨던 금니가 빠졌던 것입니다.

상태를 보니 치아 뿌리만 남아있어 더이상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의 치아를 뽑기로 하였습니다.

 

 

 

마취를 하고, 어머니의 뿌리만 남은 치아에 발치기구를 들이대면서 왠지 마음이 짠해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내가 그동안 너무 어머니꼐 신경을 쓰지 못했구나..."하는 자책감이 머릿속을 가득 채웁니다.


가까워서, 너무나 가까워서 오히려 무심히 지냈던 아버지, 어머니의 치아부터 다시 열심히 관리해드려야겠습니다.

어머니 저를 낳으셨지만, 못난 치과의사 아들은 어머니의 치아를 뽑으면서 마음 속이 심히 부끄러웠습니다.

 

우리 모두 부모님의 입 안을 한번 들여다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