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용 입니다/현재 일상

술고래였던 내가 6개월간 금주를 해보니

달려라꼴찌 2011. 4. 6. 08:00

술고래였던 내가 지난 6개월간 술 한 모금도 못 마신 사연



제 블로그 프로필에도 써 있듯이 사람과 술을 너무나 좋아하는 저로서는 

술자리에 한번 들어섰다하면 부어라 마셔라 폭음하는 스타일의 술고래였답니다.

그런 제가 마지막으로 술을 마신 것이 이 곳 미국으로 오기 직전인 작년 10월 이웃 블로거들과 함께 했던 자리였으니 

벌써 6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술자리를 너무나 좋아하는 저의 성격을 잘 아는 사람들은, 

제가 아내가 유학 중인 이 곳 미국에 아이들과 함께 오기로 결심하였을 때, 

미국이란 나라가 술을 마시기가 매우 어려운 환경인데 그 외로움을 제가 과연 어떻게 견딜 것이지 걱정된다면서 

아마 한달도 못견디고 한국으로 되돌아오거나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서로 내기를 걸 정도였습니다. ㅡ.ㅡ;;;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술고래였던 제가 술 한모금 안마시도 6개월 가까이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니 술 한모금 안마신 것이 아니라 한모금도 못 마신거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술고래였던 저도 몇달 동안이나 술 한모금도 못 마실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저 하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머물고 있는 미국 사회의 독특한 분위기 탓도 있는데 그 분위기란 것이 다음과 같네요.



1. 술을 함께 마실 사람이 없다.



한국에 있었을때는 일주일에 적어도 두세차례는 늘 술약속이 있을 정도로 이놈의 인기가 사그라들 줄 몰랐는데,

결정적으로 여기서는 함께 술잔을 기울일 절친한 친구가 없네요. ㅡ.ㅡ;;;  






2. 집에서 가까운 술집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



함께 마실 술친구를 찾았다 해도 그 다음 문제는 근처에 술집이 없다는 것입니다. ㅠㅠ

집 앞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만 호프집에서부터 삽겹살구이집, 포장마차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술집의 유혹들이 있던 한국과는 달리,

여기에서는 술집 찾는 일이 쉽지가 않습니다.

어쩌다 찾는다해도 자동차로 10분 이상 달려야 겨우 한두 곳 찾을 수 있습니다. ㅡ.ㅡ;;;

결국 자동차가 없다면 술마시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3. 대리운전비가 너무 비싸다.


한국에서는 늦도록 술을 마시더라도 택시보다도 대리운전이 더 쌀 정도로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차를 가지고 출근하더라도 그 날 술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기가 힘들었는데, 

여기서는 대리운전비도 수백달러에 이를 정도로 비쌀뿐더러, 음주운전은 법으로 매우 엄격히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자동차를 가지고 술을 마신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힘듭니다. 

결국 술을 함께 마시는 친구들 중 누군가 하나는 술을 절대 마시지 말고 운전만 하는 형식으로 있어야 하는데 

술자리의 재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습니다.






4. 해야할 집안 일들이 너무 많다.



알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와 비슷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만....

미국은 인건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집안 일에 도우미를 불러쓰는 것도 부담스러워서 어쩔 수 없이 집안일들을 남자와 여자가 거의 공평하게 나눠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수리나 집꾸미기, 잔디깍기, 화단 꾸미기 등 육체노동에 관련된 일들은 남자의 몫이 되는데, 

특히 쇼파나 테이블, 옷장 같은 가구들을 구입한다하더라도 완제품을 구입하는 것 역시 높은 인건비 때문에 언감생심 꿈도 못꾸고, 대부분은 IKEA 같은데서 조립식 가구들을 구입해 집으로 들고와서 가구들을 조립을 합니다.



      

미국에 와서 제일 처음 조립한 컴퓨터 책상, 처음엔 이것 하나 조립하는데도 힘들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헥헥 ㅡ.ㅡ;;;

      


월마트 같은 곳에서 왜 그렇게 각종 렌치부터 드라이버, 심지어는 전기톱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문가인 목수 수준의 수많은 각종 공구들을 판매하는 것에 놀랐었는데, 그 이유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ㅡ.ㅡ;;;


월마트에서 절찬 판매중인 각종 공구들, 목수나 설비업자들을 위한 공구가 아닙니다. 일반 가정에서 쓰는 공구들입니다. ㅡ.ㅡ;;;


 



5. 집에서 술 마신다?


저는 술고래라 불릴 정도로 술을 좋아했지만, 

어디까지나 술자리를 좋아하는 것이지 혼자서 꼴짝꼴짝 술 마시는 것을 즐길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혼자서 술 마시는 것을 즐길 정도라면 이미 알콜중독에 진입한 것이라 하더군요 ㅡ.ㅡ;;;

그렇다고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술을 마신다해도, 

이 역시 운전해야하는 문제로 누군가 하나는 반드시 술을 먹지 말아야 하는데, 이 역시 술맛이 떨어져 반감된다는 ㅡ.ㅡ;;;;




결과적으로 저는 지난 6개월 가까이 본의 아니게 금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얻은 것은 7키로그램 가깝게 살이 빠져서 올챙이 배처럼 튀어나왔던 똥배가 이제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평소 고혈압 지병이 있던 저로서는 빠져난 살에 몸은 더 가벼워진 것 같고, 

무엇보다 좋은 것은 서울에 있을 때는 주말에만 아이들과 가족에게 올인 할 수 있었던 것이 

여기서는 일주일 내내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올인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드넓은 땅덩어리를 가진 미국답게 영화를 보러가더라도 극장은 늘 이렇게 한가합니다. 수지타산이 맞나 모르겠습니다. ㅡ.ㅡ;;;


음... 써 놓고 보니 술을 즐기기 어렵게 만드는 위의 모든 미국의 환경들이, 

결국 미국 남자들로 하여금 술자리를 멀리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가정일에 보다 더 충실하게 만드는 사회분위기에 

일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술에 대한 유혹이 거의 없었던 미국생활이 무료하기는 했지만 저에게는 필요충분조건이 맞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술집들이 주택가에서 멀리 떨어져서 술집들에 대한 유혹이 적어지고, 

음주운전은 엄격한 법에 의해 변명의 여지없이 곧바로 유치장으로 직행이고,

인건비도 높아져서 대리운전비가 비싸지고, 이케아(IKEA)같은 조립식 가구점들이 인기를 끄는 사회분위기라면 

자연스레 술자리도 줄이고, 가정과 가족생활에 보다 더 충실하게 될까요? ^^;;;


흑, 그래도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너무나 그리운 것은 저도 어쩔 수 없는 한국 사람의 전형인가 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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