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대구치) 살리려 목디스크를 감수한 신경치료
치과의사도 직업병이 있습니다.
바로 목디스크입니다.
오른손잡이인 나는 하루종일 의자에 않아서 목을 좌측으로 구부린채 시선을 환자분의 구강을 주시한채로 진료하다보면,
어떨때는 정말 내 목이 떨어져 나갈 것만 같은 극심한 통증을 느끼기도 합니다.
허리는 꼿꼿이 세운 채로 미러(치과용 거울)로 환자분의 구강을 봐가면서 진료를 해야 목디스크의 위험도가 줄어든다고들 하지만,
막상 진료에 임하다보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잘해야겠다는 욕심에...
나도 모르게 목을 길게 뻗어 내밀어 미러는 제쳐둔채 육안으로 환자구강안을 들여다보면서 진료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치과진료중에 이런 목디스크의 위험도를 가장 높히는 술식이 바로 신경치료입니다.
더구나 신경치료할 치아의 위치가 위턱에 있다면 치과의사는 더 길게 목을 내밀어 진료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치아가 위턱중에서도 맨 뒤 어금니인 제2대구치라면 치과의사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험난한 고행길이 됩니다.
그런데 한발 더 나아가 위턱 큰어금니인 제2대구치의 신경근관이 4개씩이나 된다면???
그냥 대충 안아프게만 치료해버릴까??? 하는 유혹이 있다는 것도 거짓말은 아닐 것입니다.
치과의사의 목디스크를 악화시키는 모든 조건을 다 갖추었습니다.
위턱입니다.
큰어금니인 제2대구치입니다.
신경치료입니다.
제2대구치의 경우 보통 신경관은 3개인데 허걱...이 치아는 신경관이 4개입니다. ㅠㅜ
사진에서와 같이 신경근관 4개가 또렷이 보입니다.
이 신경근관 하나하나를 소수점이하 미리단위까지 깨끗이 세척하고 소독해야 하는 힘겨운 과정입니다.
신경근관 4개 모두 하나하나 인공신경(주황색)을 주입하고 코어(파란색)로 와동을 메꿉니다.
치과의사가 목디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어렵게 살린 신경치료 받은 이 치아는 허망하게 부스러지는 일이 없도록
반드시 크라운으로 씌워주어야 합니다.
신경치료를 마무리 짓고 방사선으로 인공신경이 주입된 모습을 확인합니다.
뿌리 끝까지 인공신경이 잘 주입된 모습입니다.
신경 4개가 오징어 뒷다리 모양으로 또렷이 보입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결과는 100점이 조금 못미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금니 하나 살리려던 목디스크를 감수한 노력과 그 과정만은 200점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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