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끓여준 너구리 라면 한그릇 뚝딱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듯 장마비가 무섭게 내리치는 저녁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궂은 날씨를 피해 일찌감치 댁으로 내려가시는 바람에,
이날은 아빠와 두 딸래미 셋이서 집을 보면서 퇴근하는 엄마를 기다립니다.
비가 너무 세차게 온 나머지 차가 많이 밀려서 그런지 평소보다 엄마가 많이 늦습니다.
"아빠 배고파... 너구리 끓여줘..."
헉 이놈들이 너구리 라면을 좋아하는 건 알고는 있었지만
평소에 할머니가 얼마나 많이 먹였으면 저렇게 자연스럽게 너구리 끊여달란 소리가 나오는지... ^^
인기영합주의자인 아빠는
아이들이 싫어하는 파송송 계란탁~!!... 이런건 전혀 추가하지 않고,
오히려 다시마, 후레이크 스프도 빼고, 오로지 분말스프로만 너구리를 끊여주는 파격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의 영양을 전혀 고려않는 참 나쁜 아빠입니다. ^^;;;
아이들은 국수에 열광합니다.
자장면, 냉면, 잔치국수, 라면, 스파케티 등등 면으로 이루어진 음식에 열광하는 것은 아이들의 본능일까요?
하마처럼 입을 쩍 벌리고 젖가락으로 라면을 집어 낼롬 입에 넣는 막내딸의 모습을 보니
너무 이쁘고 귀여워서 사진을 안남길래야 안남길 수 없어 재빨리 카메라 셔터를 누릅니다.
어미가 물어다준 먹이에 제비새끼 입 쩍쩍 벌리는 모습이 저 모습일 겁니다....^^
아빠가 끓여준 라면을 맛나게 후루룩 후루룩 먹으며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들...
순한 맛 너구리로 끓였는데다가, 물도 듬뿍 넣고, 다시마, 후레이크도 빼고 끓여서 맛도 밍숭밍숭할텐데
아이들은 너무나 맛나게 먹습니다.
배가 많이 고팠나 봅니다. ㅡ.ㅡ;;;;
조금 더 다양하고 맛난 간식거리 요리법을 알고 있다면
좀더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은근히 아이들에게 미안했습니다.
어서 빨리 요리 필살기 두세개쯤은 익혀서
아이들 입맛에 꼭맞고 영양도 풍부한 간식거리를 직접 만들어주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
헉...!!!
이것 좀 보세요..
아이들이 국물까지 단 한방울도 남기기 않고 뚝딱 비운 그릇입니다.
왼쪽은 세살바기 서현이가 뚝딱 해치운 그릇, 오른쪽은 언니 다현이 그릇...
조작 아닙니다. ㅡ.ㅡ;;;
역시나 아이들의 밥상 겸 책상인 이 곳 곰돌이 책상에도 스티커들이 몇몇 붙어있습니다. ^^;;;
볼품 없는 아빠의 너구리 라면 요리였지만
아이들이 이렇게 맛나게 먹어주니 고맙기도 하고 또 미안하기도 했던...
엄마를 기다리며 아빠와 함께 한 비가 내리치던 한여름날 저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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