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만들어준 토끼풀 반지를 끼고 팔짝팔짝
양재천 산책길을 따라 눈에 띄는듯 없는듯 조용히 흩어져 앉은 토끼풀들을 보니
어린 시절 이웃집 누나가 나의 손가락에 만들어 주었던 토끼풀 반지에...
집에 돌아와 어머니 품에 안겨 잠드는 순간까지도 그 반지를 바라보며 애지중지했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천방지축 골목대장이었던 어린시절 내 눈에도 그때의 토끼풀 반지가 어찌 그렇게 소중하고 이쁘던지,
35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도 그때의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토끼풀반지가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옛시절의 좋았던 추억을 더듬으며 고사리같은 아이들의 손가락에 토끼풀 반지를 정성드려 만들어 줍니다.
토끼풀 두개를 엮어서 어찌어찌 만들었던 것 같았는데...아빠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아 만들어주는데 버벅거립니다. ^^
왜냐하면 아빠도 어린시절 토끼풀반지를 받기만 했지 직접 만들어 누군가에게 주는건 처음이었답니다.
조금은 서툴지만 아이들 손가락에 토끼풀반지를 만들어 끼어주니 역시나 아이들 너무나 좋아 입이 귀에 걸립니다.
아빠가 서툴게 만들어준 토끼풀 반지를 자랑스럽게 내밀어 보입니다.
엄마에게도 만들어주지 않았던 아빠가 처음으로 만든 토끼풀 반지입니다.
고사리같이 조그많고 가녀린 아이들 손가락에 끼여진 토끼풀 반지가
아이들에게는 수십캐럿의 다이아몬드 반지보다도 크고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걸 알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35년전 아빠도 토끼풀 반지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내 딸들이니까 같은 마음일 겁니다. ^^
다현이는 토끼풀반지를 끼고 엄마에게 자랑하더니 한두개 더 만들고 싶어서인지 이리저리 토끼풀밭을 살피며 돌아다닙니다.
서현이는 토끼풀반지에 마냥 신이 나서 폴짝폴짝 나무목판 길을 뛰어 다닙니다.
팔짝팔짝 뛰면서도 오른손의 토끼풀반지는 놓칠세라 꼭쥐고 있습니다.
먹을 것, 입을 것 등 왠만한 모든 물질이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라나는 요즘 아이들...
값비싼 인형이나, 중국산 장난감 반지보다도 그저 길거리 주변 자연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토끼풀 반지에도
충분히 행복해하는 이 아이들을 보면서...
인생을 살아감에 정말 중요한 것 또 하나를 더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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