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용 입니다/딸딸이 아빠

난생 처음 쓴 딸의 반성문에 아빠는 울컥

달려라꼴찌 2013. 12. 23. 07:43

난생 처음 쓴 딸의 반성문에 아빠는 울컥




지난 주말에 초등학교 4학년 첫째 딸 다현이는 초등학교 1학년 동생 서현이와 서로 티격태격 다투다가 

급기야는 서현이의 얼굴을 할퀴는 사단이 벌어졌습니다.


헉, 서현이의 왼쪽 눈가에 이마에서 부터 왼쪽 눈 아래까지 10센티 정도 되는 상처가 생겼습니다 ㅠㅠ

눈에 넣어도 안아플 막내 서현이의 얼굴이 이런 상처가 생기니 정말 부모로서 마음이 무너지더군요.

그것도 그렇게 만든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서현이와 피를 나눈 친언니 다현이라는게 너무너무 기가 막혔습니다 ㅠㅠ




서현이 이마와 눈가에 생긴 상처 ㅠㅠ




저는 너무너무 화가 나서 회초리를 꺼내들고 다현이를 힘껏 때려주고 싶었지만, 아이들 엄마가 제동을 걸더군요.

둘이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싸우다 생긴 쌍방과실이니 서현이도 똑같이 같은 갯수로 세게 때려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안그래도 다현이는 동생한테 엄마 아빠의 사랑을 많이 빼앗겼다고 생각하는데 자칫하면 다현이가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내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언니한테 할퀴어서 얼굴에 큰 상처가 생긴 서현이를 보자니 너무나 안쓰러워서...

저는 솔직히 다현이와 서현이를 똑같이 회초리로 공평하게 때리는 것이 도저히 자신이 없었습니다.


결국 엄마가 다현이와 서현이를 눈물을 쏙빼놓을 정도로 10대씩 회초리로 손바닥을 세게 때리는 것을 마음 아프게 지켜본 후,

저는 언니 다현이에게 언니로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반성문"을 써오라고 했습니다.


'반성문'이란 것을 써본적이 없는 다현이는 당황하여 엄마에게 반성문은 일기처럼 쓰는 것인지, 편지처럼 쓰는 것인지.... 

어떻게 쓰는 것이냐고 묻더니.... 

그렇게 방에서 30여분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난 후 저에게 건넨 난생 처음 써본 다현이의 반성문.....

저는 그 반성문을 찬찬히 읽어내려가면서 얘가 정말 깊이 반성하고 있구나.....

그리곤 마지막 말미에 결국 저는 콧날이 시큰 가슴이 울컥하여 다현이를 꼭 안아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반성문

                                                                                                류다현


오늘 서현이와 싸웠다. 나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서현이를 할퀴고 말았다.

보니깐 피가 날 것 같이 빨갰다. 너무 미안했다.

 처음에는 엄살인 줄 알았다.

어쩌면 나는 10대가 아닌 100대를 맞아야 할 것 같다.


그동안 내게 양보한 동생인데 내 입술에 난 흉터보다 더 큰 흉터를 줬다.

사살대로 말하면 서현이도 내가 흉터를 줄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처음 싸울 때는 장난처럼 다치지 않도록 살살 했는데 점점 싸움이 난폭해졌다.

난 싸움을 하기 싫어서 놨는데 계속 당하니 더 화가 나서 난폭해졌다.

이러다가 흉터까지 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된다.

앞으로 서현이와 사이좋게 지내고 싸우지 말아야겠다. 만약 싸우더라도 말로 말이다.


계속 생각해보니 칭찬도 더 받고, 수영도 잘하는 서현이가 부러워서 화가 더 난 걸수도 있다.

그래도 서현이는 못하는 나를 응원해줬다. 응원해줬는데도 나는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아빠가 왜 서현이를 더 사랑하는지 알겠다.

서현이는 아빠를 더 닮았고, 양보심, 용기, 그리고 사랑스럽다.


앞으로 서현이를 친절하게 대해줘야겠다. 그리도 양보심도 많아야겠다.











다현이는 기본적으로는 동생을 아끼고 사랑하는 너무나 심성이 착한 아이입니다.

그리고 아빠를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아빠가 왜 서현이를 더 좋아하는지 알겠다는 대목에서 저는 그만 울컥했습니다.


그래... 다현이가 서현이에게 이렇게 커다란 상처를 낼 정도로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것도,

내가 아무리 그런게 아니라고 항변을 하고, 반성도 하고, 고쳐 행동을 하면서 노력했다 하더라도.... 

첫째 딸 다현이의 눈에는 아빠는 여전히 동생만 편애하는 것으로 보였던 것입니다 ㅠㅠ


눈시울이 붉어진 저는 그저 다현이를 힘껏 꼭 안아줄 수 밖에 없었는데,

저의 노력은 여전히 부족한 것 같아 많이 미안하기도 하고, 여전히 저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다시금 느낀 주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