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치료

딸의 충치치료 앞둔 치과의사 아빠, 그 어느때보다 긴장돼

달려라꼴찌 2012. 9. 10. 08:03

딸의 충치치료 앞둔 치과의사 아빠, 그 어느때보다 긴장돼 


 

 

 

며칠전 컴퓨터 앞에 앉아 중요한 이메일을 확인하고 작성하고 있는데 7살 둘째딸 서현이가 제가 와서 묻습니다.

 

서현 : 아빠, 나 어금니에 구멍이 났어...

아빠 : 어금니에 구멍이 난게 아니라 영구치가 올라오려고 하는거 아니니?

서현 : 아냐, 치아에 구멍이 났어. 봐봐 응?

 

서현이는 입을 크게 벌리며 고사리같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어금니를 가리키며 고개를 젖히고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하던 컴퓨터 작업을 멈추고 서현이의 입속을 들여다 봤습니다.

그런데 허걱... 정말 서현이의 오른쪽 위 유치(젖니) 어금니에 충치가 커다랗게 생긴 것이었습니다. ㅠㅜ

 

 

서현이처럼 어린 아이들은 칫솔질에 서투르기 때문에 절대로 혼자서 칫솔질을 하게 내버려두지 말고

반드시 엄마나 아빠가 손잡이 달린 치실로 치아 사이를 꼼꼼히 닦아줘야 하는데,

최근에 한동안 바빠서 서현이 칫솔질을 점검하는 것을 소홀히 했더니 바로 이렇게 커다란 충치가 생겨버린 것입니다.

역시 아이들은 잠시도 방심하면 안되겠습니다. ㅠㅜ

 

 

 

순간 치과의사 아빠인 저는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치과의사로서 딸 아이가 이렇게 커다란 충치가 어금니에 생긴 것 자체가 망신이긴 하지만,

서현이가 다른 겁많은 아이들처럼 치과에서 울고불고 떼쓰며 도망다니면서 치과위생사 언니들을 힘들게 하여

치과의사 아빠 망신을 한번 더 크게 시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사실 서현이가 4살때에도 충치가 생겨서 치과의사 아빠인 제가 직접 치료는 못해주고

후배 치과의사가 운영하는 어린이 전문치과에서 수면치료로 충치치료를 받았었는데,

언제까지나 어린이 전문치과만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이제는 아빠가 직접 치료해줘야겠다고는 마음 먹었지만

그동안 서현이에게 쌓아올린 아빠의 인기가 한방에 훅~ 하고 무너지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도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서현이의 어금니 충치를 치료하자면 마취에, 신경치료에, 은니까지 씌워줘야 할텐데...
이런 치료들은 치과의사로서도 눈감고도 할 정도로 정말 너무나도 익숙한 치료들이지만,
막상 제 자식을 치료하려고 하니 솔직히 그 어떤 때보다 긴장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제 딸을 치료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2-3일 정도는 밤잠을 뒤척일 정도로 긴장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해서 서현이 어금니에 생긴 커다란 충치를 발견한지 며칠후 제가 치과 근무를 쉬는 날이 왔습니다.

저희 부부는 맛벌이 부부인터라 서현이를 치과에 데려다 줄 사람이 없기에, 

제가 치과 근무하지 않는 날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서현이를 받아서 직접 치과로 데리고 와서 치료해주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렇게 치과의사 아빠인 저 또한 여느 다른 부모님들과 똑같이 서현이가 치과치료 잘 받으면 선물 사준다고 약속을 하고는,

서현이를 데리고 곧바로 치과로 왔습니다. ㅡ.ㅡ;;;

 

 

 

 

 

 

 

먼저 방사선 사진을 찍어서 치료해야할 충치 부위를 확인하였더니..

허걱 반대쪽 어금니도 커다랗게 충치가 먹었습니다. ㅠㅜ

 

 

 


 

마취를 한 후 치료에 들어가기에 앞서 서현이가 입을 크게 잘 벌릴 수 있도록 개구기를 물려놓고는...

 

 

 

 

 


 

서현이에게 치아를 격리시켜주는 장치인 러버댐을 장착하기 전에,

러버댐이 어떤 장치인지 그리고 왜 꼭 해야만 하는지를 설명을 먼저 해줍니다.

 


 

 

 

 

그리고 나서 서현이에게 치과용 드릴을 보여주면서 충치 벌레는 이렇게 물바람으로 잡는거란다...

물바람이 나올때 조금 소리가 시끄럽더라도 놀라지 말라고 설명을 합니다.

진지하게 아빠말을 듣던 서현이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끄덕 거립니다.


아이들 치료할때는 무작정 치료를 강행하는 것보다는 이처럼 알아듣기 쉽게 보여주고 말한 후에 치료를 진행하되, 

일단 치료에 들어가게 되면 최대한 신속 정확하게 마무리 짓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서현이가 무서워할만한 치과 기구들에 대해 미리미리 자세하게 설명한 후 충치 치료를 시작하였습니다.

 

 

 

 


 

서현이의 어금니에서 충치와 신경을 제거하고 있습니다.

신경이 제거되는 순간 통증을 느꼈는지 서현이 눈이 찔끔거립니다.
치료 중간중간 서현이 눈치를 보면서 치료하는 치과의사 아빠의 마음도 순간 찔끔거렸습니다.

 

 

 

 


 

치료가 잘 되었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7살 서현이는 치료가 빨리 끝났으면 하는 울먹이는 표정입니다.

 

 

 

휴~ 이렇게 해서 저의 둘째 딸의 충치치료가 일단 모두 끝났습니다.
마취하는 순간, 그리고 신경이 뚫리는 순간에 결국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긴 했지만,
7살 서현이는 치과의사 딸답게 대체로 무난하게 치료를 매우 잘 받았습니다. ^^;;


 

치과의사 아빠로서 이번에 제 딸을 직접 치료하면서,
다른 환자분이나 보호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치과의사에게 몸을 맡기고 치과치료를 받는지 새삼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