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사랑니 뽑고 친구 죽인 어떤 치과의사 이야기

달려라꼴찌 2012. 6. 12. 08:01

사랑니 뽑고 친구 죽인 어떤 치과의사 이야기

부제 : 사랑니 발치 후 술 마시면 절대 안되는 이유

 

 

 

치과의사로 진료를 하다보면 사랑니 발치나, 기타 피를 보는 치과치료 후,

자기가 술약속이 있는 데 술을 마셔도 되는지 묻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또 어떤 분들은 치과의사가 술 못마시게 할까봐 치과치료 받기 싫다고 엄포부터 놓는 분들까지도 있습니다. ㅡ.ㅡ;;;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간단한 스케일링이나 충치치료 기타 보철물 맞추는 치과치료 정도는 술 마시는 것과는 큰 상관없지만,

사랑니 발치, 잇몸치료, 신경치료 등등 처럼 피를 보는 치과 치료 후에는 절대로 술을 마시면 안됩니다.

 

특히 아무리 간단한 사랑니 발치 케이스라고 하더라도 술을 마시는 것은 굉장히 위험할 수 있는데,

그 이유를 말씀드리기 전에...

제가 치과대학 학생 시절 교수님께서 음주의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말씀해주셨던 지인의 이야기... 

친구의 사랑니를 뽑아주곤 그 친구를 죽게만든 어떤 치과의사의 충격적이고 슬픈 이야기를 안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지금부터 약 20여년 전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고 합니다.

아다시피 동네치과 원장이란 것이 한평 남짓한 비좁은 원장실을 홀로 지키면서 하루종일 아픈 사람들 입속만 쳐다보면서 치료하는

늘 똑같은 일상인지라 하루하루가 따분하고 외로운 나날이기도 합니다.

 

그 치과의사도 그렇게 무료하고 따분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날 어릴적 친구에게서 거의 십여년만에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위쪽 사랑니가 아프다고.... 보고 싶은 친구에게 뽑고 싶다고...

그렇게 그 치과의사 친구에게 사랑니를 뽑으러 멀리서 왔다고 합니다.

 

늘 치과, 집, 치과, 집.... 반복된 일상 속에서 그 치과의사는 십수년만에 찾아온 죽마고우가 얼마나 반가왔을까요?

먼저 친구의 입 속을 봤더니 사랑니 주변으로 부어올랐지만 정말 간단하게 뽑을 수 있는 위턱 사랑니였다고 합니다.

 

 

위 사랑니는 보통 간단히 발치된다

 

치과에 처음 내원한 당일날 사랑니를 뽑는 것은 위험하므로 보통은 항생제 선투약한 후 따로 예약을 잡아 사랑니를 뽑지만,

그 치과의사는 멀리서 찾아온 친구가 안쓰럽기도 하고, 워낙 간단한 위쪽 사랑니이기에, 

치과 마취를 기다리는 동안 항생제를 투여한 후 사랑니를 뽑아주기로 합니다.

 

과연 치과의사의 자신대로 사랑니는 정말 눈깜박할 새에 1-2초도 안되서 발치가 되었을 정도로,

사랑니 발치 중에서는 정말 초간단 굉장히 쉬운 케이스였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의 선택이 불과 하룻만에 그 치과의사와 친구에게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일으키리라고는 누구도 상상을 못했습니다.

사랑니를 뽑고나서 거즈를 물고 턱부위에 얼음찜질을 하면서 체어에서 일어나는 친구에게 그 치과의사가 한마디 합니다.

 

치과의사 : 친구야, 오늘 시간되지? 우리 정말 오랜만에 만났는데 오늘 술 한잔 하자~!!

친구 : 응? 그런데 사랑니를 뽑았는데 술 마셔도 되는거니?

치과의사 : 친구야, 치과의사란 직업이 참 무료하고 외롭더라구.

              유붕이 자원방래니 불역락호라는데 정말 술 한잔하고 싶구나.

              그리고 내가 치과의사야. 뒷탈이 나도 내가 책임질테니까 우리 술 한잔 하자~!!

 

 

 

 

그렇게 해서 사랑니를 뽑은 친구와 그 치과의사는 그날 부어라 마셔라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함께 했던 추억과 우정을 이야기 하면서 십여년만의 회포를 풀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치과의사의 친구는 사랑니 발치한 부위로 감염이 급속도로 진행되어서 패혈증으로 결국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ㅠㅜ 

그 치과의사는 치과도 폐업하고 그동안 모아뒀던 전재산을 다 잃은 것은 물론,

자신으로 인해 친구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으로 폐인이 되어 미치광이처럼 참혹한 남은 인생을 보냈다고 합니다.

 

어떤가요? 정말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지요? ㅠㅠ

 

제 개인적으로 의사나 치과의사로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측은지심' 이라고 생각합니다.

측은지심이란 사람으로서 당연히 가질 수 밖에 없는 감정이지만,

이런 감정으로 인해 철저한 진단과 치료과정에서의 객관성과 정확성이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음주는 면역력을 약화시키므로 사랑니 발치 후 최소 1주일간은 삼가야 합니다.

사랑니 발치 후 음주는 안되는 이유는 감염에 대한 주의사항이며,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알콜은 우리 몸의 면역력을 약화시키므로, 조그마한 감염 요소도 크게 덧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나친 음주로 인해 우리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구강내의 정상세균총들이 사랑니 발치부위에서 병원균으로서 감염활동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위에 예로 들은 것 처럼 사랑니 발치후 얼마 되지 않아 과음으로 인해 사망으로까지 이르게 되는 불행한 경우가

우리나라에서도 1년에 수차례 이상 보고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