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사랑니 뽑고나서 지혈이 안되어 잠 한숨 못이룬 치과의사

달려라꼴찌 2012. 2. 7. 08:01

사랑니 뽑고나서 지혈이 안되어 잠 한숨 못이룬 치과의사






치과의사가 된 이후로 정말 수도 없이 많은 사랑니를 발치해왔지만 

여전히 사랑니 발치할때만큼은 다른 어떤 치과치료 보다도 긴장감이 도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아래턱 사랑니를 발치할 때는 제아무리 파노라마나 CT 촬영으로 위험요소들을 어느정도 예측하고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미처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들도 워낙 많기 때문에 

사랑니 발치가 성공적으로 잘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치과의사는 환자분 걱정에 잠 못이루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ㅡ.ㅡ;;;


얼마전 발치했던 매복 사랑니의 경우도 그랬습니다.

사랑니는 정말 성공적으로 잘 발치되었는데 문제는 그 후 지혈이 잘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사랑니 발치후 지혈의 문제는 뭐니뭐니해도 거즈를 꽉 깨물어 압박지혈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효과적입니다.

보통 한두시간정도 거즈를 꽉 깨물고 있으면 대부분은 지혈이 잘 되는데,

이 환자분은 아스피린 복용처럼 지혈에 문제가 되는 다른 병력도 없는 환자분인데도 

압박지혈이 잘 안되어 끊임없이 피가 스며 올라오는 양상이 왠지 찝찝했습니다.


아침일찍 사랑니를 발치했는데 몇시간을 치과에서 사랑니 뽑은 자리에 거즈로 압박지혈을 한 것이 벌써 저녁때가 다 되었습니다.

환자분도 회사근무를 마치고 저녁무렵 다시 치과에 돌아와서 사랑니 뽑은 상태를 보니 많이 호전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지혈이 완벽하게는 되지 않았습니다.

깨어있을때는 그래도 환자분이 의식적으로 거즈를 꽉 깨물고 있기 때문에 괜찮다쳐도 

밤이 되어 잠이 들면 무의식중에는 그럴수 없기 때문에 치과의사인 저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밤 늦게까지도 지혈이 안된다면 지체없이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서라도 지혈을 하는 것에 좋겠다고 말씀드리며 

저도 퇴근을 하였습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도 소심한 저는 그 환자분 걱정에 이리저리 잠을 설치며 날밤을 새다시피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치과 출근전 직원에게 받은 문자에 저는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환자분은 사랑니를 뽑고 나서 왜 그렇게 하루종일 지혈이 잘 안되었던 걸까요?



 


사랑니를 뽑고 난 자리 (발치와)는 혈병(피떡, 선지)이 차올라 이것이 굳으면서 지혈이 되는 메카니즘을 거칩니다.

사랑니를 뽑고 난 후 봉합사로 꼬매는 것은 이런 혈병이 탈락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도와주지만,

결국은 거즈를 꽉 깨물어 발치와를 견고하고 빈틈없이 메꾸어 압박지혈하는 것이 가장 결정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보통은 이렇게 거즈로 한두시간 압박지혈을 하는 것으로 거의 대부분은 충분히 지혈이 잘 됩니다.


 

 


 

       


그러나 사랑니는 애시당초 사랑니가 난 위치의 변이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사랑니가 잘못나 위 그림처럼 치조골의 한쪽 벽(특히 혀쪽 치조골)이 원래부터 소실된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위 그림처럼 거즈로 압박지혈을 하더라도 한쪽 치조골벽이 없으므로 

견고하게 거즈로 발치와를 흔들림과 빈틈없이 압박하여 물고 있는 것이 어렵게 되어 

혈병(피떡, 선지)이 발치와 내에 자리잡지 못하고 쉽게 탈락되어 지혈이 어렵게 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처럼 사랑니, 특히 아래턱 매복 사랑니를 발치할때는 너무나 다양한 돌발상황과 변수가 많기 때문에

치과의사는 정말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사랑니를 뽑고 나서 지혈의 잘되게 하려면 

거즈로 한두시간 흔들림없이 꽉 깨물어 압박지혈하는 것이 첫째도 둘째도 가장 중요합니다.


하여간, 잘못난 사랑니... 넌 왜 이렇게 말썽인거니?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