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용 입니다/딸딸이 아빠

할머니의 스파이가 된 딸의 딱 걸린 비밀 쪽지

달려라꼴찌 2010. 8. 14. 07:28

할머니의 스파이가 된 딸의 딱 걸린 비밀 쪽지

 

저는 주말부부입니다.

아내가 둘째 서현이를 낳고 곧바로 대전에 직장을 구해 평일에 내려갔다 주말에야 올라오는

주말부부 생활을 시작한지 벌써 4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청주에서 장모님이 평일에 올라오셔서 아이들을 돌봐주셨다가 금요일이 되면 다시 청주로 내려가시는

힘겨운 딸 자식과 손녀들의 뒷바라지와 희생의 세월도 벌써 4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그러나 할머니와 아빠인 제가 평일에 아무리 아이들을 잘 돌본다 하더라도

아이들에게 엄마로서의 역할과 빈자리까지 완벽하게 메꿀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ㅡ.ㅡ;;

 

주말부부 생활이 오래되다 보니 저도 장모님도 어느정도 지칠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금슬이 좋은 편인 저희 부부도 부부싸움을 이따금 하게 되었는데 그때마다 늘 한결같이 똑같은 이유입니다.

가족끼리는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엄마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것,

더이상 연로하신 장모님의 희생은 자식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라는 것 입니다. ㅡ.ㅡ;;;

 

왜 부부싸움을 했는지 이유를 잘 모르시는 장모님은

지난 주말에 부부싸움을 했다는 자체만으로 저희 부부금슬에 대한 걱정뿐이십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 우리 부부가 부부싸움 했다는 것은 어찌 그리 빨리 아셨을까요?

 

 

그날도 같은 이유로 아내와 저는 사소한 말다툼이 있었는데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첫째 딸 다현이는 엄마 아빠의 말다툼은 듣는둥 마는둥 열심히 TV만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들 눈치도 보이고 해서 더이상의 언쟁은 피하고 안방으로 들어와 쉬고 있는데,

갑자기 아내가 깔깔대며 쪽지 한장을 들고 방문을 열고 들어와 저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아내는 다현이가 TV보면서 무언가를 비밀스럽게 쪽지에 쓰고는 숨기는 현장을 발견한 것입니다.

다현이의 그 비밀 쪽지를 보고는 저 역시 그 자리에서 그만 빵 터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

 

 

어쩐지...

장모님이 우리부부의 사소한 말다툼도 부부싸움 또 했냐며 걱정하시는 모습을 보며 

어찌 그리 지난 주말동안 우리 부부의 사정을 잘 아실까 의아해 했었습니다.

역시 초등학교 1학년 딸 아이 다현이는 장모님의 스파이였습니다.

스파이가 된 딸 아이는 이렇게 비밀 쪽지를 써서 할머니가 오시면 건네주면서

주말동안의 우리 부부의 모습에 대해 낱낱이 보고해왔던 것입니다. ㅡ.ㅡ;;;;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사소한 언쟁이라도 엄마 아빠가 크게 싸운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다시는 아이들 앞에서는 아무리 사소한 말다툼이라도 엄마 아빠가 다투는 모습을 절대로 보여줘선 안되겠습니다. ㅡ.ㅡ;;;

 

가족끼리 서로 아끼고 위하며 사랑하면서 살기에도 부족한 시간들입니다.

 

 

 

스파이 딸의 딱걸린 비밀 쪽지가 포토베스트에 선정되어 만천하에 공개되었습니다. ^^

아이들 앞에서 아내와 말다툼 하지 않겠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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