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잘하고 친절까지 한 치과 과연 있을까?
동네 치과의사로 개업할 때부터 지금까지도 주변 친인척이나 지인들, 그리고 환자분들 사이에 가장 많이 들었던 충고는
뭐니뭐니 해도 치과는 "싸고", "친절하고", "진료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
그런데 막상 한 곳에서 오랫동안 진료를 하다보니 이 세가지를 모두 만족시키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는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입니다.
세상에는 "싸고", "친절하고", 게다가 "진료도 잘하는" 치과란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싸고, 친절하고, 거기에 진료까지도 잘하는 치과는?
일시적으로는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런 치과는 환자가 미어터지게 많게 될 수 밖에 없어서
결국 본연의 임무인 진료를 잘하기가 엄청 어렵습니다. ㅡ.ㅡ;;;
진료의 질(quality)를 유지하기 위한 치과의사 1인당 적정한 환자수는 하루 20명 내외이기 때문입니다.
2. 친절하고, 진료를 잘하는 치과는?
역시 환자가 미어터져서 많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치료수가를 올려 환자수를 하루 20명 내외로 줄여야만
친절과 양질의 진료 이 두가지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3. 싸고, 진료를 잘하는 치과는?
이 역시 또한 환자가 알아서 몰려오기 때문에 미어터질 수 밖에 없습니다.
워낙 환자가 미어터지게 많기 때문에 결국 친절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ㅡ.ㅡ;;;
손님이 아닌 주인이 왕인 대박 음식점들은 대개 친절과 거리가 먼 것과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또, 싸고 진료도 잘한다고 해서 불친절 한 것도 용서받지도 못합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요?....의료 행위도 당연히 서비스인 세상 아닙니까?
어차피 싸고, 친절하고, 진료까지도 잘하는 치과가 현실에선 불가능한 치과의 모습이라면...
치과의사로서 어느 한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과연 어떤 것을 포기해야 할까요?
셋 중 하나를 포기한다면 당연히 '싼' 치과입니다.
왜냐하면 "진료 잘하고", "친절"하면 ===> 당연히 "비싸도" 용서 받기 때문입니다. ^^;;;
그 치과가 진료를 잘하는지 여부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판단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의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기왕이면 저렴한 곳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의례히 싼 치과가 양심적인 치과라고 생각하기까지도 합니다.
1. 그러나 양심적인 치과는 스케일링이나 금니, 임플란트 단가를 싸게 받는 치과가 아닙니다.
2. 양심적인 치과는 꼭 해야만 할 치료를 권하는, 즉 과잉진료를 하지 않는 치과입니다.
3. 양심적인 치과는 자기 부모, 형제, 가족에게도 똑같은 진단과 치료계획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4. 따라서 양심적인 치과는 환자의 입장에서 꼭 해야만 할 치료에 대한 진단과 치료계획으로
전체적인 치료비는 오히려 절감해 주는 치과입니다.
그런 양심적인 치과는 화려한 인테리어와 유명 연예인들을 동원하여 사람들을 주눅들게 하는 강남소재의 삐까번쩍한 치과 보다는
여러분의 동네에서 조그맣고 허름하기까지 하지만,
친근한 동네 아저씨, 아줌마 같은 모습으로 오랫동안 한자리에서 묵묵히 진료해 온 치과일 가능성이 제일 높습니다.
치과질환의 거의 대부분은 충분히 예방과 예측이 가능했던 본인의 관리 소홀에 기인한 질병입니다.
본인의 게으름으로 임플란트까지 할 최악의 상황을 만들고서 치과의사를 원망하는 초딩같은 자세는 지양해야 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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