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치료

아이의 첫 젖니, 늦게 뽑으면 덧니가 될까??

달려라꼴찌 2009. 4. 11. 13:44

아이의 첫 젖니, 늦게 뽑으면 덧니가 될까??

 

아이의 첫번째 젖니는 아래 앞니입니다.

이 치아는 보통 생후 4-10개월 사이에 제일 처음 맹출하는 치아이고, 만 5-7세 사이에 제일 처음 뽑게 되는 젖니입니다. 

이렇게 범주가 다양한다는 건 몇달 혹은 1-2년 정도 오차가 나도 비정상은 아니란 뜻입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젖니를 집에서 뽑거나, 늦게 뽑으면 영구치가 맹출하는데 장애가 되어서 덧니가 된다고 믿기때문에,

예전에 집에서 실묶어 뽑던 시절과는 달리, 요즘은 대부분 아이들 젖니를 뽑기 위해 치과에 옵니다.

 

그러다보니 아이의 처음 치과방문은 젖니 뽑기부터 시작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위 사진에서 파란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아래 치아가 젖니이고, 노란색 화살표는 후속 영구치입니다.

우연히 아이의 입을 보았더니 이런 모습으로 영구치가 젖니 뒤에 나오는 것을 목격하였다면,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덧니가 되는건 아닌가하여 부랴부랴 치과에 젖니를 뽑기위해 아이와 함께 치과에 달려오곤 합니다.

 

문제는 뒤쪽에 뻔히 영구치가 고개를 떠밀어 나오려고 하는데도 앞쪽의 젖니는 전혀 흔들리지도 않고 미동도 안하고 있다면,

부모님 속은 더욱 조바심나게 되기도 합니다.

 

전혀 흔들리지도 않는 아이의 첫 젖니, 과연 치과 국소마취를 해서라도 반드시 뽑아야 하는 걸까요?

 

아래 앞니의 경우 이런식으로 젖니 뒤쪽에서 영구치가 맹출하는 경우가 사실은 평균적으로 70프로 이상일만큼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젖니 뒤쪽으로 영구치가 나온다 하더라도 맹출된 영구치 대부분인 95프로 이상은 

혀가 앞으로 밀어내는 힘과 함께 아이가 성장하면서 턱뼈도 성장하여 영구치가 제위치에 돌아갈 충분한 공간이 생기기 때문에 

영구치는 거의 대부분 제위치를 찾아가게 됩니다.

여기에 이 젖니를 빨리 뽑아야 하는가에 대한 힌트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뒤에 영구치가 뻔히 보일정도로 나와있다 하더라도,

앞쪽의 젖니는 조금 더 흔들린 후에 그것이 몇달 이후라도 늦게 뽑는다고해서 나오는 영구치가 덧니가 될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 흔들린 후에, 몇달 후에라도 천천히 뽑아도 늦지 않다고 설명드려도 이런 치과의사의 조언을 듣지 않은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처음이란 것은...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평생 안고 가야할 기억으로 남아있게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일이든 첫경험은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소망하고 그를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늦게 뽑으면 덧니될까봐 걱정스러운 부모님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치과에 처음 온 아이들...

늦게 뽑아서 덧니되면 책임질꺼냐며 치과의사에게 책임을 물을듯한 부모님들의 강요(? ^^)와,

억지로 어렵사리 힘들게 아이를 치과에 데리고 왔으니 치과에 온김에 마취를 해서라도 젖니를 뽑고싶은 부모님의 욕심(? ^^)으로

치과의사는 어쩔수 없이 아직 충분히 흔들리지도 않는 젖니를  뽑기위해 치과 국소마취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치과국소마취 과정에서 어쩔수 없이 아이에게 보여지는 마취 주사바늘은... 

아이에게 치과라는 곳의 첫경험과 첫인상이 무시무시한 지옥과도 같은 악몽으로 기억될 것이 분명합니다. 

 

 

 

 

 

치과 국소마취하에 억지로 젖니를 뽑은 모습입니다.

아직 뿌리가 채 녹지 않은 모습입니다.

천천히 더 두고 보고, 더 흔들린다음에  몇달후에 뽑아도 늦지 않을 아이의 첫 젖니...

치과 국소마취하에 억지로 발치한 뿌리가 채 녹지 않는 저 처참한 치아를 보면 아동학대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자괴감 마저 듭니다.

 

 

 

 

내 딸입니다.

아래 앞니인 첫 젖니가 거의 스스로 빠지고난 후 치과의사인 아빠에게 활짝 웃어보입니다.

젖니가 뽑히기전 딸래미도 유치원에서 친구들에게 들었는지, 어디서 들었는지 잔뜩 겁먹고는

어찌나 떼를쓰며 울며불며 치과 안간다고...이빨 안뽑는다고..떼를 썼는지....  

치과의사인 나도 어쩔수 없어 딸래미 젖니 뽑아주는데는 두손두발 다 들은 측면도 있었지만,

이 아이한테 치과란 곳을 무서운 곳으로 첫인상을 각인시켜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억지로 강제로 뽑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첫 젖니, 젖니 뒤에 영구치가 뻔히 보일정도로 나와있다 하더라도,

앞쪽의 젖니는 조금 더 흔들린 후에 그것이 몇달 이후라도 늦게 뽑는다고해서 뒤에 나오는 영구치가 덧니가 될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우리 아이가 덧니될까 하는 조바심에 마취해서라도 억지로 젖니를 뽑게 함으로써 아이가 치과에 대한 공포감을 가지고 평생 살게 되는

치과의사로서 안타까운 일이 없기를 바라는 점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아이의 정서를 위해 한템포 천천히 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쓰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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