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영합주의 아빠인 저는 평소 딸 아이들에게 맛난 것이나 선물을 줄 때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며 큰 소리로,
"아빠 최고~!! 아빠 고맙습니다~!!" 하면서 큰절하면서 받게끔 세뇌(?)교육을 시켜왔습니다. ㅡ.ㅡ;;;
지금은 우리 나이로 8살 된 다현이가 막 태어났을 때부터 꾸준히 이렇게 세뇌를 시켜온 덕인지
5살 서현이는 언니 다현이를 따라하면서 자라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 행동이 몸에 채득하게 된 것 같습니다.
냉장고에서 쟁여놓은 아이스크림이나 사탕은 물론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아빠가 건네주는 상황이 되면
엄지 손가락 치켜올리며 "아빠 쵝오~!! 아빠 고맙습니다~!!" 외치는 것이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우리집 풍경이 되었습니다. ^^;;
이 모든게 북한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에게 힌트를 얻어 배운 인기영합주의 아빠의 세뇌교육법입니다. ^^;;
맥도널드에서 주문한 햄버거 세트를 아빠가 가져올 때도 이렇게 아이들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리며
"아빠 최고~!! 아빠 고맙습니다~!! " 꾸벅 큰절을 하고 환호성을 질러줘야 인기영합주의 아빠는 우쭐해서 더 잘해주게 됩니다.
덩달아 엄마도 저에게 세뇌되었는지 엄지 손가락을 키쳐올리면서 "아빠 최고~!!" 에 동참하고 있네요. ^^;;;
그런데 이런 것 말고도 제가 평소 딸 아이에게 세뇌시킨 교육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이따금 아내와 부부싸움 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면 써먹을 용도에서 였습니다. ㅡ.ㅡ;;;;
결국 평소 딸에게 세뇌시킨 보람을 톡톡히 느꼈던 일이 있었으니
예상대로 아내와 부부싸움을 하기 직전까지 갔던 기싸움이 팽팽했던 일촉즉발의 상황에서였습니다.
저의 기에 안눌리려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던 아내는
8살 딸 아이 다현이가 아빠에게 평소 세뇌교육 받은대로 엄마에게 내뱉었던 말 한마디에
결국 백기 들고 쥐 죽은듯이 조용해졌습다. ^^;;;
8살 딸 다현이가 부부싸움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평소 아빠에게 세뇌교육받은대로 엄마에게 내뱉은 한마디는 바로....
"엄마, 아빠 혈압 올리지마~!!
아빤 고혈압이잖아~!!"
아내는 이 말을 듣곤 깜짝 놀라더니 이내 곧 깔깔 웃으며 결국 두손두발 다 들고 쥐죽은 듯이 조용해지게 되었습니다. ㅡ.ㅡ;;
행여나 까먹을까봐 다현이는 이렇게 쪽지에 써서 간직하면서 하루 네다섯번씩 평소 며칠간 반복적으로 연습하곤 했습니다. ^^;;;
혈압과 고혈압 철자법이 서툴러서 제가 교정을 좀 해주었습니다. ㅡ.ㅡ;;;;
아내와의 부부싸움 일촉즉발의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한 후,
오늘 승리의 1등 공신인 다현이가 쪽지를 들고 승전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
단순, 무식, 과격, 다혈질의 성격답게 저는 부모님으로부터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본태성 고혈압 환자로
결혼 직후부터 벌써 10년 이상 혈압약과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친할머니인 제 어머니께서도 제가 15살이던 중학교 2학년때 49세 젊은 나이로 고혈압 합병증 뇌출혈로 돌아가셨습니다.
게다가 몇년전 종합검진때 찍은 저의 뇌 MRI 에서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뇌출혈을 앓고 지나간 적이 있었음이 우연히 발견되어서
충격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ㅠㅠ
제 뇌 MRI 사진입니다. 뇌 심부 깊은 곳에 엄지 손톱만한 뇌출혈의 흔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뇌출혈이 한번만 더 터지면 정말 큰일 날 수 있다는....ㅠㅠ
술담배 금지, 체중 감량,....
무엇보다도 아무리 스트레스 받고 노여운 상황이 오더라도 화를 내거나 흥분하지 말고...
평소 평정심을 잃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주치의는 저에게 경고를 내렸습니다.
제가 마음 속은 또 여려서 아내와 사소한 말다툼을 하더라도 오래오래 곱씹고 상처받기도 하는데,
아내 또한 저의 지병을 잘 알면서도 막상 서로 신경전이 시작되면 제가 얄미워서 그런지 왠만해선 절대 져주지 않습니다. ㅡ.ㅡ;;;
어쩌다 가끔 있는 부부싸움이지만, 그럴때마다 혈압이 상승됨을 두통으로 느껴져 쫌 힘들긴 합니다. ㅡ.ㅡ;;;
이렇게 부부싸움 해봐야 몸과 마음 모두 저만 손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부부싸움의 분위기를 감지하면 이를 피하고자 딸에게 이런 세뇌교육을 시키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랫동안 행복하게 건강하게 살고 싶은 저의 소박한 바램이 깃든 세뇌교육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술 한잔 같이 할 친구 하나 없고 큰 스트레스도 없는 이 곳 미국에서 잠시 쉬는 것도 저를 위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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