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미국 유학 떠난지도 두달이 훨씬 더 지났습니다.
엄마보다 더 많은 시간을 지냈고, 게다가 하늘의 별도 따줄 것 같은 뭐든 다 들어주는 인기영합주의 아빠라서
아이들이 엄마를 찾지 않고 잘 지내리라는 나름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엄마 없이 한주, 두주 지나면서 아이들이 점차 눈에 띠게 엄마를 찾게 되는 것입니다. ㅡ.ㅡ;;
그 중에서 딸 아이들이 훌쩍이며 내뱉는 푸념은 인기영합주의 아빠도 어쩔수 없이 한계가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OTL
"엄마가 보고 싶어, 왜 엄마는 도대체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거야?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아무리 아무리 아무리 아무리 아무리 기다려도 엄마는 늘 우리 옆에 없어."
아...5살, 8살 이 쪼매난 것들이 어찌도 이렇게 아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요 ㅠㅜ
드디어 엄마가 있는 미국에 도착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좋아 어쩔줄 모르며 집 앞 잔디밭을 손잡고 뛰어 달려와 엄마 아빠에게 안깁니다. ^^
엄마가 있는 미국에 간다는 말에 동생 5살 서현이는 며칠전부터 바리바리 배낭에다 소중한 자기 물건들을 챙겨 넣었습니다.
무엇을 챙겨 넣었는지 내용을 살짝 들여다보니 각종 그림카드, 낱말카드, 캐릭캐릭체인지 알 등이 들어있네요.
그렇게도 알 낳고 싶어하더니, 캐릭캐릭체인지 알을 어찌나 애지중지 소중하게 품고 다니는지...
이렇게 배낭에까지 결국 챙겨 넣었네요. ㅡ.ㅡ;;;
8살 언니 다현이도 바리바리 배낭을 챙겼는데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비밀이라며 절대로 안 보여주네요 ㅡ.ㅡ;;;
아마도 아빠가 맘에 안들어 할 물건이나, 보여주기 부끄러운 것 들을
배낭에 챙겼나 봅니다.
드디어 미국행 비행기에 오릅니다.
지난 몇년동안 치과에서 업무상 이루어지는 거의 대부분의 결재를 마일리지 적립카드로 해왔기에
보너스 항공권으로 비지니스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고혈압 환자이기도 한 저는 난생 두번째 프레스티지석 여행입니다 ^^
그리고 얼마전 치과 워크샵때 맞췄던 단체티셔츠를 입고 비행기에 탑승했는데,
그 덕분에 제 티셔츠에는 저희 치과 로고가 선명히 박혀 있습니다. ㅡ.ㅡ;;;
비지니스석을 담당하는 스튜어디스들도 저의 티셔츠에 박힌 치과 로고를 보고는 흠칫하고 놀랐다는 ^^;;;;
그렇게해서 드디어 미국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1학년인 8살 다현이가 베낭에 바리바리 챙겨넣은 자기 물건들을 안보여주려고 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다현이가 엄마에게 쓴 카드 편지가 들어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8살 다현이가 엄마에게 쓴 카드 봉투와 카드 앞면
그리고 이 카드편지를 펼쳐 본 아이 엄마는 그만 그 자리에서 왈칵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아내의 반응에 깜짝 놀라 저도 그 카드를 펼쳐보고는
딸 아이들이 기특하기도 하고, 부모로서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기도 해서 콧날이 시큰해져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그리곤 그저 꼭 안아주었습니다.
밑줄 쫙~!!! 친 편지 글에는
엄마 보고 싶었어.
우리 이제 헤어지지 말고 붙어 살자.
그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고, 오래오래 살자.
사랑해.
어떤가요?
두 달만에 만난 엄마를 울려버릴만 하지요?
이쯤되면 제가 모든 욕심을 버리고 당분간 전업주부를 하더라도
아내의 공부 뒷바라지 하면서 사랑하는 아이들과 떨어지지 말아야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빠를 두 달간 못봤어도 딸 아이들이 이런 편지를 썼을까 생각하니
인기영합주의 아빠는 간담이 써늘해지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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