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는 핑계로 주중에는 소홀히 했던 가족들과 함께 주말을 맞이해서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중인 꼬방꼬방 어린이뮤지컬을 보기위해 집을 나서는 길입니다.
둘째 서현이는 외출하면 내 품에서 안떨어지려고 하기때문에 하는 수없이 한팔은 서현이를 안은채로
다른 한팔로는 엘레베이터 거울을 바라보며 가족사진을 한 컷 찍는다는 것이 동영상 촬영버튼을 누르고 말았습니다.
이게 모두 나를 한시라도 가만두지 못하고 안길려고만 하는 둘째 서현이 때문입니다.
예술의 전당 지하광장에는 심플하지만 품격이 느껴지는 작고 아담한 분수대가 꾸며져있습니다.
형형색색 무지개빛 조명을 받는 분수대를 보니 아이들이 굉장히 기분이 좋아져있습니다.
공연시작까지는 아직 30분정도 여유가 있어서 구내커피숖에서 아이들에게 쿠키 몇조각을 쥐어주고는 아내는 커피를 기다립니다.
서울 도심이지만 코엑스몰이나 에버랜드, 롯데월드처럼 복작복작 사람들로 붐비지 않고,
널찍널찍한 커피숖에서 잠깐의 여유를 누릴 수도 있어서 아이들과 가족들과 함께 오기는 참 좋은 공간이라고 새삼 느낍니다.
드디어 공연장에 들어섰습니다.
배우들의 표정 하나하나, 땀방울 하나하나를 아이들에게 느끼도록 해주고 싶은 욕심에,
제일 앞쪽 중간 4자리를 얻기 위해 아빠가 두달전부터 인터넷을 뒤지며 어렵사리 구한 자리입니다.
이 공연은 어릴때 동네아이들과 어울려 놀때 흔히 부르던 낮익은 노래와 춤을 주로 하는 놀이 음악극입니다.
꼬방꼬방 장꼬방에 모래알로 밥을짓고, 꽃잎따다 전부치고, 풀입따서 국끓이자...
어깨동무 씨동무 미나리 밭에 앉았다...
어릴때 즐겨부르던 낮익은 노래와 율동을 들으니.. 내가 어릴때 그 순수하고 해맑던 시절이 생각나서...
아이들보다 오히려 내가 더 어린 시절의 추억과 향수에 젖어서 공연에 몰입하게 됩니다.
특히나 여우굴에서 극중극으로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라는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가 나오는데,
땅어머니가 갓난아이 젖먹이려 한고개 두고개를 넘어 집에 돌아오는 길에 호랑이를 만나 "떡하나 주면 안잡아먹지.." 로 시작하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의 중간 대목에서 나는 그만 콧날이 시큰해졌습니다.
내가 어느덧 어른이 되어서 이제는 두 아이의 부모가 되어서일까?
어릴때 아무런 감정없이 수없이 읽고 들어왔던 이 전래동화가 나이 마흔이 된 지금에 와서
그 어떤 슬픈영화보다도 마음 한켠 깊숙이 저미어 애리게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내가 어린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리움과 향수가 있기 때문인 것도 같습니다.
공연관람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길에 서현이는 고단했는지 잠이 들었습니다.
잠든 와중에도 한손에 쥐어쥔 쿠키봉지는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아빠를 유난히 좋아하고 따르는 딸래미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사춘기가 되고, 어느덧 숙녀가 되어 시집도 갈 것이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아이들이 아빠를 지금처럼 좋아하고 따르며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날들도 그리 많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더 열심히 사랑하고 함께하며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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