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아빠가 자기 딸 유치 뽑아주는 방법
초등학교 1학년 둘째 딸 서현이의 유치(젖니)를 뽑아주었습니다.
겁이 너무 많아 외할머니나 엄마가 자기 치아를 뽑아주려 할때는 가만히 있다가도,
결국 엄마와 외할머니가 결국 뽑다가 실패해서 치과의사 아빠인 제가 뽑아주려고 하면,
울고불고 이러저리 도망치다가 결국 저도 포기하고 말았던 첫째 딸 다현이와는 달리.....
둘째 딸 서현이는 흔들리는 자기 치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며칠전부터 저에게 뽑아달라고 졸랐답니다.
그런걸 보면 서현이는 치과의사 아빠를 굉장히 믿고 신뢰하는 것 같습니다 ^^;;;
치과에서 유치발치용 겸자(포셉, 뻰찌)로 뽑으면 간단하겠지만, 낮동안 서현이를 치과로 데려다줄 사람도 없기 때문에
제가 근무하는 토요일날 뽑아주려고 했는데 서현이가 더는 흔들리는 치아를 못참겠다며 빨리 뽑아달라고 조르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에는 흔들리는 유치에 실을 묶어놓고 문이나 이마를 탁쳐서 뽑았다고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한번에 잘 발치하는 것이 좀 어렵습니다.
실이 미끄러지거나 풀려서 혹은 순간적인 임팩트가 중요한데 당기는 힘이 너무 약해서 치아 뽑는 것에 몇번 실패하다보면
이미 아이는 겁에 질려 너무 많이 울어서 눈물콧물 범벅이 되기 일수입니다.
저역시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실로 묶어 젖니를 뽑는 방법으로는 성공한 적이 거의 없었구요...^^;;;
젖니를 뽑을 때 역시 제일 확실한 방법은 발치겸자(발치포셉)라고 하는 뻰지 비슷한 도구를 사용해서 뽑는 것입니다.
그러나 집안 공구통에 있는 흔한 뻰찌로 아이들 젖니를 뽑아주는 것은 두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 크기가 작은 유치에 비해 뻰찌의 크기가 커서 한번에 쑥하고 뽑아줘야 하는데
이렇게 커다란 뻰찌로는 치아를 잘 잡아주지 못하고 미끄러지기 쉽습니다.
둘째, 집안 공구통 속의 뻰찌는 녹도 많이 설어 있고 위생상 불결합니다.
그래서 제가 사용한 것은 '맥가이버 칼'로도 유명한 스위스 빅토리녹스 툴스입니다. ^^
빅토리녹스 툴스의 여러 도구들을 살펴보니 작은 뻰찌가 있는데 이것이 딱 아이들 유치와 절묘하게 사이즈가 맞더군요...
지난 여행때 스위스에서 기념품으로 사가지고 왔는데 오늘에서야 이렇게 유용하게 사용되었네요...
서현이의 흔들리는 젖니를 이 뻰찌로 미끄러지지 않게 꼭 잡고 순식간에 쑥 잡아 빼니,
유치가 발치되는데 정말 눈 깜짝할 새 불과 0.1초도 채 안걸렸습니다 ^^
그러나 누구보다도 치아에 대해 잘 아는 치과의사인 저였으니까 이렇게 아이들 유치를 뽑아주었지만,
치의학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부모님들이 아이들 젖니를 뽑아줄때는
잔여 뿌리가 남아있는지, 후속 영구치가 제대로 잘 맹출하고 있는지 등등의 여부를 눈으로만 봐서는 알수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 젖니가 흔들린다고 무턱대고 집에서 뽑는 것 보다는, 또 집에서 아이들 젖니를 뽑아주더라도
번거롭더라도 치과에 아이를 데려와서 위에 대한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뽑아주는 것이 안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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