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구강검진때 들은 충치갯수가 치과에서 들은 것과 달라 격노한 어머니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이라면
요즘 학교에서 시행하는 구강검진에 표시된 자녀분들의 치료해야할 충치갯수에 대해
많이 놀라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제 블로그에도 학교 구강검진 때 들은 아이의 충치갯수와 바로 얼마전 치과에서 들은 것과 달라서
도대체 어디를 믿어야 하느냐는 문의도 이따금 들어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당연히 그동안 쭉 다니셨던 치과를 믿어야 하겠지만,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그렇게 오해를 하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동료 치과의사가 학교 구강검진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글을 기고해주셨습니다.
얼마전 한 어머님이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주셨습니다.
"거기 치과는 이를 뽑아 달라고 하면 이만 뽑아주나요?"
"말 안하면 아이가 충치가 있는지, 검진은 따로 안해주냐고요..."
"얼마전 학교에서 구강검진을 했는데 당장 치료안하면 안되는 충치가 4개나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책임질건가요?"
"학교검진 안했으면 어쩔뻔 했나요? 3개월 뒤에 검진 오라고 해놓고 우리 아이 3개월동안 충치방치하면 어떻할 뻔 했나요?"
어머님이 화가 잔뜩 나셨더군요. ㅡ.ㅡ;;;
일단 아이의 챠트를 살펴보았습니다.
저희 치과에는 그동안 계속 내원하셨는데 특별히 작년부터 치료할만한 충치가 있다고 체크되어있지는 않더군요. ㅡ.ㅡ;;;
바로 얼마전에는 어머니 말씀대로 유치를 뽑고 갔다는 기록도 있었습니다.
인생을 완벽하게 살고 있다면 모를까....
뭐 제가 바빠서 유치만 뽑고 다른 충치가 있는지 검진을 미처 못 해줬을 수도 있고....
아니면 충치 검진도 한다고 했는데 제가 놓쳤을 수도 있고... ㅠㅠ
그래도.... 설마 놓친 충치 갯수가 무려 4개씩이나 될까 의구심은 들었지만....
어쨋든 죄송하다고 어머님께 말씀드리면서..
아이를 데리고 치과에 다시 한번 내원해주시길 조심스럽게 부탁드렸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다행히 치과에 다시 내원해주기로 하셔서 아이의 충치를 검진 하였습니다.
사진들은 검진표에 표시되있던 충치부위입니다. ㅡ.ㅡ;;;
검게 충치가 있는 것처럼 보이긴 합니다. ㅡ.ㅡ;;;
그러나 이 정도면 지극히 초기우식 (초기충치) 정도입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일단은 익스플로러(치과용 탐침)으로 충치로 의심되는 검은 부위를 긁어보았습니다.
잘 긁히지는 않습니다.
치과용 탐침에 긁히지 않는 것으로 봐서, 충치이기 하지만 아직은 구태여 치료가 필요할 정도는 아닌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치료할 정도가 아니라는 것에는 조건이 붙습니다.
첫째, 칫솔질을 잘해야 하고
둘째, 정기적으로 치과 검진을 받아서 혹시라도 초기충치가 진행되는 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지금 저정도의 미약한 충치를 치료하자고 치아를 갉아낸다(삭제)면 오히려 치아건강에 더 불리할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유치입니다. 사진이 좀 흐려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이 것 역시 충치가 그리 깊어보이진 않습니다.
게다가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길어야 6개월에서 1년 사이면 곧바로 빠질 치아로 판단되므로,
충치가 여기서 더 진행된다 하더라도 구태여 이 치아는 치료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학교 구강검진에서야 당연히 엑스레이(방사선)까지는 찍지 않으니 이러한 상황들까지 고려하면서 검진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치아들까지 치료해야 할 이유는 하등 없습니다.
어쨋거나 이런 과정을 거쳐서 겨우 어머님과의 관계는 다시 좋게 회복되었습니다. 휴~~ ^^;;;;
꼭 학교 구강검진이 아니더라도 치과마다 치료해야 할 충치에 대해서 약간씩 견해가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치과가 아니라 치과의사마다겠지요...
누가봐도 많이 썩은 충치라면 치과의사들마다 크게 다를 게 없겠지만...
조금 썩은 충치인 경우에는 어떤 치과의사는 치료하는게 좋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치과의사는 지켜보자고 할수도 있습니다.
치아에 까만 부위가 보인다고 해서 무조건 다 치료를 해야 할 충치란 근거는 하등 없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담당했던 치과의사가 왜 그렇게 판단했느냐일 것입니다.
따라서, 충치를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면 그 이유가 분명해야 할 것이고,
반대로 충치치료를 기다려 보는게 좋겠다면 그것에도 역시 이유는 분명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환자와 치과의사 사이에 의견 교환이 잘 이루어져야
이런 오해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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