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도 빵 터진 초딩 1학년 딸의 학습지 문제 풀이
주말부부 엄마 아빠를 둔 덕에 초등학교 1학년 첫째 딸 다현이는 평일에는 외할머니가 주로 숙제를 도와줍니다.
그런데 며칠전 저녁 다현이가 엄마한테 온 전화를 안받으려고 건넌방으로 황급히 도망간 적이 있습니다.
알고보니 다현이가 엄마랑 약속했던 그날의 숙제를 하지 않고 탱자탱자 놀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다 막상 엄마가 확인 전화를 하니까 야단 맞을까봐 도망간거죠 ^^
아내는 숙제를 안한 다현이를 엄마를 대신해서 아빠가 따끔하게 야단쳐 달라고 저에게 신신당부를 했습니다만.....
인기영합주의 아빠는 다현이에게 그냥 자라고 했습니다. ㅡ.ㅡ;;;
왜냐하면 엄마와 딸은 싸워도 금방 풀어질 수 있지만...
아빠는 인기가 한번 식으면 한 순간에 집안에서 왕따가 되기 쉬울 것 같고,
또, 인기 회복도 쉽지 않을 것 같은 아빠의 소심한 두려움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ㅡ.ㅡ;;;
무더웠던 석가탄신일날 온 가족이 함께 상암 노을공원으로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발을 다녀왔습니다.
홍대 클럽 분위기의 롹음악이 주를 이루었던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발은 아이들과 함께 갈만한 곳이 아니었던
실패한 나들이었습니다. ㅠㅜ
그래도 다현이 서현이는 잔디 위에서 마냥 좋아라하고 있습니다. ^^
그렇게 뙤약볕 아래에서 실패한 나들이 끝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겨우 돌아와 안방 침대에 벌렁 누워쉬려는데,
아내가 깔깔 웃으면서 다현이가 석가탄실일 전날 했던 학습지를 들고 안방으로 들어옵니다. ^^
저도 궁금해서 다현이가 학습지 속 일기쓰기 문제를 푼 것을 들여다보고는
닭살이 쭈뼛 돋는 것이 그만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
문제 : 오늘 하루 겪은 일 중에서 기억게 남는 일을 한가지만 써보세요.
다현 : 오늘은 학교를 안가서 숙제가 적어졌다.
숙제가 두개라서 나는 참 좋았다.
다음에도 숙제가 많지 않았다면 좋겠다.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다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학교장의 재량에 의해 석가탄신일 전날을 휴무일로 정했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다현이는 이렇게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즐겼나 봅니다. ^^
그런데 숙제가 두개라서 참 좋았다니.... 초등학교 1학년 밖에 안되는데 학교 숙제가 꽤 많나 봅니다. ㅡ.ㅡ;;;
문제 : 내가 하루 동안 겪은 일을 떠올리며 그림일기에 쓸 내용을 정리해 보세요.
다현 :
날짜, 요일, 날씨 : 5월 20일 목요일
겪은 일 : 오늘은 많이 놀 수 있어서 좋았다.
내일도 학교에 가지 않았다면 놀 수 있겠다.
내일도 많이 놀고 싶다.
생각이나 느낌 : 내일도 학교에 가지 않을 것 같다.
헉...하루 동안 겪은 일을 떠올리며 드는 생각이나 느낌을 적으랬더니
다음 날도 학교 안가고 놀고 싶다는 대한 예측과 다짐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ㅡ.ㅡ;;
다행히 다음날은 공휴일인 석가탄신일이었으니 초등학교 1학년 다현이가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이 있었나 봅니다. ^^;;;
초등학교 입학한지 이제 석달도 안되었는데 숙제하기 싫고, 학교가기 싫고, 놀고만 싶다는 다현이...
이쯤되면 싹수가 노란건가요? ^^;;;;
그러나 학교 가기 싫어 꾀병도 부리고 실제로도 땡땡이도 쳤었던 아빠의 초등학교 1학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보니,
다현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부전녀전,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각인 것 같습니다. ^^
엄마 아빠도 빵 터진 다현이의 학습지 문제 풀이를 보니,
사랑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고 해서 아빠는 다현이에게 달려가 꼭 끌어안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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