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용 입니다/딸딸이 아빠

딸 아이들 목욕을 못해줬던 아빠의 변명

달려라꼴찌 2009. 11. 30. 06:43

딸 아이들 목욕을 못해줬던 아빠의 변명

 

 

다현이와 서현이 두  딸아이들 모두 목욕을 시켜주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 아이들 둘을 한꺼번에 아빠가 씻겨준건 처음입니다.

 

 

 

첫째 형님 무릎에 안긴 세살짜리 저 어린아이가 지금은 흰머리도 희끗하고 가운데 숱도 많이 빠지기 시작한 중년의 나이에 접어 들었습니다.

 

 

 

저는 딸 없이 아들만 다섯인 오형제 중의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첫째 형님과는 열두살 차이이고, 그리곤 열살, 아홉살, 그리고 네째 형님과는 여섯살 차이인 그야말로 막둥이로 태어났었습니다.

그 당시는 집에 샤워시설은 커녕 수도꼭지가 있는 집도 거의 없던 시절이라

명절이 가까와오면 온 가족이 단체로 대중목욕탕에서 때를 밀곤 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형님들이 늘 저를 씻겨주고 닦아주었기에 어린시절 어머니를 따라 여탕이란 것을 가본 기억도 없습니다.

게다가 아버지께서는 당시 직업군인이셨기에 얼마나 권위적인 서열로 집이 돌아갔는지는 짐작이 갑니다. 

우리 가족 중 유일한 여자였던 어머니는 말썽만 부리던 다섯 아들들의 시달림 끝에 제가 중학교 2학년때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다보니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여자에 대해 익숙하지 않았던 저로서는

아빠가 볼일 보고 있는 화장실까지 쫒아와서는

아빠 팔 붙잡고 빨리 끝내고 같이 놀자고 하며 보채는  딸 아이들이 적응이 잘 안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ㅡ.ㅡ;;;

그래서 볼일을 중간에서 부랴부랴 끝내고 아이들 손에 이끌려 화상실 밖으로 끌려간 날이

마음놓고 볼일 본날 보다 더 많다는...ㅠㅜ

 

 

 

 

그렇게 딸딸이 아빠답지 못하게 딸 아이들에게도 쑥스러움을 타던 저에게

우연한 기회에 이웃 블로거인 탐진강님을 통해 천연 올리브 비누를 얻게 되었습니다.

올리브의 효과와 효능에 대해서는 이미 전세계적으로도 많은 연구가 있었고 또, 입증이 된터이지만,

안그래도 사실은 3살 딸아이 서현이는 아토피가 종아리쪽에 많이 있던터라 엄마 아빠는 늘 안쓰러웠습니다.

 

지금까지 아내와도 단 한번도 함께 씻어본 적이 없던 아빠는

서현이의 아토피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 믿음에 두 딸 아이들과 함께 목욕을 하자고 덜컥 제안을 해버리고 맙니다.

 

헉...그런데 아이들 반응이 어찌나 좋아하던지 장난 아닙니다.

사실은 이번주에 모교 치과대학에서 발표가 있어서 자료를 정리하고 파워포인트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주말 내내 이 일에 매달려야 하는 아빠로서는 모든 일을 마치고 한가한 마음으로 목욕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다현이, 서현이가 서재에까지 달려와서 어깨에 매달리고, 오른손에 올라타며 빨리 목욕해달라고 조르는 통에

도통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ㅠㅜ

 

 

 

 

천연올리브 비누가 보석같이 예쁘다며 온몸에 바른채 욕조 안에서 너무 해맑게 웃으면서 목욕을 즐기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아빠와 함께 목욕을 하는 것이 좋아서 그런건지, 물놀이를 할 수 있어서 그게 더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더 자주 더 많이 아이들을 아빠가 직접 씻겨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덧 부쩍 커서 이 아이들이 아빠를 멀리하게 될 것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아빠를 좋아할 날이 생각해보면 그리 많은 날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