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건강

병원에서 의사, 치과의사에게 받는 VIP 대접 꼭 좋지만은 않아

달려라꼴찌 2011. 6. 18. 08:09

병원에서 받는 VIP 대접 꼭 좋지만은 않아


어떤 서비스를 받을 때 사람들은 누구나 VIP 특별 대접을 받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받는 VIP 대접이란 것은 꼭 본인에게 좋은 것만은 아닌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의사가 VIP 환자에게 더 잘해주려다가 오히려 나쁜 결과가 오게되는 이런 현상을 VIP신드롬이라고 하는데,

동료 여자 치과의사가 남편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VIP 신드롬을 겪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 소개해드립니다. 






하루에 1-2시간 겨우 얼굴 볼 수 있는 남편이 언젠가부터 사랑니쪽이 어쩌구 하면서 나한테 물어본적이 있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치과의사인 나의 가족들은 정작 그 입안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모르고 지내왔는데,

건강검진을 다녀온 남편이 충치가 있으니 치료 받으라는 말을 들었다며 내게 한번 봐달라고 했다.


보자~~ 그러니까 남편을 치료해준 것이 결혼 전이었으니 탈날때도 되었구나 싶은데...

정작 치과에 예약환자들도 있고 집에서는 치과 이야기 꺼내 여유도 없어 시간만 마냥 흘렀다.

그러던 어느날....불쑥 치과로 찾아온 남편...시간이 나던 차에 치료를 받고 싶단다...


꼼꼼히 검사를 해보니 남편은 여기저기 탈이 많이 나 있었다.

평소 칫솔질 잘 하고, 치실도 엄청 열심히 쓰는 사람이지만,

예전에 치료 받았던 것이 떨어지고, 사랑니도 이제서야 나서 치료가 필요했다.

솔직히 나의 경우는 치과에 내원한 바로 당일날 사랑니 발치는 하지 않는데

늘 바쁜 남편이 언제 시간이 날지도 모르고 해서, 바로 마취하고 사랑니를 수술해서 뽑아주려고 하는데....


뭐야 뭐야, 이건????

엑스레이 상에서 뿌리 하나짜리로 간단해 보이던 사랑니가 나올 생각을 안하고 꼼짝을 안하는 것이었다.

평소 환자들에게 그리 강조하던 미처 예상치 못한 상황인 것이다.

뿌리가 겹쳐서 엑스레이 상에는 단순해 보였던 것이고, 뿌리 2개가 괴상하게 꼬여 있어서

결국 사랑니를 뽑다가 뿌리가 부러지고... 남은 사랑니 뿌리도 마저 제거하지 못한 상황이....ㅠㅠ

사랑니 뽑을 때 안 아프다는 내 말만 철썩같이 믿고 누워있던 남편은 사색이 되었다....


이런 것이 소위 아는 사람 치료할 때 발생하는 VIP 신드롬이다.

아는 사람이니까 더 잘 해주려다가....잘 아니까 반드시 고지해야할 사항들도 넘어가고....

잘 아니까 객관적이 되지 못하는 상태에서 치료하다가 발생하는 문제들....

그래서 많은 치과의사들은 어디가서 치료받을 때 자기가 치과의사라고 밝히지 않는다고도 하고,

모르는 사람한테 가서 치료 받기도 한다는데...


식은 땀이 나고 걱정도 되고, 아무튼 마무리하고 원장실에 앉아있는 남편에게 얼음주머니를 건넸다.

그래도 이 사람이 내게 해주는 말이 고맙다.

"여보, 치과에서 일하는거 보니 당신 정말 힘들겠다. 이제 집에 오면 내가 다 할테니까 퇴근해선 무조건 쉬어"


그렇다. 내가 정작 치과에서 수많은 환자를 치료하고 퇴근 후 집에 가면 솔직히 팔다니 머리 안아픈데 없이 끙끙대지만,

말을 잘 안하니 모르고 그냥 지내다가,

본인이 막상 치료를 받아보니 치과의사란 직업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나 보다.

말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눈물이 핑~!! 돌았다.

(애들이라도 재워주고 자면 좋겠다 ^^)


간혹 환자분들 중에서 특별히 잘 해주세요~!! 하는 분들이 있는데,

나의 대답은 "저는 항상 잘 해드립니다."라고 말한다.

특별한 것이 특별한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 잊지 말아야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