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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진단서 요구하는 환자, 치과의사로서 씁쓸해

달려라꼴찌 2010. 1. 14. 06:38

허위 진단서 요구하는 환자, 치과의사로서 씁쓸해

 

 

최근 치과 치료비를 보조해준다는 치아보험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환자분들이 치과치료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어 치과의 문턱을 낮추어주는데는 현직 치과의사로서도 환영하지만,

그 이면에는 보험금을 타기 위해서 부당한 허위 진단서를 치과의사에게 요구하는 분들도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씁쓸한 생각 또한 많이 들 때가 있습니다.

 

 

 

 

치과의사로서 이런 치아관련 보험상품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접했을 때,

그 보험회사는 결국 수지타산을 맞출수 없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치과질환은 암이나 다른 질병과는 달리 살면서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라,

치과질환 대부분은 충분히 예방과 예측이 가능한, 심하게 말하면 본인의 게으름에 인한 질병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충분히 예방과 예측이 가능한 치과 질환조차도 보험회사에서 보장해준다는 말을 처음 접했을때는

과연 그 보험회사가 그 막대한 보험료를 지불하고 유지할 수 있을까 할정도로 이런 보험이 있다는게 믿겨지지 않았었습니다.

결국 몇몇 보험회사는 막상 급여비용이 너무 많이 나가자

치과질환중에서도 특히 예방과 예측이 가능한 질환에 대한 급여조건을 대폭 줄이고,

지급되는 급여한도도 대폭 줄이고, 가입조건과 약관 또한 매우 까다롭게 변경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 치아파절로 진단서를 써달라고 요구하는 환자

대표적으로 사고로 치아가 부러져 파절되면 치료비를 보조해준다는 치아보험이 있습니다.

치과의사의 의학적인 시각에서 봤을때는 충치로 인해 치아가 삮아서 부스러져 나간 것인데,

이를 치아파절이란 진단명으로 진단서를 써달라고 무리한 요구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진단명이 충치 즉, 치아우식증으로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치아파절이란 부딪히거나 넘어지는 사고에 의해서 건강한 치아가 부러져 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2. 임플란트 수술시에 뼈이식을 했다고 써달라고 요구하는 환자

또 어떤 보험은 임플란트 수술에도 치료비를 보조해주는데,

뼈이식인 치조골 이식술 한 부위당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까지도 보조해주기도 하나 봅니다.

이렇게 적쟎은 보험금이 나오다 보니 환자의 입장에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혜택을 보고 싶어하는 생각은 당연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하지도 않은 것을 했다고 써달라고 요구하는 분들입니다.

임플란트 치료하느라 몇백만원 이상 들였고, 또 치과에 그만큼 벌게 해줬으니 그정도 못해주냐는 논리입니다.

보험회사 측에서는 담당 치과의사와 원만히 해결보라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치과의사한테 책임을 떠넘깁니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허위 진단서 요구입니다.

 

환자는 마치 수백만원 손해라도 본 것 같은 기분에 결국 치과에 와서 울고불고 떼를 씁니다.

결국 그 전까지 서로 관계가 너무 좋았던 이 환자는 치과의사인 저를 원망하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소위 배웠다고 하는 엘리트로서 아이들에게는 도덕적 품성을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이셨습니다.

 

저는 원만한 관계였던 이 환자분보다도 솔직히 그 보험회사가 더 원망스러웠습니다. 

 

 

 

 

 

의료인들에게 만큼은 국회 인사청문회 못지않게 고도의 도덕적인 성품을 요구하면서도,

막상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에 관계되어서는 허위 진단서라는 도덕적인 양심에 어긋나는 요구를 하기도 하고,

이것이 관철되지 않으면 가입조건과 약관을 까다롭게 변경한 보험회사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해준 치과의사 개인을 원망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종종 목격하기도 하면서 씁쓸한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진단서는 치과의사, 의사, 한의사만이 작성할 수 있는 고유업무이면서,

환자의 교부요구를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지 못하지만,

이를 허위로 작성하였을때는 면허에 대한 자격정지 혹은 면허취소까지 이를 수 있는 범죄행위입니다. (의료법 18조, 53조)  

 

치과의사는 본 그대로, 치료한 그대로만 양심에 어긋나지 않게 진단서를 작성할 뿐입니다.

진단서의 내용을 보험금 수령을 위해 자신의 이익에 맞게 수정을 요구하는 비도덕적인 생각과 행동은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액의 막대한 치료비를 지불하고 치과치료를 받았으니

보험금 수령을 위해서는 진단서나 진료기록부를 눈감고 살짝(?) 조작하는 것쯤은

서비스로 충분히 해줄 수 있지 않느냐는 일부 환자분들을 보면서...

환자분들께는 이런 행위가 서비스라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치과의사는 자신의 면허를 걸고 진단서와 진료기록부를 작성한다는 사실을 아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런 보험을 개발한 보험회사 또한 

보험회사와 가입자와의 분쟁을 은연중에 가입자에게 담당 주치의를 뒤에서 이간질(?)시켜

보험회사로서의 한계 상황을 힘없는 개인의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자세는 지양해야 할 것 같습니다.